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제 시작, 비용효과성 고려해 등재할 것"

최근 도입된 위험분담제(리스크쉐어링 제도)는 신약의 효능·효과나 보험재정 영향 등에 대한 리스크를 제약사가 일부 분담하는 제도다. 비용효과적 의약품을 선별 급여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살리면서도 대체재 없는 고가항암제 등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적용됐다.

보건복지부는 4일 제2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소아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제 '에볼트라주'를 위험분담제 우선 적용 약제로 선정했다.

위험분담제 첫 사례가 정해지자 다국적제약사와 환자들은 환영했고, 일각에서는 제도 운영에 있어 우려를 제기했다.

시민사회단체 "투명성 담보 못한 제도, 선별등재 원칙도 벗어나"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위험분담제도가 운영의 투명성을 갖추지 못했으며 가입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약 관계자는 평가지표에 있어 관해율 등 세부지표와 임상적 근거가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들어 목표관해율을 35%로, 최저관해율을 25%로 보면 최저 미만일 경우 얼마의 금액을 제약사가 환급한다는 기준을 정하는데, 이 기준이 얼마인지 또 어떤 임상적 근거를 갖고 설정되는지 알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제약사 입장에서는 약가 가격을 높게 받기 위한 전략으로 약가 등 정보 공개를 안하는데, 이건 산업의 입장이고 건강보험가입자의 입장에서는 공개하는게 당연하며, 특히 임상적 근거나 기준은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와 경실련은 해외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위험분담제도를 선별등재원칙까지 훼손하며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성토했다.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약제를 급여화 시키는 것은 건강보험 급여체계의 비효율을 야기하는 것으로 불필요한 재정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고가 항암제 등에 대해 우리나라 급여평가는 특별히 보수적이지 않으며 사례별 평가를 통해 급여를 제고할 수 있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희귀질환치료제 등은 기금과 같은 별도의 재정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학적 필요성이 낮거나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약제의 급여 진입 경로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계약내용이 심평원-공단-제약사끼리만 공유되며 건정심 심의에서도 관련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부분도 정책 투명성의 저해를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환자단체 "제도 환영하지만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에볼트라의 건강보험 적용은 환영하지만 위험분담제 적용에 있어서는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해당 제약사가 환자의 치료효과 데이터 작성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볼트라는 '조건부 지속치료 + 환급' 유형으로 재정 기반의 △총액 제한 △리펀드 △환자 단위 사용 제한과 달리 환자의 치료효과를 기준으로 하는 성과 기반이기 때문이다.

또 2014년 적용되는 위험분담제 대상 약제들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입법예고했던 다양한 유형의 위험분담제를 적용해 기존에 시범사업으로 추진했던 리펀드를 제외한 다른 유형의 위험분담제에 대해서도 검증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보건의료 환경에 적합한 위험분담제 유형을 찾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위험분담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제약사에게 높은 약가를 주기 위함도 아니고, 공단의 약가협상력을 높여주기 위함도 아니다. 약가협상 결렬로 암 및 희귀질환 환자의 심각한 의약품 접근권 침해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와 공단도 원칙적으로 통상의 약가협상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하고, 위험분담제는 약가협상 결렬 직전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 보장 차원에서 마지막 카드로 제시하는 등 성숙한 약가협상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다국적제약사 "환자 접근성 확대 환영…투명성 등 제도적 장치는 필요"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심평원의 급여적정성 평가는 기본적으로 너무 딱딱해서 비용대비 효과로 하기에는 고가의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의 문턱이 너무 높았다"며 "이제 하나의 통로가 확장됐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단 급여적정성 평가가 일반 신약은 120일, 위험분담 대상 약제는 150일의 기한을 두는데 환자들은 그 사이에도 생명에 지장이 생길 수 있으니 기간을 가속화시키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못한 의약품의 급여 등재로 부작용이 양산될 수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우려에는 "기본적으로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의약품들이라 유효성과 안전성은 보장됐다"며 과다한 걱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투명성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들이 만족할 수 있는 투명성과 관련된 기준을 잘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며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에볼트라주의 개발사인 젠자임 관계자는 첫 위험분담제 적용에 대해 "에볼트라주는 항암치료에 실패한 환자에 한해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약"이라며 "환자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제도 처음으로 도입돼 논란이 있는 것 같다"며 "환자 수는 적지만 경제학적인 논리로 접근하기보다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심사평가원 "이제 시작이니 지켜봐달라"

심사평가원 약가등재부 유미영 부장은 "에볼트라 등재만 해도 여러 상황을 감안해 근거를 마련했고 장기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어 신중히 접근했다"며 "이제 시작이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투명성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우리나라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나라도 다 그렇다. 대책없이 모든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시민사회단체 등이 바라는 투명성은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허가 절차에 있어 심사평가원도 식약처 허가나 임상내용을 확인해 목표 관해율 등을 정하고, 에볼트라의 경우에도 전문가들과 여섯차례에 걸친 자문회의를 하는 등 일련의 절차를 밟았는데 꼭 모든 내용을 공개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

또 사후관리로 제약사는 매 6개월마다 진행보고서를 제출하기 때문에 결과가 재평가될 때는 어느정도 선에서 내용이 오픈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사실 추가적인 평가 방법론이기 때문에 제일 부담스러운게 심사평가원이다. 급여 보장을 안하면 환자들이 힘들고, 제도를 시행해도 불만이 나온다"며 "모두가 만족스럽진 못하겠지만 아무것도 안하면 모든 사람이 불만을 갖고있다"고 토로했다.

제도 확대에 대해서는 제약사의 급여 등재가 원한다고 이뤄지는게 아니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비용효과성을 확인하고 급여화시킨다고 강조했다.

제약사들의 제도 악용도 등재 과정에서 심사평가원과 공단이 거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의약품만 환자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품목은 굉장히 제한적인 부분을 대상으로 선정, 적용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다음 위험분담제 적용대상은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캡슐'과 전이성대장암 치료제 '얼비툭스주'로, 지난 11월 7일 적정성평가를 완료했으며 공단과 약가 협상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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