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 최신 트렌드

 

유방암 치료법이 최근 들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새로운 타깃 항암제가 잇달아 나오면서 수술 전 암 크기를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린 데다, 수술 역시 유방을 가능한 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 때문에 환자들의 삶의 질도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타깃항암제의 5년 생존 기간도 갱신을 거듭해 최고 56개월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이라면 완치도 가능할 수 있지 않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유방암 치료 트렌드를 살펴봤다.

내분비요법·항암화학요법 등 선행...임파선 절제도 가급적 안 하는 추세

한국유방암학회가 발간한 백서(2014년판)에 따르면, 유방암은 증상 진행에 따라, 0~4기로 나눌 수 있는데 국내 환자들은 1기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43.2%, 2~4기가 43.6%로 비슷하다. 때문에 이들 환자층에 대한 치료가 가장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유방암은 원발부위 특성상 수술을 하기 전 항암제를 투여해 암 크기를 줄이는 이른바 수술 전 보조항암요법(neoadjuvant therapy)을 하고 있다. 국내 대다수를 차지하는 조기 및 국소전이 유방암 환자가 주 대상이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환자들은 호르몬을 이용한 내분비요법을 하고 있으며, HER2 양성 환자들은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선행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치료법은 암 크기를 줄임으로써 유방의 보존율을 높이거나 호르몬·항암요법에 대한 종양반응을 평가하기 위해 시도하는 것이다.

사전항암요법에 타깃항암제 추가

최근 이러한 사전항암요법에 아예 타깃항암제를 두 가지 이상 추가하는 방식도 시행되고 있다. 타깃항암제를 여러 개 투여할 경우 암 크기를 더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기존 화학요법에 트라스트주맙에 퍼투주맙 등 두 약제 병용 등의 요법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치료가 재발률과 생존율을 개선시킨다는 연구는 아직 없는 게 한계다.

연세의대 정준 교수(강남세브란스 외과)는 "유방암 환자에게 수술 전 항암요법을 해 암 크기를 줄였을 경우 그렇지 않은 군 대비 재발률과 생존율(예후)을 개선시킨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면서 "다만 수술 전 보조요법 후 유방과 액와 림프절에 침습성 암세포가 남아 있지 않은 병리학적 완전관해(pathologic Complete Response, pCR)가 재발, 생존 등의 예후 예측인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는 나온 바 있다" 고 설명했다.

지난해 Lancet(Cortazar P, et al. Lancet 2014; 384:184-172)은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병리학적 완전관해를 이룬 경우 무사건 진행율(EFS)과 생존율(OS)이 그렇지 않은 군 대비 각각 52%와 64% 더 늘릴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해 학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의 재발률을 평가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105)에서 발표된다. 해당 연구는 NeoSphere의 새로운 하위결과다.

이는 새로운 HER2 양성 유방암 항암제로 주목받는 퍼투주맙+트라스트주맙+도세탁셀을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썼을 경우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트라스트주맙+도세탁셀보다도 병리학적 완전관해가 더 높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로 최종 결과가 2012년 Lancet에 실린 바 있다(Lancet Oncol 2012; 13:25.32).

올해에는 병리학적 완전관해가 궁극적으로 무사건진행률도 낮출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이 결과에 따라 유방암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는 수술 전 항암치료가 수술 부위의 절제문제와 항암제 반응성을 보려고 시행했다"면서 "유방암 환자에서 재발률이 예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번 결과에 따라 치료패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방암 환자 10명 중 7명 '부분절제'

유방암에 걸리면 모두 유방전절제를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최근에는 수술 전 항암요법을 통해 암을 충분히 줄여놓고 시행하기 때문에 전절제는 많지 않다.

백서에 따르면 2000년 전절제 비율이 71.2%에서 2012년 32.3%로 줄었다. 같은 기간 유방보존술은 27.9%에서 67.2%로 늘어났다. 즉, 유방암환자 10명 중 7명은 부분절제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환자 중 유방암 발병 병기가 2~4기인 비율이 12.2%인 점을 감안하면 특별히 전이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서는 거의 전절제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중앙의대 신희철 교수(외과)는 "건강검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에 수검률도 올라간 데다 여성에서 발생하는 주요한 암이라는 환자들의 인식도도 높아져 자발적 검진이 많다. 때문에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부분절제가 다수를 이루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파선 절제도 심하지 않으면 가급적 하지 않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신 교수는 "임파선 절제를 하면 임파부종이 생기는데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진다. 과거처럼 암이 있다고 해서 주변을 왕창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제거하고 가급적 유지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깃항암제 출시 잇따라 선택 폭 넓어져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도 빠르게 진화하는 모습이다.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 전 항암요법과 수술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난후 재발을 막기 위해 또 한 번의 항암보조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우선 호르몬 수용체 양성 환자들은 내분비요법 치료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산 안토니오(San Antonio) 유방암 심포지엄에서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이 타목시펜 복용 10년이 5년보다 재발률과 사망률이 더 낮다는 것이 발표된 이후 2014년 ASCO가 가이드라인을 권고하면서 이제는 폐경 전후 모두 장기적 복용을 적용하고 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으로 호르몬 치료를 받다가 재발하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에베로리무스(아피니토)라는 신약도 최근 나왔다.

정 교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의 경우 예후가 좋아 조건만 잘 맞으면 항암제를 쓰지 않고 호르몬 치료를 하는데 간혹 10년 뒤에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경우 쓸 수 있는 약이 거의 없었는데 아피니토가 나오면서 새로운 옵션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HER2 양성 전이성 환자에서는 타깃항암제 옵션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 트라스트주맙이 유일한 약제였다면 퍼투주맙도 나와 있고, 항체와 항암제의 결합약제인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이라는 약물도 출시돼 여러 가지 선택옵션이 가능하다.

특히 퍼투주맙+허셉틴+도세탁셀의 3제 조합을 쓰면 전체 생존 기간을 56.5개월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러한 근거를 받아들여 미국암네트워크(NCCN)는 2014년 가이드라인을 내고 퍼투주맙+허셉틴+도세탁셀을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우선적 투여 약제로 권고했다.

신 교수는 "대표적 표적치료제로 꼽히는 트라스트주맙은 매우 뛰어난 약물이지만 저항성을 띠는 암세포가 나타나면서 절반은 치료반응을 보이지 않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위해 최근 새로운 타깃 항암제가 나오면서 환자들의 예후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쓰는 할라벤도 있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도 개발되고 있는데 아직은 초기연구 단계라서 임상결과는 좀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정 교수는 "면역항암제는 많은 전문가들이 지켜보고 있는 분야이며 특히 ASCO 등 관련학회에서 많은 연구가 발표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면서 "새롭게 개발되는 유방암 치료제들이 많아지면 환자들의 삶의 질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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