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술상 과실 인정 안 돼…진료비 및 지연손해금 지급해야

교통사고를 당해 무릎 수술을 받은 환자가 병원에 수술 관련 진료비 및 지연손해금을 반환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다만, 이 환자는 병원 측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환자 A씨가 B의료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B재단은 A씨에게 1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B재단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소소송에서는 A씨에게 514만 8271원을 반환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A씨는 지난 2010녀 11월경 교통사고를 당해 이듬해 4월까지 B재단이 운영하는 C의원에 입원해 2회에 걸쳐 우측 무릎 및 좌측 무릎 부위의 수술을 받았다.

의료진은 A씨에게 2010년 12월경 우측 무릎 외측반월상연골 부분절제술을 시행하고, 이듬해 1월경에는 좌측 무릎 전방십자인대재건술을 시행했다.

A씨에게 교통사고로 인한 진료비 상당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를 진 D보험사는 C병원의 청구에 따라 A씨의 진료비 중 80% 상당을 선지급하고,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에 진료비 전체에 대해 심사를 청구했다.

심의회는 “좌술부 통증으로 좌측 무릎 전방십대자인대재건술을 시행했으나 제출된 2010년 12월 29일 좌슬부 MRI, 과절경 사진 참조시 좌측 슬관절 전방십자인대는 퇴행성 변화는 있으나 형태가 유지되고 있고 파열소견 및 급성 손상소견이 없어 이 수술은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한 뒤, 수술과 관련된 치료비를 반환하는 결정을 내렸다.

심의회의 결정에 따라 C병원이 D 보험사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진료비는 514만 8271원이며, A씨는 수술 이후 영구적 장애인 좌측 슬관절 부위의 관절운동 제한 증세를 갖게 돼 노동상실률 약 12%에 이르게 됐다.

A씨는 “이 사건 수술 당시 좌측 전방십자인대는 퇴행성 변화가 있는 정도일 뿐 파열된 상태는 아니었으므로 이 사건 수술을 해야할 적응증이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C병원 의료진은 십자인대가 파열된 것으로 오진하거나 알면서도 보존적 치료를 하지 않고 수술을 해 악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진은 급성 파열이 아닌 단순한 퇴행성 질환으로서 수술적 처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보존적 치료도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한 후, 수술여부에 대한 결정을 하도록 했어야 했지만 이 같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C병원에 대해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지만, A씨가 주장하는 시술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교통사고 직후에는 좌측 슬관절의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지만 이 사건 수술 직전인 2011년 1월 초경부터는 좌측 슬관절의 통증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술 직전까지 외부 충격에 의한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추단할만한 상황이 발생된 바도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방십자인대는 외부 충격 없이도 퇴행성 변화로 소실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에게 보존적 치료를 우선하지 않고 수술을 시행한 의료진의 판단이 의사의 진료방법 선택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B재단이 정당한 사유 없이 수술시 촬영된 관절경 사진을 제공하지 않았고, 이러한 사정은 B재단에게 불리하게 고려돼야한다면서 의료진의 진료방법 선택상 과실을 인정해야한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 재판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B재단이 관절경 사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고의로 제공하지 않았고, 일종의 입증방해행위로 평가할 수 있더라도 법원에서는 입증방해 행위를 하나의 자료로 삼아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방해자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음에 그칠 뿐, 입증책임이 전환되거나 상대방의 주장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것.

재판부는 “B재단이 관절경 사진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A씨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C병원 의료진의 진료방법 선택상 과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오히려 이 사건 수술 직전 시행된 각종 검사결과만으로도 이 사건 수술의 적응증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의료진이 A씨에게 좌측 전방십자인대의 객관적 상태 및 그 치료를 위해 수술 외에 보존적 치료방법도 있다는 점과 각 방법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등을 A씨의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 정도로 설명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선 인정했다.

재판부는 “B재단은 A씨에게 의료진의 설명의무위반에 따른 위자료 12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A씨는 이 사건 수술에 관한 의료진의 진료방법 선택, 시술상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환자의 진료비 채무가 당연히 감경되거나 면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료비 중 미지급된 514만 8271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