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시스템 개선 먼저 이뤄져야 가능... 인식부족, 수익분배, 사고 발생 문제 처리 등이 발목

 

개방병원을 이용하려는 의사들은 있지만 이 제도가 자리잡으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개방병원이란 2, 3차 의료기관으로서 유휴시설(병상)과 장비 및 인력 등을 참여병·의원과 계약에 의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을 했고, 2009년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개방병원, 장점 많지만 이용하기 어려워

부산에 있는 베스트비뇨기과를 운영하는 권헌영 원장. 개방병원제도를 이용하는 몇 안 되는 개원의사다. 동아대병원 교수로 10여년 근무하다 개원을 한 후 병원에서 중간급 규모의 수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에 좌절했다고.

그래서 권 원장이 해결책으로 찾은 것이 바로 개방병원이다. 병원 주변에서 2-3차 병원을 운영하는 지인들을 설득해 개방병원을 시작했고, 지난해 상반기에 약 20여명의 환자를 개방병원에서 수술했다.

권 원장은 "개방병원을 이용하면 개원의가 비싼 의료장비 등의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비효율을 감소시켜 주는 등 개방병원제도는 좋은 제도임에 틀림없다"며 "개원의 입장에서는 대학병원에서 배운 술기들을 개원가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자신의 술기를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개방병원의 강점을 설명한다.

환자를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개방병원은 장점이 많은 제도라는 게 권 원장의 얘기다. 환자를 수술해야 할 때 대부분 큰 병원으로 전원시키는데, 개방병원을 이용하면 직접 수술한 후 케어하고 퇴원시키는 등의 활동이 이뤄져 환자가 개원의를 더 신뢰하게 된다는 것이다. 환자가 개원의를 실력을 믿게 되고, 이후 환자를 추천하는 일도 많아진다고.

개방병원의 이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노원척의원은 서울척병원을 개방병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노원척의원의 정상기 원장은 영상의학과, 수술실, 병동 등과 같은 첨단 진단 검사 및 수술 장비 시설 등 비용에 대한 효율을 높이고, 의사로서의 자부심도 높일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 노원척의원 정상기 원장

정 원장은 "개원가에서 정형외과 의사로 생활하면 수술해야 하는 서전임에도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런데 개방병원을 이용하면 수술도 할 수 있고, 서전으로서의 성취감도 갖게 된다"고 장점을 설명한다.

여러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개방병원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현재의 의료전달시스템에서 개방병원을 활성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환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2차나 3차병원을 갈 수 있는데 굳이 1차병원에서 개방병원을 이용한 수술을 하겠냐라는 것.

2차나 3차 병원의 환자본인부담금이 훨씬 많아지거나, 의료전달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개방병원 활성화는 어려운 문제라는 얘기다.

정 원장은 "개방병원은 잘 모르는 사람끼리 하기 어려운 제도다. 잘 모르는 사람끼리 개방병원을 하라고 추천하고 싶지 않다"며 "서로에 대한 신뢰나 의료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지 않으면 사소한 것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진료수익 분배도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현재 복지부는 행위료, 회진료, DRG 등을 구분해 놓고 환자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건강보험기준을 적용할 때 개방병원이 기본수가 수입을 갖고, 참여하는 의사가 진료행위료의 종합병원 가산율 25% 수입을 가져갈 수도 있다.

또 개방병원이 상급병실료, 식대, 기타비급여비 등 수입을 가져갈 수도 있고 참여의가 건강보험기준 등 30~40% 수입을 취할 수 있다. 결국 개원의가 개방병원과 어떻게 논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대부분 시설과 장비를 갖춘 2-3차병원이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개방병원을 운영하면서 수익분배로 손익을 따지면 서로 답이 없다. 잘 모르는 사람끼리 하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인식부족이나 의료사고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도 개방병원이 나아가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권 원장은 "개방병원에 대해 알고 있는 의사가 매우 적어 이용하려 해도 상대방 병원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2~3차 병원에 있는 의사들이 개원의를 좀 낮춰보는 경향도 있고, 치료한 후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개방병원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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