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원 접근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서 산업계에 배려 촉구


나고야의정서 이행 법안인 '유전자원 접근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 공청회에서 관련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정책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환경부가 16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주최한 '유전자원 접근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 공청회에서 법률제정에 대한 산업계, 학계의 입장 발표 후 산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산업계 "국내 자원이용 신고 의무화 혼란 초래할 것"

먼저 산업계의 입장을 발표한 한국바이오협회 황광구 부회장은 나고야의정서의 파장을 고려한 정책적 배려와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부회장은 현재 유전자원을 수출하는 국가의 법이 어떻게 이뤄져있는지 일반 기업은 알 길이 모호하고 유전자원 범위는 어떻게 봐야하는지 해석이 애매하며,정부의 정보제공도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우리나라가 국제적 동향을 주시하며 국내 입법 및 비준을 추진하고, 산업계가 원하는 명확한 컨설팅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며 정보체계를 구축해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내 유전자원 및 전통지식을 이용할 때 국가책임기관에 수수료를 내고 신고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는 "국내 이용자들에게 많은 혼란과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허청이 2012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공개된 특허는 7974건이며, 이 중 외국 생물자원에 대한 특허 821건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내 유래 특허인 상황에서 신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나고야의정서의 제정취지를 살리면서 최대한 산업계에 부담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세심한 검토와 준비가 있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환경법학계 "입법은 바람직…법안은 일부 아쉬운 부분 있어"

한국환경법학회 소병천 교수는 제정안의 적용범위에 '국가관할권 이원지역에 존재하는 유전자원'과 '남극지역에 존재하는 유전자원'을 제외한 것은 전 지구적인 생물 다양성 보호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자원을 이용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를 하면서, 국민이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할 때는 해당 국가내에서 법절차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그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법안을 제정하는 셈인데 아직 다른 국가에는 구체적인 법이 마련되지 않아, 다른 국가의 입장을 살펴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소 교수는 "이번 제정은 국제 동향에 부합하는 입법이라는 점에서 환영하며, 평창에서 올해 10월 개최되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의장국으로 일정 선도적인 지위를 갖기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관련단체 "자원 가치 높일 수 있는 지원책 마련 등 개선필요"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조헌제 이사는 "나고야의정서가 요구하는 내용만 담지 말고 국내산업이 갖고 있는 유전자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니까 법령을 만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국내 자원을 글로벌로 확대하고, 해외가 갖고 있는 자원과 지식을 선점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또 법률안의 6조에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자에 대한 지원이 정보제공과 행정지원 수준으로 명시됐는데, 국내 기업들과 대학들이 갖고있는 자원을 새롭게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근거조항이 신설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 유전자원 이용시 신고를 의무화해 수수료나 벌금을 부과하는데 국내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법령안에 명시하기보다 추후 시행령에서 다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조 이사는 "다른 국가들은 아직 법률을 제정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불필요한 규제를 넣어 스스로 발목을 잡을 필요는 없다"며 "나중에 국제사회에서 어떤 기준이 정해졌을 때 우리가 맞출 수 있는 조항을 부칙에 추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제약협회 차태선 정책팀장은 유전자원에 대한 정보가 제약업계와 밀접함에도 홍보가 부족해 업계의 인식이 미흡하다며, 유전자원의 범위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업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업계는 원료비 상승이나 신약개발에 관련된 R&D비용 등을 추가로 부담하게 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각 부처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자원을 사용자가 이용하는데 있어서까지 법률로 비용이나 신고 등을 규제할 필요가 있냐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본부장은 전체 바이오산업계의 70%가 임직원 50명 미만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법안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법이 제정되고 진행되면 국가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주고 여러 부분에서 지원토록 해야하며, 통일된 하나의 흐름을 갖고 정책을 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아제약 손미원 이사는 법률에 대한 구체적인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 관리운용 규정)가 필요하며, 제약사는 해외 생물자원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등 제공국에서 부당한 요구를 했을 때 국가가 주도하는 협상이나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화장품협회 장준기 상무는 화장품 분야가 절대적인 유전자원 이용국이기 때문에 법률 제정에 있어 자원 제공국과 애매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법안에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 이 때는 법률을 제정한 취지에 맞게 정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성욱 본부장은 새로운 법이 통과되면 새로운 조직과 예산이 투입되는데, 기존의 다른 조직에서 하는 역할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정된 국가 예산의 중복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날 공청회에는 나고야의정서와 법률 제정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환경부는 1월 28일까지 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을 갖고 2월부터 3월까지 규제심사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4월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