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지침 공개하고 협상 절차 구체화…공급과 품질 관리에 방점
업계, 책임과 의무만 부여하는 것 아닌지 불안…관리비용 상승도 부담
제네릭 품목정리 효과에는 의문…제약사 생존 걸린 문제 '좀 더 명확해야'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제네릭 의약품 약가 협상에 대한 본격적인 막이 올랐지만 제약업계의 답답한 마음은 없어지기는커녕 더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의 공급과 품질관리를 위해 협상을 시작하게 됐다고는 하지만 책임과 의무만 부여하는 것은 아닌지, 복잡한 절차만 하나 추가된 것은 아닌지 등 불안요소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네릭 의약품 등 약가산정대상의 약제 협상 내용을 담아 개정한 '약가협상지침'을 공개하고, 지난 8일부터 협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건보공단은 신약의 가격과 공급 의무 등 요양급여 관련 사항에 대해 제약사와 협상을 통해 결정했는데, 앞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제네릭 의약품 등 산정대상 약제도 협상을 실시하게 된 것.

즉, 제네릭 의약품 등 약가산정만으로 등재되는 약제 및 안정적 공급이 필요한 약제 등을 새롭게 협상 대상에 포함하고 산정대상 약제의 신속한 협상을 위해 보건복지부의 협상 명령 전에 건보공단과 제약사 간 사전협의를 할 수 있는 절차가 생겼다는 의미다.

약가협상 지침의 신·구조문대비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산정 약제는 협상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사전 협의를 실시한다. 

사전협의는 제약업계에서 우려하는 등재 지연 등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다.

업체는 사전협의 실시에 대한 동의 여부를 건보공단에 알리거나 사전협의 실시에 동의할 경우 건보공단이 사전협의 및 이후의 협상 절차에 필요한 사항을 제출해야 한다.

협상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약 등재와 마찬가지로 약제의 협상 기간은 복지부 장관이 협상을 명한 날의 다음 날부터 60일 간으로 한다. 

단, 직권조정약제로서 재협상 하는 약제 혹은 대체약제 대비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됐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6조의3'에 해당해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약제 등은 30일로 명시했다.

아울러 협상기간의 일지정지와 기한연기 등의 근거, 최초 합의한 예상청구금액을 다시 협상하는 약제 등의 내용도 추가했다.
 

건보공단, 제네릭 약가협상 위해 조직 확대
"제약사와 지속적인 소통 강화 추진하겠다"

그간 건보공단은 제네릭 의약품 보험급여 계약 실시를 대비하고 원활한 협상의 추진을 위해 조직까지 확대하는 등 다양한 준비를 했다.

지난 7월 제네릭 협상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1부 1팀 6명(전임 5명, 겸임 1명)에서 1부 2팀 9명(전원 전임)으로 전환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등 제약업계와 간담회를 실시했다.

공식적인 간담회에서 업계는 협상 지연에 따른 우려사항과 불순물 함유 문제, 약가 결정 시점이 달라지는 문제 등을 건보공단 측에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은 이번 지침 개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이행여부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제약업계와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소통할 것을 약속한 상황이다.

건보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사전협의를 활용해 일각에서 우려하는 등재 지연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등재 이후에도 계약내용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의 공급과 품질문제 등 이행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업계와는 정기적인 간담회 등으로 소통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건보공단은 공급 및 품질관리 외에도 제네릭 의약품의 품목 정리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강 이사는 지난 7월 출입기자협의회 브리핑에서 "많이 쓰이는 제네릭 의약품이 있는 반면에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제네릭 의약품도 있다"며 "이번 협상으로 시장에서 쓰이지 않는 품목이 어느 정도 정리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제네릭 의약품을 특별히 억제하거나 제재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 협상 시작했지만 걱정 가득…관리비용 상승 부담
책임·의무만 지우는 것 아닌지 불안…의견 청취 여부는 의문

이를 두고 제약업계는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음에도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테이블에 앉기 전까지 그 과정과 결과를 세세하게 알 수 없는 게 협상의 특징이긴 하나, 결국에는 제약사에 책임과 의무만 부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진 않을까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불순물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품질과 공급에 대한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제약사가 손해를 입는 상황으로 흘러가선 안 된다"며 "품질관리 쪽으로 의무가 강화되는 만큼 제네릭 의약품 원가산정에 있어서 유연한 판단이 적용돼야 제약사에게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의 제네릭 의약품 가격결정 방식에 하나의 장치(트랙)를 추가한 것도 걱정인데 고의성도 없고 누구의 책임인지 알 수 없는 불순물에 대한 무한책임과 의무만 떠안게 되는 것은 더 큰 부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제약사도 의약품의 품질과 공급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공감했기 때문에 이번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단지 협상을 어떤 방향으로 한다고 명문화 돼있지 않아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걱정이 많고 불안하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정부가 업계의 이야기를 청취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규정이 개정되기 전에 제시한 의견마저 얼마나 반영됐을지 몰라 답답하다고 전했다.

특히, 제네릭 약가협상은 현재로서 크게 품질과 공급 부분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큰 만큼 공급과 수요에 있어서 자칫 불공정 계약이 되는 일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계속 들여다보고 소통하겠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업계에서 낸 의견이 반영된 것은 없는 것 같다"며 "규정이 개정되기 전에도 그랬는데 개정 된 후가 더 걱정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조차도 허가를 할 때 몰랐던 불순물 이슈가 생기면 제약사 책임이고, 공급이 끊어지는 등의 문제가 생겨도 제약사 책임이라는 내용의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면 이는 불공정 계약"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생긴 협상 절차로 인해 관리비용이 올라가는 것은 부담이 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그는 "책임과 의무만 부여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관리비용이 또다시 늘어나는 것은 부담이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제네릭 약가협상은 제약사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품목정리 효과를 기대한다고 하는데 현재도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하고 있는 마당에 특별히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어떤 관리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