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등 없는 의원들은 교통사고환자 돌려보내..."보험사 배불리는 정책"

자동차보험 심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위탁된 후 지난 1년 5개월간 개원가에 삭감 칼바람이 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자보 환자를 볼수록 손해가 된다는 생각에 몇몇 개원가에서는 일부러 영상기기 등을 갖추지 않고, 관련 환자들을 회피하는 경향도 생겼다.
 

 

최근 대한정형외과개원의사회 김용훈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처럼 의사가 환자를 피하는 기현상(?)에 대해 토로했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잘못된 심사에 대해 자료를 모아 민원도 제기하고, 의사회 차원에서 심평원에 이를 항의하기도 했다"면서 "심평원에서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아 지금은 포기한 상태"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올해 초 회원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개선 의지가 없는 심평원 대신 의사회 측에서 직접 자보심사 위탁과 관련한 문제를 되짚어 보고 향후 대응방안 마련을 하려고 했다"며 "이를 위해 심평원 자동차보험센터에 몇가지 자료를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할 수 없게끔 심평원에서 위탁 전후 1년간 진료비 내역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처럼 환자가 없는 시기에 치료를 받겠다고 오는 환자를 꺼릴 정도면, 얼마나 삭감이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도, 의사도, 국민도 아닌 민간보험사를 위해 심평원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청구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기존에 MRI 등 영상기기가 없는 정형외과의원의 경우 영상의학과에 환자 검사를 의뢰한 후 자료를 받아 진단한 후 이를 같이 청구해 돈을 나눠가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대리청구할 경우 삭감 등을 당하면 모두 정형외과에서 덤터기를 당해 심평원과 영상의학과에서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

그는 "어차피 요즘에는 자보 환자를 보더라도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몇몇 정형외과에서는 일부러 영상기기를 구매하지 않고, 이를 근거로 해서 자보 환자가 오면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심평원으로 심사가 위탁되면서, 추적관찰도 어렵게 심사기준을 만들어놨다고 지적했다.

교통사고가 나면 당장 이상이 없더라도 추후 생길 부작용 등을 위해 CT나 MRI 등을 찍기 마련인데, 이러한 검사나 수술 후 추적관찰을 어렵게 바꿔놨다는 것.

이에 대해 그는 "이상 없는 환자면 적어도 1주일 이상을 지켜본 후에서야 영상검사를 할 수 있다"면서 "추적관찰시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이 발견되면 삭감되고, 추적검사와 관련한 기간을 지키지 않았을 때도 삭감된다"고 전했다.

실제 자보 심의사례에 따르면, 객관적인 신경학적 소견이 없을 경우 보존적 치료만 가능하며 CT는 3~4일, MRI는 7일 이상 관찰 후 촬영이 가능하다.

그는 "이상소견 없이 괜찮아 보이는 환자라도 10명 중 1명은 문제가 있는 환자"라며 "이러한 환자들은 상황이 악화될대로 된 후에서야 제대로 된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처럼 모든 면을 고려했을 때 "환자는 제때 치료가 어려워지고, 의원은 환자를 볼수록 손해를 보는 잘못된 제도"라면서 "심평원과 보험사를 위한 이기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멈춰선 노인정액제, 물리치료사 단독개원 논의, 카이로프랙틱 면허인정 추진 등 '어려움' 산재

한편 멈춰있는 노인정액제와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논의, 카이로프랙틱 면허 인정 추진 등에 대해서도 정형외과의 깊은 고민이 있었다.

그는 "토요 가산제 시행으로 정액제로 묶인 노인환자를 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몇몇 의원에서는 노인화자에게 평일에 찾아줄 것을 당부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물리치료나 진찰만 하더라도 적자인데, 노인환자들은 주사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 주사제의 경우 한달에 3번 정도만 인정돼 노인환자의 불만이 크다"며 "의료비가 점점 오르는 것을 감안해서라도 2만원으로 정액을 올리고, 산정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정형외과는 힘이 빠진다. 그 때마다 대응은 하고 있는데, 이들은 도수치료, 운동치료 등 비급여로 돈을 벌려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의료비 상승을 불러일으키므로, 대정부 차원에서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이로프랙틱 면허 및 개원에 대해서도 "일자리 창출이라는 빌미로 계속 논의 중인데, 일자리 창출을 떠나 '불법 의료' '잘못된 의료'에 환자를 맡기는 행위"라며 "국민건강과 생명을 위해서라도 논의 자체를 다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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