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법률적 판단 따라 처분 검토해야” vs "의료광고 여부 판단 필요"

▲ 한 한방병원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투병간증 동영상 화면 캡쳐

#. 췌장암 판정을 받은 A씨.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저곳 병원 홈페이지를 찾아 치료 정보를 찾는 게 하루 일과다. 그에게 눈에 띈 것은 한 병원의 ‘치료사례’ 동영상 배너. 배너를 클릭하자 재생된 동영상에서는 A씨처럼암환자였던 한 환자가 해당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3개월만에 암세포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A씨는 동영상을 보고 다음 날 그 병원을 찾기로 결심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적극 활용 중인 투병 간증이나 인터뷰 형식의 동영상. 이 같은 동영상이 의료광고 여부를 놓고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애매한 줄타기를 하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과 보건당국은 이를 의료광고로 볼 수 있느냐‘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사례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요즘 대세 ‘투병 간증 동영상’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홈페이지나 유튜브에 환자들의 치료 경험담을 간증 형식으로 찍은 동영상을 게재하고 있다. 

실제로 환자단체가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췌장암이 폐에 전이된 환자 J씨는 S한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3개월 만에 전이된 암 세포가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J씨의 치료경험담에는 해당 한방병원의 로고가 그대로 게재돼 있고, 인터뷰 중간중간 담당 한의사가 동석해 “빠르게 기력을 회복해가는 모습을 보면 큰 희망을 갖게 된다”며 J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 같은 투병간증 형태의 동영상은 비단 이 곳뿐만 아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양한방통합진료를 한다고 알려진 의료기관의 대부분은 이 같은 형태의 동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와 유투브에 게재하고 있다”며 “이 같은 투병간증 및 인터뷰 동영상을 이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큰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의료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투병간증, 명백한 불법”
투병간증 및 인터뷰 동영상을 두고 환자단체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료법 시행령 제23조제1항제2호에 따라 특정 의료기관·의 진료방법이 질병 치료에 반드시 효과가 있다고 표현하거나 환자의 치료경험담이나 6개월 이하의 임상경력을 광고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는 게 이들 주장의 근거다. 

안 대표는 “동영상이 환자 본인의 의지에 따라 직접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제작됐다면 의료법상 금지되는 의료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동영상 중간에 해당 의료기관의 상호나 연락처가 나오는 것을 보면, 의료기관에서 비용을 들여 제작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관련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자단체는 투병간증 및 동영상이 환자나 환자 보호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만큼 보다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 대표는 “투병간증 및 동영상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치료효과에 대한 신뢰까지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인터뷰 당시에는 그 치료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었을지는 몰라도 그 이후 질환이 악화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동영상에 출연한 환자의 치료경과 등을 보다 면밀하게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투병간증 및 인터뷰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불법행위라는 주장도 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쇼닥터가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대중적인 인지도를 이용해 홈쇼핑에서 상품을 파는 행우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껴야 하는 것처럼 투병간증 및 인터뷰 동영상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업적인 행위들이 환자나 국민들에게 비용을 낭비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잘못된 치료방법을 선택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올바른 정보를 보고 선택했다면 완치가 되거나 호전될 환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접함으로써 치료시기를 놓치고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이는 환자의 권리나 선택 측면에서 반드시 규제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강조했다. 

“의료광고 여부부터 확인해야”
반면, 투병 간증 및 인터뷰 동영상을 처벌하기에 앞서 의료광고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위법성 판단은 정보제공인지 의료광고인지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우성 이인재 변호사는 “의료기관들은 정보 제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며 “선물과 뇌물의 판단 기준이 애매하듯이 투병간증 및 인터뷰 동영상은 의료광고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판단 기준이 애매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경험담이 불리한 내용은 삭제한 채 유리한 내용만 남겼다면 정보제공의 목적보다는 광고에 가깝다는 판례도 있다”면서 “투병간증 및 인터뷰 동영상 또한 정보 제공과 의료광고의 중간에 있을 수 있기에 개별적인 사안에 따른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투병간증 및 인터뷰 동영상이 소비자를 현혹하는지 아닌지를 두고 의료광고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사무총장은 “소비자를 현혹하는 투병간증 및 인터뷰 동영상이라면 문제가 된다고 봐야 하며, 이에 대한 관리와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며 “의료광고가 아니라면 소비자들이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투병간증 및 인터뷰 동영상에 대해 개별적인 판단에 따른 처벌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그동안 관련법에 근거해 처분은 진행돼왔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의료법상 치료후기나 경험담과 관련된 내용은 금지돼있어 간증 및 인터뷰 형식의 동영상도 치료경험담인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그동안 의료법 제56조, 의료법 시행령 제23조제1항2호에 따라 수시로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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