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 증상 심할수록 요추골·대퇴경부 골다공증 유병률 높아

▲ 고려의대 박현태 교수(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고민수기자모든 여성은 50세 전후로 일생에 한 번 폐경을 경험한다. 폐경은 자연적인 신체 변화의 과정이지만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혈관운동증상(Vasomotor symptoms, VMS)을 포함한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특히 폐경여성에서 골다공증 발병 위험은 폐경 전과 비교해 10배 가까이 증가하고, 60세 이상 여성의 절반 이상이 골다공증을 경험할 정도로 매우 빈번히 발생하지만 진단율은 매우 낮다. 반면 VMS는 그 증상이 명확하게 드러나 환자들이 쉽게 자각할 수 있다.VMS는 폐경으로 인한 자연적인 증상이라고 여겨져 왔지만 최근 심혈관 질환, 동맥경화, 골다공증과의 관련성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구가 서양 여성을 대상으로 하였고 나라마다 VMS의 빈도에 큰 차이가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고려의대 박현태 교수(안암병원 산부인과)는 한국 폐경여성에서 안면홍조 등의 VMS가 골다공증이나 대사증후군과 유의한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를 최근 북미폐경학회와 유렵폐경학회지에 발표하였다. 박 교수를 만나 폐경여성에서의 VMS와 골다공증, 대사증후군의 연관성을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폐경여성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무엇인가?폐경기의 흔한 증상 중 하나로 여성의 3명 중 2명 이상이 안면홍조, 발한 등의 혈관운동증상(VMS)을 경험한다. VMS는 마지막 월경일로부터 1~2년 이내 가장 심하고 평균 4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1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약 10% 정도로 매우 다양하다.지역 및 인종에 따라 VMS 유병률에도 차이가 있는데, 북미와 유럽 여성의 36~80%, 아시아는 22~63%의 여성이 안면홍조, 발한 등을 경험한다. 우리나라의 2010년 시행된 무작위 연구결과를 보면, 폐경기 이행 여성의 41.6%, 폐경 초기 여성의 53.1%, 폐경 후기 여성의 36.5%가 VMS 증상을 동반한다.단일증상으로 안면홍조만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지만, 대부분 안면홍조와 발한을 함께 동반하고 있었다. VMS 외에도 관절통, 근육통, 우울증, 수면장애 등의 폐경 증상을 경험한다.-이러한 증상은 개인의 삶의 질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혈관운동증상의 급격한 발현은 여성으로 하여금 사회적 접촉을 피하게 만들 수 있고, 자신감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야간 동안 경험하게 되는 VMS는 수면 리듬에 큰 혼란을 주고 경우에 따라 심각한 수면장애가 나타난다.실례로 폐경여성의 삶의 질에 대한 국내 연구결과들을 보면 폐경 여성의 폐경 증상과 삶의 질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이러한 이유로 폐경 여성에서 시의적절한 호르몬 요법 치료가 2014 대한폐경학회 치료지침에도 권고됐는데, 폐경 여성이 폐경호르몬요법을 받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신체증상, 우울증상, 수면장애 등이 유의하게 개선됐다. 또 폐경호르몬요법을 받은 여성은 심리사회적·신체적 변화영역에서 삶의 질 점수가 높았다.-폐경기 VMS가 심한 여성일수록 골다공증 위험도 증가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 연관성이 어느 정도인가?
▲ 고려의대 박현태 교수(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골다공증은 50대 이상 여성에서 유병률이 높은 질환임에도 골절이 발생할 때까지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낮은 진단율 개선과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 골다공증 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기준으로 VMS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시행된 바 있지만, 대상군이 작고 결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한계가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연구진이 모집단의 규모와 문제점을 보완해 안면홍조가 심한 폐경여성에서 골다공증 발병 위험이 어떠한지를 알아봤다. 45~65세 폐경 여성 1,390명을 검토한 결과 VMS가 있는 환자들의 골밀도가 더 낮고, 중등도의 VMS는 대퇴경부 골다공증 위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특히 VMS 증상이 심할수록 요추골 및 대퇴경부 골다공증 유병률이 높았다. VMS는 골다공증 외에도 대사증후군 발병률 역시 높였는데 이는 폐경여성에서 동반되는 안면홍조, 발한 등이 비만 인슐린 저항성, 지질 이상 등 다양한 신진대사 요소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 일전의 연구에서는 VMS와 대사증후군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좀 더 세부적인 설명을 덧붙이자면?

폐경 후 여성은 고혈당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증가, 복부비만, 혈중지질의 증가, 혈압의 상승과 상관관계가 있는데, 이 같은 증상이 대사증후군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

더욱이 페경 후 신체활동이 없는 여성은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근육량과 근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대사증후군 위험도 높게 상승하는데, 미국은 폐경 여성의 50%, 한국은 30%에서 대사증후군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여성이 에스트로겐 수치가 약간 높기 때문에, 수치가 낮은 마른 여성에서 안면 홍조나 발한 등을 더욱 많이 경험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오히려 과체중이거나 비만한 여성이 안면홍조 등을 더욱 많이 동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장기연구를 통해 더욱 명확한 근거들을 확보한다면 VMS가 대사증후군과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폐경 여성 선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향후 진행하려는 연구가 있는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폐경기에서 흔히 동반되는 안면홍조, 발한, 우울, 불면증 등이 유독 심한 환자를 단순 폐경 증상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렸다고 생각한다.

다만 단순히 VMS만으로 골다공증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확신할 수 없으므로 왜 여성들이 갱년기를 거쳐 폐경기에 접어들면 안면홍조, 발한 등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지부터 먼저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

증상의 대부분은 폐경호르몬요법을 통해 개선을 보이고는 있지만, 여성 호르몬과 VMS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기관에서 모집한 폐경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를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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