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순천향대천안병원 소화기내과 정일권 교수

순천향대천안병원 정일권 교수(소화기내과)는 P-CAB 제제가 위산억제제 시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정일권 교수(소화기내과)는 P-CAB 제제가 위산억제제 시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위장관질환에서 위식도역류질환(GERD)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세계적 추세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PPI(프로톤펌프억제제) 제제로 관리되지 않는 난치성 GERD 환자들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난치성 GERD 환자에게는 PPI 제제를 2배 증량해 처방하는 것을 1차 치료전략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 또한 완벽한 약물은 아니라는 학계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PPI 제제의 한계를 극복한 P-CAB 제제가 난치성 GERD 환자의 치료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자와 만난 순천향대천안병원 정일권 교수(소화기내과)는 P-CAB 제제가 PPI의 한계를 모두 극복할 수 없지만, 위산억제제 계열 약제 중에서는 새로운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 난치성 GERD의 증상은 무엇이며, 진단법에 차이가 있나. 또 유병률은 어떤 추세인가.

난치성 GERD는 GERD 환자 중 8주 또는 12주 PPI 요법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다. 

진단법 중에서는 운동기능검사가 가장 흔하다. 난치성 GERD의 경우 하부식도조임근의 과도한 이완에 따른 역류 증상이 많기 때문이다. 이 외에 내시경을 비롯해 위산역류검사(PH-metry), 임피던스 산도검사, 식도내압검사(manometry) 등도 난치성 GERD를 진단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난치성 GERD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역류성식도염 환자가 1% 내외였지만, 2000년대 들어 유병률이 6~7%까지, 2010년대에는 10~15%까지 증가했다. 현재는 일반환자의 약 20%가 역류성식도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역류성식도염 환자 가운데 20~25%는 난치성 GERD인 것으로 알려진다.

-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난치성 GERD 치료의 방점은 어디에 두고 있나.

난치성 GERD는 식도하부조임근 이완을 줄여줄 수 있는 바클로펜 제제나 알칼리 중화를 위한 약제, 점막 보호제, 췌장·담즙 중화제 등을 사용한다. 또 위장 내 음식물의 역류를 막고 배출을 빠르게 하기 위해 위장운동촉진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내장통증 조절을 위해 삼환계 항우울제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도 고려할 수 있다. 

최근 등장한 P-CAB 제제는 지속적으로 약효가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새로운 길이 될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 본인만의 난치성 GERD 환자 관리전략은 무엇인가. 

의료인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위산을 분비하는 음식은 위식도역류질환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위산을 분비하거나 커피, 담배 등 기호식품은 환자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비만 환자들에게 난치성 GERD가 많이 발견되는 만큼 체중 조절도 관리전략 중 하나라고 본다. 소식을 하고 식후 30분 정도는 쉬거나 가벼운 산보 등을 권한다.

- 난치성 GERD 환자 관리를 위해 PPI 용량을 2배 증량하는 경우가 많다. 장단점이 있다면. 

PPI의 용량을 2배 증량한 첫 4주간은 난치성 GERD 환자에게 효과가 좋다. 실제 아침저녁 식전에 처방해 효과를 본 경험도 있다. 

다만, 강력한 위산 분비 억제에 따른 위산 부족으로 위장관 감염 위험이 높아지거나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이나 스테로이드 복용 환자에게는 더블용량의 PPI를 고집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두 배의 용량이 투입되는 만큼 환자의 비용적 부담도 있다. 

- P-CAB 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나. 

P-CAB 제제도 위산을 조절하는 기전인 만큼 PPI의 단점을 모두 해소할 순 없다고 본다. 약효 발현 시간이 짧거나 환자 개개인의 차이 등 PPI의 단점을 P-CAB 제제가 보완하는 측면인 셈이다. 

다만, P-CAB 제제는 식사 전후 등 복용법에 특정이 없고, 부작용이 없다고 알려진 만큼 이를 강점으로 위산억제제 중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개원가에 난치성 GERD 환자가 방문하면, 약에만 집중하거나 위산분비 억제만 강조하는 것보다 3~6개월 PPI 제제 복용에도 효과가 없다면 3차 의료기관을 찾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GERD를 앓는 외래환자는 전체 환자의 20%를 넘어서고 있고, 난치성 GERD 환자는 이들 중 20~2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정확한 검사를 통해 난치성 GERD의 원인을 찾아내고 개개인에게 맞는 치료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통해 환자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효과적인 의료행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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