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상대가치 전면개편 임박, 검사 깎아 수술·처치 보정-수가협상 연계...정부 투입분 사실상 '0'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내년 적용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작업이 진행되는 제2차 상대가치 전면 개정에 관한 얘기다.

2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의 핵심은 '전문과목 간 균형성 확보'와 '원가보상률 제고'에 있다.수술과 처치, 기능검사 등 그간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온 행위들의 상대가치점수를 올려 원가보상률을 높인다는 것이 큰 틀. 

이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1조원 규모다. 정부는 이 가운데 절반은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검체와 영상검사 수가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나머지 절반은 추가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첫째는 수가인하가 예고되는 전문과목들의 반발이다. 당장 영상의학과와 검체검사 수탁이 많은 내과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인데, 여러 전문과목이 함께 돌아가는 병원과 달리, 각 개별 전문과목 단위로 분리·운영되는 개원가에 보다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가 추가재정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힌 나머지 5000억원의 출처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수가협상과 연계하는 일종의 '약속어음' 형태로, 엄밀한 의미에서 정부의 책임분담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이다. 

<상대가치점수란>

의료행위의 가치를 해당 행위에 소요되는 시간·노력 등 의사업무량, 위험도, 인력·시설·장비 등 진료비용 등을 고려해 상대적 점수로 나타낸 숫자다. 매년 건보공단과의 수가협상을 통해 정하는 환산지수(상대가치 점수당 단가)와 더불어 특정 행위에 대한 진료비를 산출하는 핵심지수로, 건강보험진료비(요양급여비용)는 이 상대가치점수에 점수당 단가를 곱한 값이다.
수가협상 결과에 따라 매년 달라지는 환산지수와 달리 특정 행위에 고정 값이 적용되는데, 업무량·위험도·진료비용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만큼 이를 반영하는 기전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5년에 한 번씩 전면개편 작업이 이뤄진다.

2차 전면개정, 무슨 내용 담겼나 

 

상대가치 전면개정 작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8년 1차 상대가치점수 전면개정은 '과목내' 진료행위들의 수가 형평성을 맞추는 형태로 이뤄졌다. 의료행위량과 위험도 등을 반영해 수가행위별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하되, 총 파이와 진료과목별 파이는 고정해 놓은 방식이다.

예를 들면 산부인과라는 큰 틀안에서 각 행위별로 수가의 적정성을 따진 뒤, 수가 인하요인이 있는 '산과 진료행위 A'의 점수를 떼어 수가 인상요인이 있는 '산과 진료행위 B'에 얹어주는 식이었다.

그러나 상대가치점수의 총점, 진료과목별 총점이 고정돼 있는 형태이다 보니, 수가의 원가보상률 자체를 높이거나 진료과목 간 의료수가 불균형은 해소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의료수가는 여전히 전반적인 저수가 상태로 머물렀고, 초기 상대가치점수 결정 시 저평가를 받았던 진료과목은 그 틀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에 이번 2차 작업은 '과목 간 균형 확보'와 '의료수가 원가보상률 제고'를 목표로 야심차게 진행됐다.

그간 저평가 돼왔던 수술·처치·기능검사의 원가보상률을 높이는 것이 큰 방향으로 △상대가치점수의 이동과 상향 △행위 재분류 △가산정비 등을 통해 1조원 규모의 재정읕 투입한다는 것이다.

수술·처치·기능검사 원가보상률 90%로 상향 

왜 수술·처치·기능검사일까?

복지부 상대가치운영기획단에 따르면 현재 수술 관련 수가항목들의 원가보상률은 76%, 처치는 85%, 기능검사는 7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가가 원가에 휠씬 못 미쳐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얘기다.

반대로 검체검사와 영상검사의 원가보상률은 159%와 122%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에 정부는 검체와 영상검사에서 상대가치점수 일부를 떼어와 옮겨오는 방법에 상대가치점수 일부를 순증하는 방식을 병행해 수술·처치·기능검사 수가 인상을 추진키로 했다.

기획단 관계자는 "수술이나 처치 등은 수가가 낮았고, 영상이나 검진쪽은 반대로 과보상 돼 왔다는 판단"이라며 "이에 양자간 상대가치점수 이동으로 과목별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상대가치균형유지'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1조원 중 8330억원으로 가장 많다. 영상·검체수가 인하로 넘어오는 돈이 5000억원, 점수 조정에 따른 비용이 3330억원이다.

