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류마티스학회 '류마티스 및 근골격계질환 환자 생식건강 가이드라인' 개발
피임·보조생식기술·폐경기 호르몬대체요법·약물치료 등에 대한 131개 권고안 담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류마티스학회(ACR)가 류마티스질환 환자의 생식건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ACR은 2018년 ACR/미국류마티스전문가협회(ACR/ARP) 연례학술대회에서 '류마티스 및 근골격계질환 환자의 생식건강 관리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한 후, 논의를 걸쳐 최종 가이드라인을 Arthritis & Rheumatology 지난달 23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피임 △보조생식술 △생식력 보존 △임신기간 평가 및 관리 △폐경기 호르몬 대체요법 △약물치료 등 6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됐고, 총 131개 권고안과 12개의 실무지침(practice statements)이 담겼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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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권고안의 권고 등급은 '강함(strong)'이지만, 대부분 권고안은 근거 부족을 이유로 '조건부(conditional)' 권고했다. 일반적인 임상연구에는 임산부가 제외됐고, 류마티스질환 환자에 중점을 둬 모성보건(maternal health)을 평가한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 개발을 이끈 미국 Hospital for Special Surgery(HHS)의 Lisa Sammaritano 박사는 "류마티스질환은 많은 젊은 성인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현재 류마티스질환 전문의에게 산부인과학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은 모든 류마티스질환 환자에게서 다뤄져야 하는 생식건강에 대한 중요한 배경지식과 관련 권고안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카테고리별 중요한 권고안을 정리했다.

여성 환자, 피임 시 자궁 내 장치·피하이식형 피임제 먼저

먼저 전신홍반루푸스(SLE) 또는 항인지질증후군(APS)이 없는 류마티스질환 여성 환자는 효과적인 피임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하게 권고했다. 피임법으로 실패율이 낮은 자궁 내 장치를 사용하거나 피하이식형 피임제 등을 우선 시도하도록 주문했다. 

항인지질항체(aPL) 검사가 양성이거나 APS인 여성 환자에게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이 함유된 피임약을 투약해서는 안 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에스트로겐이 혈전색전증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중등도~중증 SLE 환자를 대상으로 에스트로겐을 포함한 피임약 관련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기에, 신염을 포함한 중등도~중증 SLE 환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이 함유된 피임약보다는 프로게스틴 피임약을 단독 복용하거나 자궁 내 장치를 사용하도록 강하게 권고했다. 

보조생식술 시 프레드니손 용량 증량 안돼 

임신 기간에 약물치료가 적합할 수 있으며 합병증이 없는 류마티스질환 여성 환자는 보조생식술을 받도록 강력하게 주문했다. 안정적인 상태이고 aPL 검사 결과가 음성인 환자가 해당된다.

이어 aPL 검사 결과가 양성인 환자는 혈전색전증 위험이 높으므로, 체외수정을 진행했다면 예방적 항응고요법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SLE 환자는 보조생식술을 받는 동안 프레드니손 용량을 늘려서는 안 된다고 조건부 권고했다. 보조생식술 동안 예방적 목적으로 투약한 프레드니손이 SLE 악화를 막을 수 있는지 확인한 연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시클로포스파미드 치료 중인 남성 '테스토스테론' 병용 안돼

류마티스질환 남성 환자의 생식력 보존을 위해 시클로포스파미드로 치료 중이라면 테스토스테론을 병용해서는 안 된다고 조건부 권고했다. 

이와 함께 실무지침으로서 시클로포스파미드 치료 전 남성의 정자를 동결보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시클로포스파미드 치료 시 정자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치료 전에 동결보관하도록 주문한 것이다.

또 조기난소부전을 예방하기 위해 매달 시클로포스파미드를 투약하고 있는 폐경 전 류마티스질환 여성 환자는 매달 생식샘자극호르몬 분비 호르몬작용제(GnRH agonist)를 병용하도록 조건부 권고했다. 

루푸스 환자, 임신 초기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해야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임신을 계획 중인 류마티스질환 여성 환자는 질병활성도가 낮았을 때 임신할 경우 모체 및 태아의 예후를 개선하기 위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제안했다. 

SLE 환자는 임신 초기에 저용량 아스피린(81~100mg)을 복용해야 한다고 조건부 권고했다. 이는 임신 중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시 SLE 또는 APS 환자의 임신성 고혈압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어 aPL 검사 결과가 양성이지만 산과적(obstetric) 또는 혈전성 APS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임산부는 임신 초기부터 분만까지 예방적 목적으로 매일 아스피린(81~100mg)을 복용하도록 조건부 권고했다.

SLE 없거나 aPL 양성인 폐경기 환자, 호르몬 대체요법 가능

SLE이 없거나 aPL 검사 결과가 양성인 폐경기 류마티스질환 여성 환자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아도 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는 중증 혈관운동증상이 있고 치료에 대한 금기사항이 없으며 치료를 원하는 환자가 해당된다.

aPL 검사 결과가 음성이고 SLE를 동반한 류마티스질환 여성 환자에게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조건부 권고했다. 

무증상의 aPL이 있는 류마티스질환 여성 환자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문했으며, APS 여성 환자도 호르몬 대체요법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권고했다.

남성은 임신 시도 전 시클로포스파미드·탈리도마이드 중단해야

약물치료의 경우, 남성 환자는 임신을 시도하기 전 시클로포스파미드와 탈리도마이드를 투약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권고했다. 

시클로포스파미드 투약 시 정자형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DNA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임신 시도 전 최소 3개월간 시클로포스파미드를 중단하도록 했다.

아울러 탈리도마이드는 정액에서 검출될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시도 전 최소 1개월 동안 중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성 환자는 임신 후기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복용 시 동맥관이 조기폐쇄되는 위험이 있으므로, 임신 후기에 NSAIDs를 투약하지 않도록 강하게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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