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의 진화③ - TZD

 
 

고진감래(苦盡甘來). 티아졸리딘디온(TZD) 계열의 심혈관 아웃컴 관련 행보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단어가 있을까. TZD 약물인 로시글리타존이 모든 당뇨병 약물을 심혈관 안전성 도마에 올려 놓으면서 TZD 약물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TZD인 피오글리타존도 추락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피오글리타존은 결국 IRIS 연구를 통해 심혈관 아웃컴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이 연구를 통해 피오글리타존은 엠파글리플로진 이후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입증한 당뇨병 약물이 됐다. 그야말로 인내의 승리다.

IRIS 연구로 다시 날아올라
올해 국제뇌졸중학회(ISC)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IRIS 연구에서는 피오글리타존이 위약 대비 뇌졸중 및 심근경색증을 유의한 수준으로 예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환자들은 6개월 이내 허혈성 뇌졸중 또는 일과성허혈발작(TIA)을 경험한 40세 이상이었고, 인슐린 저항성을 동반하고 있었다. 단 당뇨병은 아니었고, 심부전, 방광암도 없었다. 인슐린 저항성은 HOMA-IR 3.0 초과로 정의했다.

환자들은 피오글리타존(15mg에서 45mg까지 증량)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 분류했고, 5년 후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증 발생률(1차 종료점)의 차이를 분석했다. 최종 분석에는 3876명이 포함됐다. 평균 연령은 두 군 모두 63.5세였으며 남성 비율은 65%였다. 뇌졸중 병력 환자는 87%, NIHSS(뇌졸중 평가척도) 5점 이상 비율은 5%였다. 심방세동 환자도 7%가 포함됐다. 평균 BMI는 30kg/㎡였다.

뇌졸중·심근경색증 위험 24%↓

 

연구 5년 시점 평가에서 피오글리타존군은 위약군보다 뇌졸중 및 심근경색증 위험이 24% 낮았다(HR 0.76, 95% CI 0.62-0.93). 뇌졸중, 급성관상동맥증후군, 당뇨병, 사망 등 각 종료점에 대한 예방효과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예방 경향은 뚜렷했다. 뇌졸중 발생률은 피오글리타존군과 위약 군에서 각각 6.5%와 8.0%, 급성 심근경색증도 5.0%, 6.6%로 피오글리타존군에서 낮았다. 더불어 뇌졸중, 심근경색증, 심부전을 합친 발생률을 평가했을 때에도 각각 10.2%, 12.9%로 피오글리타존군의 위험이 낮았다.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 주는 이점 입증
IRIS 연구는 피오글리타존의 인슐린 저항성 개선효과에 초점을 맞춘 연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상태로 정의되는데 이는 고인슐린혈증, 고혈당, 고지질혈증, 염증, 내피기능장애로 이어진다.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은 뇌졸중과 심근경색증을 일으키는 주요한 위험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연세의대 차봉수 교수(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는 "IRIS 연구는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 주는 이점을 장기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당뇨병 환자가 아닌 이들을 대상으로 피오글리타존이 순수한 심부전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PROactive 연구에도 관심 집중
한편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결과적으로 로시글리타존과 심혈관계 부작용 간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지으면서 IRIS 연구에 앞서 발표된 PROactive 연구(Lancet. 2005;366:1279-1289)에도 재차 관심이 모이고 있다.

PROactive 연구는 대혈관질환 병력 사건을 경험한 제2형 당뇨병 환자 5238명을 대상으로 피오글리타존군(15~45mg)과 위약군으로 분류해 효과를 비교한 연구다. 1차 종료점은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뇌졸중,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하지정맥에 대한 내혈관 또는 수술적 중재술, 발목 위쪽의 사지절단 등으로 설정했다. 분석은 Intention-to-treat로 진행했다.

평균 관찰기간은 34.5개월이었고 1차 종료점 중 1개 이상에 해당하는 비율은 피오글리타존군에서 10% 낮았지만(HR 0.90, 95% CI 0.80-1.02, p=0.095) 통계적 유의성은 입증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에서는 16%의 유의한 감소(0.84, 0.72-0.98, p=0.027)를 보였다. 전반적인 안전성 및 내인성도 기존 안전성 프로파일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의 결과를 보였다.

차 교수는 "TZD 관련 심혈관 안전성 문제는 로시글리타존에 국한된 문제였고, PROactive 연구에서 다른 연구들의 1차 종료점에 해당하는 사망, 주요 심혈관유해사건(MACE) 감소효과를 보였다는 점은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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