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수용 후 "의료산업화-양극화" 찬·반 충돌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 1일 제주특별자치도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법인) 설립 요청에 대해 조건부로 수용하는 내용의 검토의견을 국무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의료산업화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의료민영화정책으로 규정, 법안저지에 나서겠다"는 반대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건의료서비스의 산업화, 약인가 독인가" 주제의 토론회와 5~6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되어 공방이 이어졌다.


6일엔 민주당,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등 79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복지부 국감이 열리는 청사앞에서 "의료민영화 저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을 갖고, 의료민영화 추진 반대 운동에 나서겠다는 선언을 했다.


비영리법인 전환 금지 조건

복지부는 영리법인 설립 요청을 수용하면서 여러 조건을 제시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고, 기존 비영리법인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전환금지가 핵심이다.


또 법인 허가제 및 복지부 장관의 사전승인절차, 병원급 이상 설립 허용, 보험회사 및 제약업체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 및 지분참여 금지, 병원 운영 수익금 중 일정부분 공익적 목적 사용 방안 강구 등도 조건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필수 공익의료 확충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의료강화 방안을 제시하도록 제주도에 요구했다.


복지부는 영리법인 병원이 설립되면 제주도내의 전체적인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함께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한편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영리법인을 설립토록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큰 기대를 않는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찬성하는 학자들과 병원계에선 "이번 방침은 제주도라는 특별한 환경에 주어진 만큼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해 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기택 경희대 교수는 "영리법인 병원이 허용된다고 해서 전국적으로 파급되거나 쏠림은 없다.
우선 제주도라는 격리된 곳이기 때문에 시범사업을 하면 효율적일 듯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적 의지다. 정부의 의지에 따라 컨트롤이 충분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지부는 전제를 두고 수용을 건의한 것"으로 앞으로 새로운 환경이 있을 수 있다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본 조건을 지킨다는 것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한동안 어떠한 영향도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제주도뿐 아니라 바다를 끼고 있는 3곳·육지의 3개 경제특구까지 모두 허용해도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 확산되지 않은 것은 자명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이슈가 되어야할 점은 외국 의료기관이 지분율 51%로 진출토록 한 것에 대해 "지분율 낮추는 안"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민영화 신호탄?

그렇다면 "제주도 영리법인 허용 수용"이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나.

이기효 인제대보건대학원장은 "영리법인 병원 허용이 의료민영화, 건강보험 민영화로 대치되는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이다"며, 의료양극화나 미국식 "식코형" 의료제도의 가능성도 없다고 단언했다.

전재희 장관도 건강보험의 기본틀을 바꾸는 것은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는 뜻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고 최상목 기획재정부 미래정책기획관은 영리법인은 건보체계 유지를 전제로 검토되고 있기 때문에 의료 민영화란 기우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료의 주된 기능은 공공성이며 영리법인은 보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게 기획재정부의 시각인 셈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이나 의료채권, MSO, 병원 인수합병 등의 정책을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 박은수 의원(민주당)도 이러한 정책은 의료양극화를 초래한다며, 공공의료 확충 정책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싱가포르는 공공주택이 80%고 병원의 80%가 공공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의료산업화를 국민들의 공감속에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우리는 공공의료가 10%에 불과한 상황이다. 강보영 안동병원 이사장은 "싱가포르를 벤치마킹한다면 비영리법인과 공공의료 비중이 80%는 될 수 있도록 하고 그와 병행하여 영리법인이 도입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10년, 20년 후에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것으로 예상되는 BT를 비롯한 의료 분야가 복지부의 "제주도 영리법인 병원 허용 조건부 수용"을 계기로 산업화의 디딤돌이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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