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파견' 논란에 신현영 "수정 및 삭제 가능하다"
국회 입법예고, 황운하 발의 개정안에 '반대한다' 의견 줄이어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대정원 확대 등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 등 '인력'을 재난관리자원에 포함하는 개정안에 더해, 유사시 북한에 우리나라 의료 인력의 긴급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연이어 공분하고 있다.

지난 14일 여의도 공원 인근에서 열린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 모습

대한전공의협의회는 31일 페이스북에 관련 법안 내용을 공유하며 "재난시 의료진을 강제로 재난관리자원에 편입해 사용한다는 법에 이어서 유사시 의료진을 북한에 보내는 법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이 의료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우리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도 사람이다. 우리가 계속 싸우는 이유"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지난달 2일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률안은 남북 인도협력 차원에서 보건의료분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논란이 된 법안 제9조 1항에는 '정부는 남한 또는 북한에 보건의료 분야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남북의 공동대응 및 보건의료인력·의료장비·의약품 등의 긴급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제9조 2항에는 '정부는 북한에 제1항에 따른 재난이 발생한 경우 재난 구조·구호활동을 하는 단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 또는 지도·감독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이 담겼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의원실 제공)

신 의원은 '유사시 북한으로 의료인을 차출한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신 의원은 "국회에 들어오기 전까지 통일보건의료학회 활동을 하면서 통일보건의료에 대한 학술활동에 참여해 왔다"며 "해당법안은 이전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법안을 바탕으로 통일보건의료학회와 검토 하에 남북보건의료 교류 활성화를 위해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보건의료인력 지원'에 대한 부분은 실제 북한 의료인과 교류협력을 원하는 의료인을 상호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의료인력 파견'에 강제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수정 또는 삭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의료인들이 우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아닌 '남한'으로 표현한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남북한 용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수정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같은 당 황운하 의원 등 14인이 최근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는 재난의 수습활동에 비축·관리해야 하는 자재 및 시설대상에 인력을 추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법상 재난관리책임기관이 비축·관리해야 하는 재난관리자원은 장비, 물자, 자재 등 물적 자원으로만 구성돼 재난이 발생해도 인적자원 지원을 효율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황 의원은 "현행법상 재난관리자원에 '인력'을 포함시킴으로써 재난 시 효율적 대응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에서 황운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반대의견이 이어지는 모습

국회 입법예고사이트에는 해당 법률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하는 글들이 약 9만여 개 게시된 상태다.

작성자들은 '의료인은 공공재가 아니다', '사람은 물자나 물건이 아니다', '공적자산이 아닌 인력을 국가 뜻대로 운용한다는 것은 헌법을 넘어선 국가의 횡포로만 보인다', '의사들에게만 과도하게 사회주의 의료개념이 적용되게 된다' 등의 비판 의견을 남겼다.

 

의료계 "상식적으로 어긋나...개정안 철회해야"

의료계에서는 두 법이 포함되면 유사시에 의료인을 강제로 차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의 한 개원의는 "주변의 의사들도 상당히 비판적인 의견을 많이 보였다"며 "의사를 공공재로 간주하고 북한의 재난상황에 한국 의료인을 파견하는 법이 통과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 의원이 수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만큼 법안이 충분히 검토돼야한다고 본다"며 "당의 입장도 있을 수 있지만 하필 이런 시기에 법률이 발의된 것도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을 통해 "개정안이 재난 극복을 위한 사회적 신뢰와 민관 협력을 저해하고 민간 인력을 협의조차 없는 비축, 구비, 동원의 대상으로 보는 위헌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며 "민간 전문가를 협의의 대상이 아닌 동원의 대상으로 격하함으로써 재난 의료 관련 단체를 모독하고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개정안은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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