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아주대 교수팀, 첫 번째 공동 국제 CDM 기반 빅데이터 연구 발표
한국인 저위험 고혈압 환자에서 3가지 2제 병합요법 비교
사망률 차이는 없지만, RAS 억제제+티아지드계는 심부전, 뇌졸중 위험 줄여
아주대 유승찬 박사 "후향적 연구 제한점 있지만 한국 가이드라인에 큰 역할할 수도"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국내 연구팀은 최근 3가지 고혈압 약제 2개를 합한 '병합요법'간에 사망 위험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RAS 억제제+티아지드계는 이뇨제는 RAS 억제제+칼슘채널차단제보다 심부전 및 뇌졸중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박성하 교수(심장내과)·아주대 박래웅 교수(의료정보학과)·아주대 유승찬 박사과정팀은 3가지 고혈압 병합요법에 대한 CDM 기반 빅데이터 연구 결과를 한국순환기저널(KCJ)에 발표했다. 

국내 연구팀, 첫 번째 공동 국제 CDM 기반 빅데이터 연구 주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건의료빅데이터 시스템을 연구자들에게 개방하면서 많은 국내 의료 연구자들이 국민 건강보험 빅데이터 연구를 진행해 세계적인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 박사팀은 CDM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목받았다.  

아주대 유 박사는 "이번 연구는 한국 연구자들이 주도한 첫 번째 CDM 기반 국제 공동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CDM은 용어와 구조가 표준화된 의료 데이터 형태다. CDM은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서 같은 의미와 내용으로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한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구축한다. 분석 코드만을 공유해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CDM을 이용한 분석 연구망 연구다. 

분산연구망의 개념: 각 기관의 정형화된 임상정보 전체를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구조와 의미를 갖는 공통데이터모델로 변환한 후, 동일한 분석코드를 여러 참여기관에 보내어 각 기관 안에서 분석하고 분석된 집합정보(평균, 합, 표준편차, 오즈비, 위험도 등)만 기관 외의 연구자에게 회신하며, 기관 외의 연구자는 여러 기관에서 회신된 집합정보를 모아서 결과적으로 환자의 개별정보는 보지 않으면서도 여러 기관의 자료를 모아서 분석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사진 출처: 아주대 유승찬 박사
분산연구망의 개념: 각 기관의 정형화된 임상정보 전체를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구조와 의미를 갖는 공통데이터모델로 변환한 후, 동일한 분석코드를 여러 참여기관에 보내어 각 기관 안에서 분석하고 분석된 집합정보(평균, 합, 표준편차, 오즈비, 위험도 등)만 기관 외의 연구자에게 회신하며, 기관 외의 연구자는 여러 기관에서 회신된 집합정보를 모아서 결과적으로 환자의 개별정보는 보지 않으면서도 여러 기관의 자료를 모아서 분석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사진 출처: 아주대 유승찬 박사

유 박사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더불어, 데이터의 크기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 정보 보호 역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분산연구망은 가명화된 CDM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 자체의 유출 없이 알고리즘 또는 프로토콜만을 공유함으로써 전 세계 다양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다"고 덧붙였다.

RAS 억제제+티아지드계 이뇨제,심부전 및 뇌졸중 발생 위험 줄여

유 박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CDM으로 변환된 미국과 한국의 5개의 보험 청구 자료를 기반으로, 고혈압의 초치료에 2제(dual) 병합요법을 6개월 이상 유지한 환자 약 백만명(98만 7983명) 대상으로 3가지 2제 병용요법의 임상적 결과를 비교했다.

3가지 2제 병용요법은 ▲RAS 억제제+칼슘채널차단제 ▲RAS 억제제+티아지느계 이뇨제 ▲칼슘채널차단제+티아지드계 이뇨제였다. 

그 결과, 3가지 2제 병용요법간에 사망 위험도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RAS 억제제+티아지드계 이뇨제 병합요법은 RAS 억제제+칼슘채널차단제보다 심부전 및 뇌졸중 발생을 줄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부분의 환자는 저위험 고혈압을 앓지만 이러한 환자군에 대한 근거가 역설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대해 유 박사는 "이번 연구는 임상시험을 시행하기 어려운 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현재의 가이드라인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후향적 연구 한계점 보완하기 위해 혁신적 기법 사용

그러나 이번 연구는 후향적 관찰형 연구로서 제한점도 있다. 

유 박사는 "이번 연구는 관찰형 형태로,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보다 근거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러한 관찰형 연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양한 혁신적인 기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p 해킹(p-hacking)을 방지하기 위해 전체 연구 프로토콜은 분석 시행 전에 미리 교정됐으며, 연구 재현성 및 투명성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연구 분석 코드는 깃헙(GitHub)을 통해 공개됐다.

또 1000개 이상의 공변량을 이용하는 대규모 성향점수 짝짓기(large-scale propensity score matching) 및 경험적 보정(empirical calibration) 등 첨단의 분석 방법을 도입해 교란 요인(confounding factor)을 통제했다. 

결론적으로 유 박사는 "이번 후향적 연구 결과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을 통해 다시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든 데 큰 역할

연구팀은 제한점을 인정하면서 이번 연구는 CDM으로 변화된 미국과 한국의 고혈압 초치료를 받는 환자에 대한 결과로, 한국인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든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 박사는 "현재 한국은 CDM 연구에서 세계의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제까지 서양 인구에 집중된 의학 근거들을 한국인들의 데이터와 비교해, 진정으로 한국인을 위한 가이드라인까지 만드는 데 큰 역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8년 유럽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환자의 초치료부터 2제 병합요법을 권고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인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 

이전 2008년에 발표된 ACCOMPLISH 연구결과에 따르면 RAS 억제제 중 하나인 ACE 억제제+칼슘채널차단제 병합요법이 ACE 억제제+티자이드계 이뇨제 병합요법보다 우월했다. 그러나 ACCOMPLISH 연구는 서양 인구 중고위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다. 

따라서 한국 인구 또는 고혈압 초치료를 시작하는 저위험 환자들에 대한 근거 자료가 부족했다. 또 선행 서양 연구를 참고해 한국 인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도 자세한 연구 프로토콜 차이 때문에 인종별 차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유 박사는 "그동안 많은 국내 의학 가이드라인이 서양 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 근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왔는데, 이번 연구는 정확히 동일한 연구 프로토콜을 다양한 데이터베이스에 적용함으로써, 저위험 고혈압 환자 대상으로 하는 2제 병합요법의 효과가 인종별, 나라별 및 보험체계별로 큰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피력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