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부터 전문의·교수까지, 흉부외과 '번아웃' 상태
의료계 “현실화된 수가 없이는 해결 불가능”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외국에서 심장수술을 받는 날이 곧 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흉부외과는 전통적 기피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흉부외과 전공의는 물론 전문의까지 '번아웃' 상태를 다수 경험하는 근로환경과,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수가체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66.7%, 올해는 62.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48.9%), 2017년(56.5%)과 비교해 전공의 지원율이 다소 늘어나기는 했지만, 피부과(152.2%), 성형외과(141.7%) 등 인기과의 올해 지원율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최근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에 소속된 국내 흉부외과 전문의 3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현재 일하는 병원에 흉부외과 전공의가 한명도 없다'고 답한 비율이 48.9%에 달하기도 했다.

또한 전문의 327명 중 51.7%는 스스로 '번 아웃' 상태에 있다고 평가했고, 하루 평균 13시간 가까이 근무하는 등 일상적으로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흉부외과학회 김웅한 이사장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흉부외과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 눈높이가 워낙 높아져 의료사고가 나면 무조건 소송이다. 나 또한 소송 중인 것이 있다"며 "신이 아니기 때문에 100% 살릴 수 없지만 만약 잘못되면 소송이 10억 이상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병원은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흉부외과에서도 기피과가 있다. 전국에 선천적 어린이 심장병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20명 밖에 안 된다"라며 "의료시스템 내에서는 멸종단계다. 외국에 가서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흉부외과, 연차 쌓일수록 더 힘들어"

이런 가운데 의료계 현장에서는 흉부외과의 높은 업무강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흉부외과 2년차 전공의는 "전공의 수련 80시간 제한이 생긴 뒤 병원평가를 할 때 가장 먼저 연락하는 과는 흉부외과 등 예전 풍습이 많이 남은 과"라며 "지금도 흉부외과는 인력이 없어 전공의가 비는 시간을 최소화해 최대한 근무하도록 짠다. 심장수술을 하려면 10년을, 폐수술은 6년을 공부해야 할 수 있는데 근무강도가 여전히 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과에서는 연차가 올라갈수록 편해지는데, 흉부외과는 전공의 4년차가 돼도 풀당직이고 풀근무다. 연차가 쌓일수록 더 힘들다"라며 "전공의가 부족해 전문의들의 업무강도가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번아웃도 빈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전공을 살려 개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점도 토로했다.

그는 "심장수술을 하려면 각종 첨단 장비뿐 아니라, 최소 10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한명이라도 부족하면 수술이 어렵다"라며 "심장수술을 시행하는 병원을 개원하는 것은 힘들다고 들었다. 소송 등 법적인 문제도 많이 휘말리기 때문에 보호해줄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 곳에 많이 간다"고 설명했다.

이 전공의는 "주변 지인들도 요양병원 등 전공과 관계없는 일을 많이 한다"며 "상급종합병원 펠로우까지 마쳤지만 구직이 안 돼 미용병원으로 간 지인도 있었다. 사실 심장 관련 질환이 생겨도 빅5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려 중소병원은 이런 수술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흉부외과는 수련기간도 길고 어렵다. 아무래도 제일 힘든 과목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집에도 못가고 일하지만 힘든만큼 보상이 없다. 주변에서도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들이 인정하는 의사가 흉부외과라고 하지만, 병원에서는 흉부외과가 천덕꾸러기”라며 “병원에 수익이 되느냐를 따질 수밖에 없는데, 흉부외과는 소송 위험과 비용이 모두 크다. 흉부외과가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서 생존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흉부외과 전문의를 따도 50%는 흉부외과 이외의 일을 한다. 수익이 돼야 티오를 늘리는데 취직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가 조정 등 제도 개선 없이는 이러한 현상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의 제도 개선 없이는 해결 방법이 없다. 수가를 현실에 맞게 올려 병원의 수익이 늘고, 어려운 중환자실을 보는 만큼 대우를 받아야 흉부외과를 채용할 것”이라며 “앞으로 흉부외과가 설 수 있는 땅이 점점 작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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