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에 인력난 경영악화 부채질...'간호사 공급확대' 등 대책 촉구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한 중소병원 적정인력 수급과제' 토론회

"중소병원 원장들은 그야말로 전사가 된 심정이다. 전쟁터 한 가운데서 죽음을 각오하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정책 입안자가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병원장들의 고통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병원계가 중소병원 인력난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지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소병원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인력 수급불균형→인건비 상승→지출부담 증가→경영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호소다.

대한중소병원협회는 정의당 박원석 의원과 공동으로 10일 국회에서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한 중소병원 적정인력 수급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간호사 못 구해 병동 폐쇄...치솟는 인건비에 경영난 가중"

현직 중소병원장이자 대한중소병원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성규 이사장(동군산병원)은 이날 토론자로 참석해, 열악한 중소병원의 현실을 생생히 전했다.

의약분업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저수가에,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인력난이 겹치면서 중소병원들이 단순히 위기를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300병상 규모로 병원을 운영해왔으나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결국 지난해 병동 하나를 폐쇄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병동 폐쇄를 막아보려고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간호인력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설명. 수년째 이어져 온 인력난에 인건비가 치솟으면서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이사장은 "우리 병원의 경우에도 인건비 비중이 전체 지출의 50%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저수가도 큰 문제지만 인력 부족에서 오는 어려움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뺄 아랫돌도 없다"...인력난 해법은 '간호사 공급 확대'

인력난이 경영난으로 이어지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간호인력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이사장은 "정부는 취업준비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장롱면허'를 끌어내는 것으로 간호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병원계는 제도의 효과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단기적으로 취업센터를 통해 휴직 간호사의 취업을 돕더라도, 간호업 특유의 타이트한 근무여건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포기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 또 간호사의 의료업종 외 취업비율도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이사장은 "흔히 아랫돌 빼어 윗돌을 괸다지만, 중소병원 간호인력은 뺄 아랫돌도 없다"며 "중소병원은 지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으로, 중소병원 붕괴시 의료접근성에 심각한 타격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전국적으로 의료비 상승과 지역건강 인프라 붕괴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중소병원 71%, 간호사 못 구해 '입원료 가산' 아예 포기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

이날 발제를 맡은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연구실장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원가 기준 인건비 비중은 33.5%였으나,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그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건비 지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중소병원의 인력난 특히 간호인력 부족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 기준 전국 중소병원 1497곳 중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신고한 기관은 전체의 28.9%인 432곳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1065곳(71.1%)는 간호인력을 구하지 못해 입원료 가산을 포기하거나, 감산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높은 인건비 부담, 그럼에도 계속되는 인력난은 고스란히 경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인건비 높고 가산은 못 받고...중소병원 경영난 가속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병원경영분석보고서에 의하면, 2013년 전체 병원계의 의료순이익률은 1.3%에 그쳤으며, 특히 160병상 미만 병원의 경우 최근 10년간 2009년 한 해를 제외하고 계속해서 마이너스 순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로도 격차가 있어, 같은 160병상 이하 병원이라도 2013년 기준 대도시 병원은 1.1%의 순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지방 중소도시는 7.8%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이 연구실장은 "중소병원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 인건비로 원가가 높아지면서 같은 상품을 팔아도 경영수지는 열악해지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여기에 인력부족으로 각종 가산에서도 누락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실장은 인력난 가중에 따른 중소병원의 경영난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간호사 인력의 한시적 공급 확대 ▲간호등급 차등제 등급 단순화 ▲야간간호관리료 수가신설 등 입원환자 간호관리료 지불 보상 확대 등을 제안했다.

복지부, 2016~2017년 간호대 정원 동결...'장롱면허' 발굴에 초점

정부도 의료인력난과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데는 동의했지만, 당장 간호인력 공급을 확대하는 방법 등을 쓰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보건복지부 임을기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간호인력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간호대 정원을 900명 가량 확대하는 정책을 폈지만, 현장에서 활동 중인 간호사는 여전히 면허자 대비 55%, 의료기관 근무자는 45%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간호대 정원 확대가 실제 현장에서의 인력 수급난 해소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원 증원 이후 간호대학에서 실습교육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이에 내년과 내후년 간호대 정원은 동결하되,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휴직 간호사의 복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기로 했다. 일단 면허소지자들의 활동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간호등급제 단순화와 보상 확대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과장은 "인력수급과 수가가 함께 검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안을 토대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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