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내부서도 반발 목소리…의협 “믿고 따라 달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1월부터 진료 중 비도덕적 행위를 의사끼리 서로 감시하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 내부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시범사업은 결국 수용되기 어렵다는 지적은 물론 일제 강점기 앞잡이를 만들려 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논란 속 동료평가제…뭐가 달라졌나?
복지부와 의협은 이르면 11월부터 광주 등 3개 광역 시도에서 전문평가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다나의원 사태 후속대책으로 ▲동료평가제 도입 ▲면허신고 시 질환신고 의무화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인 면허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가운데 동료평가제도를 통해 ▲장기요양 1등급·치매 등 진료행위에 현격한 장애가 우려되는 자 ▲다수 민원이 제기된 자 ▲면허신고 내용상 면밀한 주의가 요구되는 자 ▲면허취소로 면허재교부를 신청하는 자에 대해서는 당연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또 ▲면허 취득 후 40년 이상 경과된 사람 중 민원이 제기된 자 ▲2년 이상 보수교육 미이수자 ▲의료인단체의 징계를 받은 자 ▲중앙회에 등록하지 않은 자는 위험성 감소 차원에서 샘플링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들 대상에 대해 지역의사회 별도 심의기구에서 평가를 진행, 평가결과를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에 보고하고 문제가 있는 경우 심의위에서 심의해 복지부에 자격정지 등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정부 면허제도 개선안이 발표된 이후 의료계 내부의 반대여론은 만만치 않았다. 

▲ 복지부發 동료평가제 3월 안, 9월 안 비교.

이에 의협 특별위원회를 구성, 복지부와 논의를 이어 나갔고, 22일 새로운 동료평가제, ‘전문평가평가제 시범사업’ 모형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은 3월 발표한 면허관리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후속조치로, 의협은 3회에 걸친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실시계획을 마련, 우리 측에 제안했다”며 “복지부도 면허관리제도 개선 및 자율규제 강화 취지에 공감, 의협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표한 전문가평가제 모형에 따르면 ▲미허가 주사제 사용 ▲진료 목적 외 마약·향정신성의약품 처방 및 투약 ▲성폭력범죄특례법 내 행위자 ▲대리수술 ▲오염·손상 및 사용기한 초과 의약품 사용 ▲임신중절술 시행 ▲약물로 진료행위에 영향을 받은 경우 등 비도덕한 진료행위 의심사례로 발견된 의료인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또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 ▲중대한 신제·정신적 질환이 있는 의료인 등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대상은 각 시도의사회에서 설치한 전문평가단에서 심의를 진행하며, 전문평가단은 지역의사회 추천을 받은 전문가로, 지역 내 의원과 대학병원, 종합병원에 소속된 의사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일차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해 면담을 통해 조사를 실시하며, 조사가 어려울 경우 복지부·보건소 등과 공동 조사를 하게 된다.

조사 결과 행정처분 조치가 필요한 사항으로 판단되면 시도의사회에서 심의 후 의협 윤리위로 회부, 처분을 의뢰하면 의협 윤리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처분 결과를 정해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의료계 내부서 여전한 반감
이처럼 의협과 복지부가 나서 동료평가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의료계 내부의 반발은 여전하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시범사업은 결국 회원들의 반발을 사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물론 일제 강점기 시대의 ‘앞잡이’와 다를 바 없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온다. 

경기도의사회 이용진 기획부회장은 동료평가제 시범사업의 프로세스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 기획부회장은 “시도의사회 전문평가단을 구성하려면 법률은 물론 개원가 및 병원계의 실정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투입돼야 하는 데 시범사업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시점에 구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특히 시도의사회가 추천한다고 해서 전문평가단에 참여할 의사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부회장은 “복지부도 강제조사권이 없는 마당에 의협 윤리위원회가 행정처분 의뢰를 위한 심의를 한다고 해서 대상자가 참석할지 궁금하다”며 “아울러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면, 복지부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협회 자율에 맡기겠다’는 선언적 문구를 통해 힘을 실어주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료평가제 시범사업은 성급하게 진행되는 졸속사업에 불과하다”며 “표면에 드러난 문제들이라도 해결하지 않으면 회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이 복지부와 동료평가제를 실시키로 한 것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있었다. 

대한평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일제 강점기 시대 앞잡이도 아니고 서로를 감시하는 기가 막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관치의료 때문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협회가 복지부와 함께 동료평가제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건 통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동료평가제 시범사업 참여를 결정한 협회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평의사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 추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의협 “믿고 따라와 달라” 
한편, 의협은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등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국민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만큼 전문가단체로서 국민과의 신뢰회복을 위한 시범사업이라며,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의협 김주현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의료계 내부의 지적들이 일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처음 시작은 불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복지부가 협회 의견을 수용하고, 의사 전문가단체가 자율징계권을 가져온 만큼 회원들도 믿고 따라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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