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착한암?'…암 생존자는 여전히 불안하다
'갑상선암=착한암?'…암 생존자는 여전히 불안하다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9.08.2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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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갑상선암 생존자 조사 결과, 절반가량 사망·재발·삶의 질 악화 등 불안감 느껴
미국 연구팀 "예후 좋아도 생존자들 불안감 느껴…완화시키기 위한 중재 필요"
서울성모병원 임동준 교수 "생존 기간 길어 불안감 오래 지속…정신과 협업 필요"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갑상선암은 치료 예후가 좋고 생존율도 100%에 육박해 우리나라에서는 '착한 암', 외국에서는 'good cancer'로 불린다. 하지만 갑상선암 생존자들은 치료 경과가 좋아도 재발과 사망 등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미시간대학 Maria Papaleontiou 교수 연구팀이 갑상선암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가량이 사망 또는 재발, 삶의 질 악화 등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Thyroid 지난달 25일자 온라인판).

연구팀은 갑상선암 생존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의료진이 인지해야 하며,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생존자 설문조사 결과, 41% 사망·63% 재발 우려 

미국 연구팀은 미국 전국 환자 데이터인 SEER(Surveillance Epidemiology and End Results)에서 2014~2015년에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확인했다. 이 중 갑상선암이 재발하거나 질병이 지속된 환자, 원격전이가 발생한 갑상선암 환자 등을 제외했다.

진단 2~4년 후 생존했고 질병이 없는(disease-free) 갑상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최종 2215명의 자료가 분석에 포함됐다.

분석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1%가 사망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치료로 인한 위험을 걱정하는 환자는 43.5%, 삶의 질 악화를 우려하는 환자는 54.7%로 조사됐다. 또 가족에게서 갑상선암이 발병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환자는 58%였고, 63.2%는 재발을 우려하고 있었다.

미국 갑상선암 생존자들이 불안해하는 요인과 응답률(Thyroid 지난달 25일자 온라인판).
▲미국 갑상선암 생존자들이 불안해하는 요인과 응답률(Thyroid 지난달 25일자 온라인판).

이러한 불안감은 교육수준, 성별, 나이 등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고등학교 이하의 학력인 환자는 대학교 이상의 학력인 환자보다 △치료로 인한 위험 걱정(41%↑) △가족에게서 갑상선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걱정(49%↑) △재발 우려(78%↑) △사망에 대한 불안(105%↑)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컸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 환자가 느끼는 불안감이 여성보다 적었다. 남성 환자는 여성과 비교해, 치료로 인한 위험 또는 가족에게서 갑상선암이 발병할 수 있다고 느끼는 정도가 각각 21%와 36% 낮았다.

또 66세 이상인 고령 환자는 44세 이하인 젊은 환자보다 △치료로 인한 위험 걱정(48%↓) △삶의 질 악화 우려(66%↓) △가족에게서 갑상선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걱정(67%↓) △재발 우려(72%↓) △사망에 대한 불안(52%↓)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적었다.

아울러 백인보다 히스패닉인 또는 아시아인은 사망에 대한 불안을 각각 41%, 57% 더 느끼고 있었다.

Papaleontiou 교수는 "갑상선암은 장기간 생존율이 우수해, 갑상선암 생존자들은 암 관련 불안 문제가 없다고 여겨진다"며 "이번 결과에 따라 임상에서는 갑상선암의 치료 예후가 좋을지라도 생존자들은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의료진은 특히 여성, 젊은 성인, 아시아인과 히스패닉인, 교육수준이 낮은 갑상선암 생존자들이 경험하는 불안감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갑상선암 생존자, 일반인보다 삶의 질 낮아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갑상선암 생존자들도 불안감 등을 느끼며 일반인과 비교해 삶의 질이 낮다고 보고된다. 

2010년 Health Qual Life Outcomes에 실린 삼성서울병원 김선욱 교수(내분비대사내과)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갑상선 분화암 생존자의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은 일반인보다 유의하게 낮았다(Health Qual Life Outcomes 2010;8:101).

연구에서는 갑상선 분화암 환자의 심리 상태를 삶의 질 설문지(EORTC QLQ-C3), 간이 피로 평가지(BF), 병원 불안-우울척도(HADS) 등으로 확인하고, 평가 점수를 일반인과 비교했다.

그 결과 갑상선암 생존자들은 일반인보다 삶의 질 점수가 낮았고 불안 또는 피로감 등의 점수는 더 높았다.

김 교수는 논문을 통해 "불안, 우울, 피로감 등이 갑상선 분화암 생존자의 삶의 질을 낮추는 주된 요인"이라며 "장기간 생존한 갑상선 분화암 환자를 관리할 때 심리적인 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치료 예후 좋은데…갑상선암 생존자는 왜 불안한가? 

갑상선암은 다른 암보다 치료 예후가 좋고 생존율도 높음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성모병원 임동준 교수(내분비내과)는 "갑상선암 생존자는 생존 기간이 길지만,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고 많은 약을 복용하거나 갑상선호르몬을 평생 투여해야 한다"며 "그 기간이 길어지면서 갑상선암 생존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증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젊은 갑상선암 생존자가 고령보다 불안감을 더 느끼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갑상선암 생존자 중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암이 재발하는 경우도 있어 이 같은 요인이 환자의 불안감을 높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갑상선암 생존자 중 치료 후 5~10년이 지나 암이 재발하는 경우가 꽤 있다"면서 "환자들은 재수술 후 치료 경과가 좋아 안도하면서도, 암이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은 암이라는 인식이 있어 다른 암에 비해 갑상선암 생존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상담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게 임 교수의 전언이다. 이에 치료 후 불안감을 호소하는 갑상선암 생존자에 대한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갑상선암 생존자는 예후가 좋다고 생각하니 다른 암에 비해 정신건강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며 "의료진이 갑상선암 생존자에게 치료 경과가 좋은 암이라며 안심시키지만, 모든 환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 임상에서 갑상선암 생존자 중 불안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일부 있다. 암이 재발한 환자일수록 더 불안감을 경험한다. 불안증상이 심하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아보기를 권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다른 암과 달리 갑상선암 생존자에 대한 상담은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다. 갑상선암 생존자가 불안을 호소한다면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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