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노인인구 1.56배 증가…자살률은 1.94배

 하루 자살인구는 세계적으로 약 3000명에 달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9월 10일을 "세계자살예방의 날"로 지정하고 각국의 자살예방 프로그램이 구축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WHO는 우선 자살이 "예방가능한 사망"이라는 인식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자살예방 전략수립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WHO의 목소리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리 밝지 못하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질환 이외의 사인으로 자살이 1위를 차지했고, 전체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1일 35명이 자살하는 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부분은 연령별 사망률이다. 인구 10만명당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인 연령대는 80대 이상으로 112.9명, 그 뒤를 이어 70대 72명, 60대 47.2명으로 나타났다.

80대의 경우 20대와 비교했을 때 5배 이상 높은 비율이었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는 최근 있었던 "노인요양병원의 질적 서비스 개선방안"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노인자살률이 타 선진국들과는 틀리게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현실을 등지고 있다. 노인자살의 현황과 이에 대한 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건강악화 따른 행동제한
가족 경제적 부담 걱정
자살 선택 가장 큰 이유

 국내 노인자살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선 "1위"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노인자살이 국내에서는 물론 OECD 국가들 중에서도 1위라는 점 자체도 심각하지만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우선 주목해야 한다.

 작년 12월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노인자살 예방을 위한 실천적 정책 수립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1998년 노인인구가 6.6%에서 2008년 10.3%로 1.56배 증가한데 비해, 노인자살률은 1998년 10만명당 37.96명에서 2007년 73.61명으로 1.94배 증가해 고령화 상승지수를 앞질렀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2018년 65세 이상 인구가 14%가 되면 노인자살률은 10만명당 123.2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예측대로라면 "OECD 노인자살률 1위 국가"라는 타이틀의 반납은 힘들다는 것이다.

사회적 이해도 낮아

 복지부 연구에서는 △노인들은 자살을 시도하지 않고 △노년의 우울증은 당연한 것으로 예방할 수 없고 △노인자살은 합리적인 사고로 이뤄지고 △신체질환이 자살시도를 높인다 등 노인자살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노인들이 자살하는 가장 큰 이유에는 건강악화로 인한 행동제한,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비관, 가족의 관심 부재 등 현실적인 상실감과 이에 대한 포기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성윤 교수는 노인자살의 이유를 6가지로 분석, 그 중 자기 자신을 보살펴 주는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을 첫 번째로 꼽아 가족들을 위한 이타적인 사고 역시 자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우울증" 탈출구가 없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이명수 센터장은 노인자살의 다양한 이유의 배경에 우울증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실적인 탈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상담을 통해 이를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여생"에 대한 집착이 없이 미래나 가족 등에 대한 설득이 힘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자살추이를 보이는 헝가리의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우울증 치료에 대한 효과를 강조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다음으로 자살률이 높은 헝가리의 경우 환자들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한 결과 자살률이 낮아졌다는 것으로 노인인구에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자살시도 직전에 상담 등을 이용해 이를 막는 것은 뒤늦은 대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 사전에 우울증을 치료해 자살 시도를 막는 것이 우선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우울증은 노인자살의 50~70%를 차지하고 있는 단독요인이고 국내 노인들의 15~25%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우울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후관리는 매우 중요

 김성윤 교수는 자살예방도 중요하지만 예방 후 이들에 대한 관리나 사회적인 대비책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경제적인 부담으로 고통받는 경우 자살에 실패해도 상황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시 같은 상황으로 돌아올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노인자살은 그들을 치료한 의사들에게도 타격을 준다. 자기 몸을 가누기 힘든 노인들이 치료를 통해 기력을 회복해가는 도중에 자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 따라서 환자가 회복되어 갈 때 더 밀도 높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관련해 이명수 센터장은 자살시도자에 대한 관리를 강조했다. 자살시도자 중 경증 우울증상이 있는 사람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일부 병원 응급실에 사례관리자를 배치, 상담을 통해 중증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정신과로 보내지만 경증의 경우 치료를 할 수 있는 강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자살예방센터는 생명보험협회와 함께 경증 정신질환이 있는 자살시도자를 한 번의 상담으로 관리할 수 있는 "One-Shot(가칭)"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고령화 사회를 지나 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가까워져가는 만큼 노인자살 문제의 심각성 역시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강한 노화라는 말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정신건강에 대한 올바른 관리와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으로 노인들이 삶의 마지막 존엄성을 자살이 아닌 다른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사회의 기반을 만들어야겠다.
▶도움말 :
▲김성윤 울산의대 교수(정신과·송파구지역치매관리센터장)
▲이명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센터장 

1차 의료기관서 주의깊게 살펴야


■ 이명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장

자살예방 상담전화
노인층 이용률 낮아
독거노인 중점 관리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에는 지난 2일 노인자살 예방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담당자도 참석해 실질적인 방안과 계획을 세워보기 위한 자리였다.

 이 날 간담회에서는 각 센터에서 자살예방을 위한 상담전화를 운영하고 있지만 노인들의 경우 상담서비스의 이용률이 낮은데 비해 자살률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자살예방센터에서는 주기적으로 전화를 거는 "Tele-Check(가칭)"를 운영해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1차적으로는 독거노인을 자살 고위험군으로 설정, 지역의 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노인방문 서비스요원들이 전화를 통해 노인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방문 시 우울증 평가도구를 이용해 정도를 측정한다. 우울증이 있을 경우는 지역의 센터로 보내 관리를 하고 이후 자살예방센터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명수 센터장은 아직 안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효율성 등에 대한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살예방센터는 노인자살을 비롯한 자살예방에 대한 정책수립과 실효성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자살예방을 위한 상담, 긴급출동 등 현장의 일까지 맡아 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청소년 자살의 성공률이 200건 중 1건인데 비해 노인은 4건 중 1건으로 높다"며 예방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부분 노인환자들이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정신과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가정의학과 등의 1차 의료기관에서 우울증상을 보이는 노인환자가 있을 경우 정신과에서 구체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신과는 이에 대한 피드백(feed-back)을 해주는 협진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과 외의 과에서 우울증을 관리할 경우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우울증의 경우 최소 6개월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이런 장기적인 치료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통계는 이 센터장의 의견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 센터장은 현재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를 포함해 수원과 인천에만 자살예방을 위해 활동하는 센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 활동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통계는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1명은 개인, 100명은 통계의 문제"라며 눈앞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부터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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