복지부는 이 경우 수술·처치·기능검사의 원가보상률이 평균 9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검체검사의 원가보상률은 142%, 영상검사는 116%로 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행위 재분류와 소아가산 정비를 통해 추가로 167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다만 급격한 상대가치 변화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신 상대가치 적용은 4년간 매년 25%씩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영상 깎고 수술 올리고…과목별 희비 엇갈려

1조원이라는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이번 상대가치 전면개편으로 전체적으로는 수가인상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 예측치에 따르면 새 상대가치 점수 적용시 전체 의료기관 평균 2.6%의 재정 증가가 예상됐다. 요양기관종별로는 의원이 4.4%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으며 상급종합병원이 2.4%, 병원이 2.3%, 종합병원이 1%로 그 뒤를 이었다.

항목별로는 수술관련 항목에서 전체 의료기관 평균 17.7%, 처치는 6.4%, 기능검사는 21.4% 정도 재정이 늘어나며, 검체검사는 10.6%, 영상검사는 5.1%가량 재정 투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상대가치 개정전후 행위별 원가보상률 변동 예측치

다만 여러 전문과목이 함께 돌아가는 병원급과 달리, 의원급 의료기관은 각 개별 전문과목 단위로 분리·운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과목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의 각 항목별 재정변화 예측치를 살펴보면 수술관련 항목의 경우 평균 24.4%, 처치는 4.5%, 기능검사는 22.6%가량 현재보다 재정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검체검사 재정은 현재의 81.5%, 영상검사는 93%로 수준으로 각각 평균 18.5%, 7%가량의 재정유입 감소가 예상됐다.

영상의학과와 검체검사 수탁이 많은 내과에서 적지 않은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내과 개원가 한 관계자는 "내과 진료 가운데 검사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데다, 검체검사 수탁도 많은 상황이라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영상의학과의사회 관계자는 "적지 않은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개별 항목에 대한 점수가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인 피해액을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긴 논의과정을 거쳐 그간 저평가됐던 수술과 처치의 수가를 인상키로 결정했고, 각계가 이에 동의한 만큼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상대가치 점수개정시 요양기관종별, 행위별 재정변동 예측치 

정부가 준다던 5000억원 출처 알고 보니…의료계 반발

개원가는 이번 개편작업을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검사 수가인하에 따른 후폭풍이 가장 큰 걱정이지만, 반대로 1조원의 재정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영상과 검체검사에서 넘어오는 다시 말해 '수평이동'하는 5000억원 외에 나머지 절반을 재정투입을 통해 해결한다는 뜻을 밝혀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정부가 이 5000억원을 매년 진행되는 수가협상과 연계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탓이다.

상대가치점수 순증 등을 통해 매년 1250억원씩 4년간 5000억원을 투입하되 이를 수가인상 파이에서 제하는 방식인데, 예를 들면 내년 병원과 의원의 수가인상 파이가 3000억원 정도로 정해진다면, 실제 파이는 상대가치점수에 따른 수가인상분 1250억원을 뺀 1750억원이 되는 셈이 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점수조정을 통해 저평가된 수술과 처치 수가를 현실화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정부 투입분을 수가협상과 연계하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수가협상과 연계할 경우, 사실상 재정투입은 전무한 상태에서 수가인상분을 당겨쓰는 방식이 된다"며 "검사 관련 과목에서 수가인하를 감내키로 한 것은 수술과 처치 수가인상의 당위성에 공감했고, 정부가 그 부담을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정부는 논의 초기부터 수가 현실화를 위해 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점을 강조해왔으며, 의료계가 환산지수 연계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제 와 재정순증이 아닌 점수의 순증이었다는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지금 곳간에 쌓여있는 재정 흑자분의 상당수는 그간 공급자들이 희생한 결과다. 가입자 설득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변명 대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내과의사회 관계자도 "검사수가가 크게 낮아지는 불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여태껏 협의가 이뤄진 것은 정부가 재정투입을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이제와 이를 수가협상과 연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정부, 상대가치 개편안 내달 건정심 상정 추진

정부는 이 같은 내용으로 상대가치 전면개정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으며, 내달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 안건을 상정·처리한 뒤 내년부터 실제 적용에 들어갈 방침이다.

각종 논란들과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상대가치 2차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나 아직 오픈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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