스타틴 + fibrate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최근 보고한 ‘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15’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의 유병률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 15.5%, 고중성지방혈증 18.6%, 저HDL콜레스테롤혈증 28.4% 순이다.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특성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에 비해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다. 한국인에서 전형적으로 관찰되는 특성 중 하나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동시에 겹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이 공포의 삼중주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으로 중성지방(TG)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데다, 그나마 서양인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왔던 LDL 콜레스테롤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고LDL, 고TG, 저HDL의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세 인자가 한 데 모여 동시 발현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아지는데, 이러한 병태를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이라 부른다.

고중성지방혈증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고콜레스테롤혈증(총콜레스테롤 240mg/dL 이상 또는 콜레스테롤강하제 복용) 유병률은 2011년 현재 13.8%를 기록 중이다. 반면 고중성지방혈증(TG 200mg/dL 이상)은 16.5%로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을 웃돌고 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지난 2001년 28.2%를 기점으로 2011년까지 계속 2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HDL 콜레스테롤 ↓…small dense LDL ↑
체내에서 중성지방이 높아지면 리파아제의 공격으로 인해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감소하고, LDL 콜레스테롤과 관련해서는 입자가 작아지고 밀도는 올라가는 small dense LDL이 양산된다. 같은 이상지질혈증이라 할지라도 중성지방이 높으면 나쁜 성질의 LDL이 많아지는 것이다.
종합하면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은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에서,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중시키는 근본적인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LDL, 고TG, 저HDL로 대변되는 공포의 삼중주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단독요법의 한계
스타틴이 이상지질혈증의 대표적인 치료제인 것은 불변의 사실이지만, 더욱 강력해진 지질이상 병태를 치료하고 이를 통해 심혈관질환 이환과 사망위험을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조명해볼 수 있다.

먼저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질 목표치 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임상현장의 현실이다. 지질 분야의 석학인 영국 글래스고우대학의 Chris Packard 교수에 따르면, 유럽의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들 가운데 87%가량이 스타틴이 주를 이루는 지질저하 약물치료를 받고 있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의 환자들이 지질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다. 가이드라인이 목표치로 제시한 LDL 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에 도달하는 환자의 비율이 21%에 그친다.

또한 스타틴의 주요 기전은 LDL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것이다. 높은 중성지방이나 낮은 HDL 콜레스테롤의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다. 때문에 스타틴 단독만을 적용해서는 심혈관질환 잔여 위험도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들다. 스타틴의 지질치료에 추가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병용 파트너가 필요한 이유다.

약물치료 전략
현재까지 중성지방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약제는 피브린산유도체로 알려져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에 따르면, 중성지방을 20~50%까지 낮추며 HDL 콜레스테롤도 10~15% 정도 증가시킨다. 특히,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2011년 발표된 유럽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은 대표적 피브린산유도체인 피브레이트가 중성지방을 50%까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은 10~15%까지 높인다며 고중성지방혈증(Class I)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Class IIb)의 약물치료에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피브레이트의 지질조절 효과와 안전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받아 왔다. 피브레이트 제제는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또는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일관된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보고하고 있다.

피브레이트
피브레이트 단독 또는 스타틴에 더해지는 병용요법의 임상혜택을 검증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는 HHS, VA-HIT, BIP, FIELD, ACCORD-Lipid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연구는 FIELD와 ACCORD-Lipid 연구다.

 

FIELD 연구는 등록시점에서 스타틴 치료를 받지 않았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와 위약의 관상동맥사건 감소효과를 비교·평가했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 그룹의 관상동맥사건 빈도가 5.2% 대 5.9%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 하지만 세부분석에서 피브레이트는 위약에 비해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관상동맥 재형성술 위험을 통계적으로 낮추면서 전체 심혈관사건 빈도를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알부민뇨나 망막증 등 당뇨병 환자의 미세혈관질환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조명을 받았다.  

2012년 발표된 FIELD 연구 하위분석에서는 만성 신장질환과 당뇨병을 동반한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페노피브레이트가 위약군에 비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Diabetes Care 2012:35:218-225). 전문가들은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서 나타나는 높은 중성지방과 낮은 HDL 콜레스테롤의 특성을 피브레이트가 효과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스타틴·피브레이트 병용요법
ACCORD-Lipid 연구는 피브레이트의 지질인자 표적치료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관심을 끌었다. 역시 전반적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심바스타틴으로 치료받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페노피브레이트와 위약군으로 나눠 치료·관찰한 결과, 심혈관사건 발생빈도가 10.52%(연간 2.2%) 대 11.26%(연간 2.4%)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특정 하위그룹의 결과에 주목했다. 중성지방이 200mg/dL를 초과하고 HDL 콜레스테롤은 35mg/dL 미만으로 낮은 하위그룹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피브레이트 병용군의 심혈관사건 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한 것. 통계적 유의성의 기준인 P값이 0.03으로 피브레이트의 추가적인 임상혜택에 유의성을 부여할 수 있는 수치였다. 한편 2010년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피브레이트를 통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13%까지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 같은 효과는 중성지방 수치가 200mg/dL 이상으로 높은 환자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고됐다(Lancet 2010;375;1875-1884).

신장질환에서 피브레이트 효과
이런 효과는 만성 신장질환(CKD)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도 제시되고 있다. 중성지방 저하, HDL 콜레스테롤 상승 기전의 피브레이트가 CKD 환자의 심혈관사건 위험을 30%까지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준(Min Jun) 교수팀은 JACC 2012;60:2061-2071에 ‘신장질환 환자에서 피브레이트의 효과’에 관한 메타분석 결과를 발표, “CKD 환자의 지질이상과 심혈관사건 위험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경증 ~ 중등도의 CKD 환자에서 피브레이트의 광범위한 적용을 지지한다”며 전략의 변화를 주문했다.

사구체여과율(GFR)이 60 미만인 경증 ~ 중등도의 CKD 환자에서 피브레이트는 총콜레스테롤(-0.32mmol/L, P=0.05), 중성지방(-0.56mmol/L, P=0.03), HDL 콜레스테롤(+0.06mmol/L, P=0.001) 등 지질 전반을 개선했다. GFR이 30~59.9인 환자에서는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이 30%(P=0.004), 심혈관 원인의 사망은 40%(P=0.03)까지 감소했다. 전체 사망률은 차이가 없었다.
피브레이트는 신장기능과 관련해 당뇨병 환자에서 알부민뇨의 진행을 14%(P=0.02) 줄인 반면, 혈청 크레아티닌은 높이고 GFR은 감소시켰다. 말기 신장질환(ESRD)은 피브레이트군에서 15%(P=0.575) 감소했으나,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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