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지표인 텔로미어 길이 단축속도 가속화에 영향

불안장애가 노화의 지표로 알려져 있는 텔로미어(telomere) 길이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노화작용을 가속화 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가 병행된다면 이러한 현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론이다.

네덜란드 VU 대학병원 Josine Verhoeven 교수팀(EMGO 건강관리연구소)은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 2월 5일자 온라인판에서 "현재 불안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정신과적 증상이 없거나 불안 증상이 완화된 환자들보다 평균 텔로미어 길이가 짧았다"면서 "불안장애를 치료함으로써 텔로미어 단축현상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텔로미어란 염색체 끝 부분에 달려 있는 단백질 성분의 핵산서열을 지칭한다. 이 부분에서 세포분열이 진행될수록 길이가 점점 짧아지게 되고, 매듭만 남으면 세포복제가 멈춰 사망하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세포노화의 지표로 활용된다.

연구팀은 우울증이 텔로미어 길이를 단축시킴으로써 노화를 일으킨다는 최근 연구보고(Biol Psychiatry 2012;71:294-300)에 착안, 불안장애와도 유사한 관련이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네덜란드 우울 및 불안연구(Netherlands Study of Depression and Anxiety)에 참여했던 2300여 명에 대해 분석을 시행했다.

피험자는 현재 불안장애 증상을 보이는 환자 1283명과 증상이 완화된 환자 459명, 정신의학적 증상이 없는 대조군 582명으로 구성됐고, 평균연령은 41.7세, 66%가 여성이었다.

구조화된 정신건강의학과 면접과 자가보고 방식의 설문조사를 통해 임상 특성을 파악한 뒤 DSM-IV 진단기준을 이용해 불안장애 진단을 내렸고,  범불안장애, 사회공포증, 광장공포증 및 공황장애가 범주에 포함됐다.

백혈구 텔로미어 길이는 중합효소연쇄반응정량검사(PCR)로 측정한 뒤 염기쌍(base pairs, bp)으로 변환했다.

그 결과 백혈구 텔로미어 길이는 연평균 14pb의 단축률을 보이며 연령에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였고, 여성이 남성보다 길었다.

백혈구 텔로미어 길이는 또한 연령, 성별 외에도 다양한 생활습관과 상관관계를 나타냈는데, 저체중 또는 과체중·비만에 해당하거나 흡연력이 있을 때, 혹은 음주량이 많거나 동반질환수가 많은 경우에 길이가 더 짧았다.

이러한 요인들을 보정한 후 추가로 시행한 분석에서 현재 불안장애 증상이 있는 환자군(bp=5431)은 대조군(bp=5506, P=0.01) 및 증상이 완화된 군(bp=5499, P=0.03)에 비해 백혈구 텔로미어 길이가 유의하게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평균 텔로미어 단축률이 약 14~20pb/년으로 확인됐다"며, "이러한 차이에 미뤄본다면 불안장애 환자들에서 노화가 3~5년 정도 빨라질 수있다"고 보고했다. 그에 대한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코티졸, 산화스트레스, 염증사이토카인의 증가가 텔로미어 길이 단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Verhoeven 교수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되진 않았지만 신체활동 증가와 같은 생활습관 중재요법이 텔로미어 길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항우울제 또는 달리기치료를 통해 신체와 정신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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