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간 체외형좌심실보조장치로 심장 기능 유지 후 뇌사자 심장이식 성공적 시행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박군과 부모(사진 앞줄 가운데), 의료진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국내에서 최장 기간 체외형좌심실보조장치(LVAD) 이식으로 심장 기능을 유지한 환아가 최근 연세대세브란스병원에서 뇌사자 심장을 이식받고 건강히 퇴원해 화제다.

세브란스병원은 심근병증을 앓고 있는 박군(5세)에게 LVAD를 이식해 8개월 동안 심장 기능을 유지하고,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박군은 심장근육이 약해져 심장의 운동기능을 상실하는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인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지난 2년여간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기저질환과 심한 승모판막 기능부전으로 심기능 저하가 악화돼 지난해 8월부터 에크모(ECMO) 치료를 받았다. 

세브란스병원 선천성 심장병센터 김아영(소아심장과)·신유림(심장혈관외과) 교수팀은 환아의 남은 심장기능을 살리고자 에크모 치료 후 LVAD를 이식했다. 

인공심장으로도 불리는 LVAD는 심장 내 좌심실 기능을 대체하는 장치로, 뇌사자 심장이식을 받을 때까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LVAD 이식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박군은 또래 수준의 체중과 신체 성장을 점차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박군의 경우 LVAD 이식 전부터 심장기능이 매우 저하된 상태로 뇌사자 심장이식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문제는 타 장기와 달리 뇌사자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장기의 특성과 소아용 심장은 국내에서 매우 드물어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소아용 심장이 구해질 때까지 환아의 건강을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고, 의료진들의 세심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경계 합병증, 장치 기능부전 등의 위험이 따를 수 있어 집중관리와 관찰이 필수적인 상황이었던 것이다.

박군은 8개월 간 의료진들의 관리를 받다 뇌사자로부터 심장을 기증받아 지난달 6일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5월 4일 건강히 퇴원했다. 

심실보조장치로 부족한 심장의 기능을 보존했던 박군은 전신 장기의 기능과 성장 발달이 잘 이뤄져 성공적인 심장 이식수술과 수술 후 빠른 회복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의 설명이다.

수술을 담당했던 신유림 교수는 "워낙 심장기능이 약화돼 뇌사자 심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였던 환아였고 환아 역시 이식수술을 받기 전까지 잘 견뎌줬다"며 "선천성 심장병 센터가 지금껏 정립해 온 다학제 협력 시스템을 통해 국내 최장 기간 소아 심실보조장치의 성공적 유지와 치료를 이뤄 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아영 교수도 "두 차례의 큰 수술에 따른 다양한 위험요소가 있었지만 세심한 감염 예방과 환아의 전신건강 유지를 위해 전 의료진이 노력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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