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법안 취지·골격 서발법과 '닮은꼴'...전방위 규제완화 마중물 될라 '우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국회가 '지역전략산업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안', 이른바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을 19대 임기내 처리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의료계와 시민사회는 "국부·일자리 창출을 위한 맹목적 규제완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일제히 반대입장을 밝혔다.

규제프리존 특별법, 도대체 뭐길래....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각 시도별로 각종 규제특례가 적용되는 이른바 '규제 프리존'을 지정, 지역산업을 적극 육성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주로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수도권에 몰렸고, 이것이 지역산업발전의 걸림돌이 되온 만큼, 과감한 규제특례를 통해 기업의 투자유치와 경제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다.

규제프리존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연말.

정부는 창조경제 생태계 구현을 기치로,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기업의 실질 규제 체감도를 '제로' 수준으로 개선하는 규제프리존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각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시도별로 1~2개의 지역전략사업도 정했다. 당시 대구는 웰니스 산업, 대전은 유전자의학, 강원도는 스마트 헬스케어, 충북은 바이오의약 등을 전략사업을 육성하겠다고 했다.

▲ 전국 14개 시도 규제프리존 전략사업 선정결과

그리고 지난 3월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규제프리존 제도 도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키로 결정했다. 새누리당 경제상황점검 TF 단장이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3월 24일 동료의원 13인과 함께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강석훈 의원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 주도의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국단위로 도입하기 어려운 규제완화를 일정 지역에 한정, 특화된 맞춤형의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특별법 제안이유를 밝혔다.

또 "가까운 일본은 특정지역 국가전략특구 지정을 통해, 의료와 농업 등 지역특화산업에 규제특례를 부여, 실제 기업투자사례를 창출하고 있다"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상지역만 줄인 '미니' 서발법..."전방위 규제완화 발판"

의료계와 시민사회는 이번 특별법의 추진을, 현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변형으로 보고 있다. 전국 단위로 적용이 가능하지만 당장 '영리화' 프레임에 갇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서발법을 대신해, 지역 단위 규제완화로 시작해 전국 확대로 가는 우회입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양 법안은 법 추진 배경이나 방법 등의 측면에서 상당부분 맥을 같이 한다. 양 법안 모두 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대표적인 경제활성화 법안이며, 규제완화라는 방법을 통해 미래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신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골격에, 법 시행의 중심에 재정부처가 있다는 점도 닮았다. 

서발법이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국가 서비스산업발전을 위한 컨트롤 타워로 세웠다면, 규제프리존 법안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산하의 특별위원회가 그와 유사한 역할을 담당한다.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특례부여, 사업계획의 승인 등의 사항이 모두 특별위원회와 기재부 장관의 몫이다.

특히 특별법은 법에 따른 규제특례를 다른 법령에 우선해 적용하며, 기타 다른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열거한 제한이나 금기사항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지역전략산업발전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허용하도록 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택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규제프리존에서 벌어지는 규제완화에 관한 사항을 재정당국에 포괄위임하는 방식. 이는 서발법에서도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보건의료단체들의 모임인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5일 성명을 통해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서발법의 체계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특별법대로라면 서발법처럼 모든 생명과 안전, 사회공공성 전체가 경제산업 논리의 발 밑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지역에 한정된 규제완화라고 하지만, 실상은 지역 단위에서 먼저 추진해 성공 케이스를 만든 뒤 전국으로 이를 확산시키려는 의도"라며 "규제프리존 법안은 사실상 모든 공공적 규제를 없애자는 심각한 규제완화 법안으로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법안대로라면) 신기술 기반사업이라는 명목하에 정부가 강행하고자 하는 원격의료, 건강관리서비스 등 각종 의료영리화 정책들을 집행할 우려가 크다"며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의사결정이 기재부의 주도 하에 경제적, 사업적 측면에서 이뤄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다시 살아난' 부대사업 확대·미용기기 신설...의료계 반발 

▲지난해 열린 규제기요틴 저지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 이날 의료계 지도자들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보건의료 규제기요틴 정책을, 기요틴하라"며 단두대 퍼포먼스를 펼쳤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규제특례의 세부내용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번에도 의료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규제프리존 내 지역전략산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세제혜택과 더불어 각종 규제특례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법안에 명시된 규제특례 대상 법률만 무려 60여건.

여기에는 의료법·약사법·의료기기법·공중위생관리법에 관한 규제특례도 포함돼 있다.

실제 특별법에 따르면 의료법에 관한 특례로서, 규제프리존 내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법인은 시·도지사의 조례로 정하는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중위생관리법 특례로서, 규제프리존 내 미용업소를 개설한 법인은 의료기기 중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대표적인 규제완화 정책으로 과거 이미 의료영리화, 무면허 의료행위 논란을 일으켰던 '문제적 조항'. 현행 법률은 의료법인으로 하여금 의료법에 명시된 것 이외의 부대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미용사 등 비의료인의 의료기기 사용 또한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26일 성명을 통해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는 영리병원의 도입을 가속화시키고,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 의료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며, 의료기기 사용규제 특례는 이미용업자들의 유사의료행위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또한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와 미용업자 의료기기 허용은 경제 상업적 논리에만 매몰된 결과로, 의료의 본질과 가치를 훼손할 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국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맹목적 규제완화는 보건의료의 왜곡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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