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대 이한철 교수 "환자특성 따라 장단기 결정해야"
항혈소판제 선택기준 안전성 중시해야

유럽심장학회(ESC)는 올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비ST분절상승 급성관상동맥증후군(NSTE-ACS) 환자의 이중항혈소판요법(DAPT)과 관련해 12개월을 표준으로 두고, 환자의 허혈 및 출혈 위험도에 따라 단기간(3~6개월) 또는 장기간(최대 30개월) 모두 고려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이중항혈소판요법 기간을 두고 12개월 외에 장·단기적 치료의 타당성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의대 이한철 교수(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는 ESC의 결정에 대해 "이중항혈소판요법 기간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놓고, 하나의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임상의가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적절한 선택을 하도록 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각각의 환자에서 3~6·12·30개월의 치료가 모두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환자의 임상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담당 임상의가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한 항혈소판제 선택과 이중항혈소판요법 시 기간의 선택에 있어서 유효성만큼이나 안전성이 중시돼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고위험군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서 이중항혈소판요법 등 항혈전치료를 장기적으로 가져가야 할 경우 출혈과 같은 부작용 위험이 환자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장기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는 쪽으로 항혈소판제의 선택이 기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에서 항혈소판요법이 필요한 이유와 현재의 표준치료는?

▲ 부산의대 이한철 교수
- ACS 환자의 경우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 등의 항혈소판요법을 적용했을 때 사망률이 20% 이상 감소한다.

때문에 ACS 급성기부터 12개월까지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의 이중항혈소판요법(DAPT)이 표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스텐트로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에도 재협착이나 스텐트혈전증으로 인한 주요심혈관사건 위험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의 항혈소판요법을 필수적으로 적용한다.

- 이중항혈소판요법 기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 위험도가 높은 ACS 환자에서 아스피린 단독요법만으로는 혈전색전증에 의한 심혈관사건 위험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아스피린에 클로피도그렐을 더하는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적용할 경우, 심혈관사건 위험이 더 감소하는 것으로 근거가 쌓여 있다.

다만 항혈소판제 병용, 여기에 항응고제까지 더해질 경우의 출혈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이중항혈소판요법을 무기한 가져갈 것이냐, 아니면 장·단기적으로 중단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 현재 이중항혈소판요법에 대한 컨센서스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 PCI 후 1년까지가 표준으로 권고되고 있다. 한편 1·2·3세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스텐트 기술이 개선되면서 혈전증 위험이 많이 낮아짐에 따라, 6개월이나 3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지 않느냐는 연구들이 여럿 진행됐다. 이중항혈소판요법을 1년 이상 최대 30개월까지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심혈관사건 위험감소에 더 큰 혜택이 있다는 임상연구도 보고돼 왔다.

- ESC 가이드라인은 이중항혈소판요법 기간을 1년으로 하고, 허혈·출혈위험에 근거해 3개월 또는 30개월의 장·단기 치료도 타당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는데.

- 환자의 여건, 즉 임상특성에 따라 의사가 장·단기를 적절히 선택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한마디로 기준이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너무 방대한데, 이에 근거해 임상의들이 환자의 임상특성에 기반해 항혈소판제 또는 이중항혈소판요법 기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를 놓고 본다면, 1년과 3개월·30개월이 모두 지지를 받고 있다.

즉 PCI에 사용된 스텐트의 폴리머와 약물의 종류에 따라, 더 나아가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3·12·30개월의 적용이 가능해진다. 이를 일괄적으로 하나의 기준을 적용해 통일해서 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표준은 1년이지만, 사용된 스텐트의 종류를 비롯한 환자의 임상특성을 잘 알고 있는 임상의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기간을 어떻게 달리 할 수 있나?

- 스텐트 시술병변(좌주간부, 다혈관)이나 연령·동반질환 등에 기반했을 때 허혈로 인한 심혈관사건 위험이 높으면서 출혈 부작용 위험은 낮은 환자에게는 이중항혈소판요법을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 실제로 가이드라인과 달리 이중항혈소판요법을 평생 적용하는 임상의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비용효과를 고려해야겠지만, 이중항혈소판요법의 안전성만 확신할 수 있다면 고위험군에서 장기적인 적용으로 더 큰 임상혜택을 볼 수 있다. 최근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이중항혈소판요법 복합제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겠다.

- 항혈소판제 선택의 기준은 어디에 두고 있나?

- 개인적으로는 현단계에서 항혈소판제 선택의 기준으로 안전성을 중시하고 있다. PCI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위험의 주된 원인이 스텐트혈전증인데, 약물스텐트가 3세대를 거치면서 위험도가 많이 개선됐다. 때문에 스텐트혈전증 감소라는 유효성 면에서는 더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나머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안전성인데, 특히 고령층 환자 등에서 부작용 위험이 중요한 변수인 만큼 약물선택에 있어서도 안전성이 주된 판단기준이 된다. 안전성 문제를 고려한다면, 클로피도그렐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신규 약물에 비해 장기적인 유효성·안전성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 평생 적용해야 하는 항혈소판제 단독요법의 선택은 어떻게 이뤄지나?

-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 중 어느 쪽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아스피린의 경우 유효성에 비해 출혈이나 소화불량 등 위장관 부작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경우에는 클로피도그렐이 위험 대비 혜택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선택이다. 개인적으로는 클로피도그렐이 스텐트 세대에 더 최적화돼 있다는 생각이다.

스텐트와 클로피도그렐 개발시대가 맞물려 진행돼 왔고, 기전상으로도 아스피린은 사이클로옥시게나제(cyclooxygenase)를 억제하지만 클로피도그렐은 혈소판 활성에 가장 중요한 단계인 P2Y1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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