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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환자 두번 울리는 '혈액투석 급여기준'투석당일 추가처방 건강보험은 되고, 의료급여는 안되고..."차별적 제도 개선해야"
고신정 기자  |  ksj8855@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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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6.09.05  06: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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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질환과 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A와 B. 어느 날 병원에 이들이 동시에 찾아왔다. 혈액투석 후 의사 C는 환자 A에게 망설임없이 심장질환 약을 처방했다. B에게도 같은 처방이 필요했지만, C는 잠시 머뭇거렸다. B에게 처방이 나가면, 해당 약값이 전액 삭감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같지만, 다른 두 환자. 환자 A는 건강보험 가입자, B는 의료급여 환자다.

'글리벡 무더기 삭감 통보' 사건을 계기로, 의료급여 혈액투석 환자 급여기준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심평원은 지난 5월 다수 의료기관에 '의료급여 혈액투석 기준초과 청구건 정산(환수) 예정' 통보서를 보냈다. 의료급여 환자를 진료한 뒤, 같은 날 정액수가 이외의 비용을 청구한 경우가 환수대상으로, 여기에는 백혈병 환자가 혈액투석 당일 혈액내과에서 글리벡을 처방받은 내역도 포함돼 있다.

환자의 상태를 볼 때 추가 처방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현행 기준상 의료급여 환자에게 약을 처방한 뒤 별도로 그 비용을 청구하는 일은 '급여기준 위반'이다.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비는 일당 정액수가 안에서 모두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급여 투석수가, 더 아파도 다른 병 있어도 무조건 '14만 6210원'

현행 기준은 의료급여환자가 외래 혈액투석을 받은 경우 의료급여기관 종별에 상관없이 1회당 14만 6210원의 정액수가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 안에 의료급여환자 진료비 일체가 포함되어 있다는 입장이다. '정액수가에는 진찰료와 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필수경구약제 등 투석당일 투여된 약제와 검사료 등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현행 규정이 근거.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동반상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도, 환자가 의료급여 환자이고, 처방날짜가 혈액투석 당일로 같다면 정액수가로 이미 그 비용이 지불되었으므로, 환자에게 추가 처방된 약값이 얼마이든 별도로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의료급여 환자 진료 후 별도 산정이 가능한 때는 수가기준에서 예외로 인정한 '같은 날 다른 상병으로 다른 진료과목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은 경우' 뿐이다. 1인 의원의 경우 추가 처방이나 처치를 인정받을 방법이 사실상 전무한 셈. 여러 진료과목을 둔 병원급 의료기관이라도 환자의 질환이 '내과계'라면, 마찬가지다. 

백혈병 신장투석 환자에 글리벡 처방 '환수'...급여기준이 뭐길래

정부가 백혈병 신장투석 환자 글리벡 처방에 대해 환수 통보를 낸 근거도 여기에 있다. 

환자가 의료급여 환자이고, 글리벡을 처방받은 날짜가 투석 당일인 만큼 별도 청구가 불가능하며, 해당 의료기관에서 이 기준을 초과해 환자의 약값을 청구했으니, 급여기준에 따라 삭감한다는 얘기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신장내과와 혈액종양내과가 엄연히 분리되어 있지만, 수가기준상 이들은 '내과'라는 동일진료과목으로 본다. 같은 진료과목 의사에게 받은 처방이니, 현행 급여기준상 별도산정이 불가하다.

반대로 건강보험 환자가 같은 수순에 따라 투석을 받고, 글리벡을 처방받았다면 어땠을까? 건강보험 환자에 대해서는 행위별 수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필요한 약을 처방받을 수 있고, 의료기관도 삭감 걱정없이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쓸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의료기관들에서는 금전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환자에게 필요한 추가 처방을 내고 있다. 현행 급여기준 안에서 의사가 손해보지 않고 진료를 하려면 중증복합질환을 가진 투석환자라 하더라도 다른 날 재내원할 것을 요청해 비용을 별도 처리하거나, 환자를 아예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수 밖에 없다.  

"건강보험-의료급여 차별하는 잘못된 제도...반드시 개선해야" 

대한투석협회 김성남 총무이사는 "현행 기준은 건강보험환자와 의료급여환자의 차별을 유도하는 매우 잘못된 제도"라며 "의료급여 투석환자 정액수가 개선을 위한 고민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투석협회는 관련 고시가 제정된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으나, 개선은 더디다. 글리벡 삭감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 내부에서 제도개선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석협회 손승환 이사장은 "글리벡 삭감 논란 이후, 정부 내부에서 암 등 중증질환자나 희귀난치질환자에 대해서는 정액수가 적용에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일반적인 기준을 그대로 둔 채 일단 문제 된 부분만 정리하고 보자는 전형적인 뗌질처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의료급여 환자 모두가 건강보험 환자와 차별받지 않고, 정당한 진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제도개선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하다면 이의 개선을 위한  헌법소원, 행정소송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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