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지난 10일 첫 법적 공방서 건보공단 청구 법적 자격에 대해 의문
공단 측 변호사, "생경한 법리인 것 인정하나 매수인 지위 있다"…반소 제기
식약처의 NDMA 잠정 기준치 발표 경위와 근거 자료 협조 요청해 합의 중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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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사르탄 사태의 피해자이자 구매자로 성립한다는 주장의 논리와 근거 만들기에 집중한다.

이는 법원조차도 다소 생소한 법리지만, 첫 법적 공방에서 예기치 못한 화두로 떠오른 만큼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제 첫 변론일 뿐이니 재판부의 의문을 빠르게 해소하고 다음 변론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 10일 서울지방법원 동관 460호에서 36개 제약사가 건보공단에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 대한 첫 변론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발사르탄 사태의 후속조치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의 분담책임 공방에서 건보공단이 제약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자격이 있는지와 조제물관리의 피해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첫 법적 공방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날 변론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재판부가 질문한 부분이기에, 건보공단 입장에서는 확실한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 된 것.

이와 관련 건보공단 측 소송 담당변호사는 첫 변론을 마친 뒤 '재판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첫 관건'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는 건보공단이 직접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구매하고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느냐를 물었던 것"이라며 "제조물관리책임에 대해서 전형적인 피해는 아니더라도 제조물의 흠결로 인해 건보공단이 그렇게 (후속조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당연히 제조물로 인해 발생한 손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건보공단이 약사서비스를 통해 매수인의 지위에 있고 직접 의약품을 구매하는 것이라는 논리가 법원으로서도 생경(生硬)한 법리일 수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취지의 주장을 서면에 담을 예정이고 변론이 종결되는 날까지 재판부 설득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첫 변론일 2일전인 지난 8일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 대한 반소를 제기했다.

반소란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으로, 피고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본소송의 절차에 병합해 새로운 소를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건보공단의 이번 반소는 기존 제조물관리책임에 대한 내용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일반불법행위책임과 하자담보책임 총 3가지의 책임이 담겼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조물관리책임은 발사르탄에서 NDMA가 검출된 것을 따지는 것이고, 일반불법행위책임은 발사르탄 의약품이 유통돼 건강보험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뜻한다.

하자담보책임은 발암물질을 하자로 보고, 하자 수습에 투입된 건보공단의 각종 비용 지출에 대한 손해를 묻는 것으로 일종의 하자보수청구소송 같은 개념이다. 

또한 반소 소송가액도 36개 제약사들이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가액의 15억 555만 5500원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제약사들의) 소송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반소를 제기했다"며 "반소 자체가 손해배상이기 때문에 본원 소송에 같이 포함돼 함께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NDMA 잠정기준치 발표 경위와 근거 자료를 요청 중이라고 전했다.

제조물 책임이 문제가 되려면 의약품에 결함이 있어야 하는데, 식약처가 이 결함과 관련해 최초 발표에서는 잠정기준치를 넘겼다고 언급했다가 최종 발표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발표를 하게 된 과정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재판장에서 결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식약처가 어떤 기준과 어떤 근거로 판단을 한 것인지 그 발표의 배경과 구체적인 내용 및 경위가 중요하다"며 "관련된 자료를 요청했고 합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2차 변론기일은 오는 11월 19일 11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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