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A·ASA, 혈전제거술 가능 시간 6시간→24시간으로 연장
EXTEND, 혈전용해술 4.5시간→9시간 확대 가능…메타분석에서도 입증
고대 구로병원 김치경 교수 "선별기술·치료기구 발전 덕분…국내 적용하기엔 부담 있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뇌졸중 환자의 치료 가능 시간을 대폭 연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미국심장협회·뇌졸중협회(AHA·ASA)가 뇌졸중 환자의 혈전제거술(thrombectomy) 가능 시간을 기존 6시간 이내에서 24시간 이내로 확대한 데 이어, 학계에서는 혈전용해술(thrombolysis) 시간도 연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혈전제거술, 혈전용해술 등 혈관재개통술 가능 시간이 확대되면 많은 뇌졸중 환자가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發 혈전제거술 치료 대변화

지난해 AHA·ASA는 '뇌졸중 환자를 위한 조기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혈전제거술 가능 시간을 4배 확대하면서 치료 패러다임의 대변화를 몰고 왔다.

혈전제거술은 약물치료가 어려운 혈관을 기계적으로 개통하는 시술로, 혈관에 미세 도관과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넓혀 혈전을 제거한다. 치료 성공률은 혈전용해술보다 높지만, 특정 뇌혈관에만 도관을 삽입할 수 있고 신속하게 치료를 진행하기 어렵다. 

하지만 혈전제거술 가능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DAWN 연구와 DEFUSE-3 연구가 발표되면서, 미국은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혈전제거술 적용 시간에 변화를 줬다. 혈전제거술이 필요한 환자는 다른 치료가 어렵기에 이 같은 변화로 많은 환자가 치료 혜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변화에 발맞춰 대한뇌졸중학회도 뇌졸중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학계 전문가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신중한 논의 끝에 혈전제거술 가능 시간을 기존보다 연장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전해진다. 

EXTEND 결과, 알테플라제 투여 시간 '9시간 이내'도 괜찮아

이러한 움직임은 혈전용해술로 이어진다. 혈전용해술 가능 시간을 기존 4.5시간에서 9시간으로 2배 확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치료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NEJM 5월 9일자 실린 EXTEND 연구 결과, CT 관류영상 검사(perfusion imaging)를 통해 뇌조직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된 허혈성 뇌졸중 환자는 혈전을 용해시키는 알테플라제(tPA)를 증상 발생 후 4.5~9시간에 투약(알테플라제군, 113명)해도 위약군(112명) 대비 신경학적 결함이 없거나 경미한 환자 비율이 더 높았다(N Engl J Med 2019;380:1795-1803).

구체적으로 장애예후 평가지표인 mRS(modified Rankin Scale)가 0~1점인 환자는 알테플라제군 35.4%, 위약군 29.5%로, 위약군에서 장애 발생 위험이 1.44배 높았다(adjusted RR 1.44; 95% CI 1.01~2.06; P=0.04).

단 증상이 있는 뇌내출혈 발생률은 알테플라제군 6.2%, 위약군 0.9%로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지만 알테플라제군에서 출혈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파악됐다(adjusted RR 7.22; 95% CI 0.97~53.5; P=0.0).

연구를 진행한 호주 로열 멜버른병원 Geoffrey Donnan 교수는 "많은 뇌졸중 환자에게 혈전용해술을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번 연구에서 입증했다며 "EXTEND 연구는 CT 관류영상 검사에서 뇌조직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된 환자의 혈전용해술 시간을 9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는 강력한 근거(level 1 evidence)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EXTEND 연구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진행된 ECASS4-EXTEND 연구(Int J Stroke 2016;11:260-267)와 EPITHET 연구(Lancet Neurol 2008;7:299-309)를 모두 메타분석한 결과도 혈전용해술 가능 시간 확대에 힘을 더한다(Lancet 5월 21일자 온라인판).

최종 결과에 따르면, 뇌조직 치료가 가능한 허혈성 뇌졸중 환자 중 증상 발생 후 4.5~9시간에 알테플라제를 투여한 환자군은 위약군보다 3개월째 mRS 점수가 0~1점인 환자가 더 많았다(36% vs 29% ; aOR 1.86; P=0.011). 

증상이 있는 뇌내출혈 발생률은 EXTEND 연구처럼 알테플라제군이 5%로 위약군(1% 미만)보다 높았지만, 이는 전반적인 혈전용해술의 치료 혜택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환자 선별기술·치료기구 발전, 치료 시간 확대로 이어져

이처럼 혈전제거술과 혈전용해술 가능 시간을 기존보다 확대할 수 있음을 입증한 데에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기술과 치료기구 발전의 공이 크다.

과거에는 치료를 진행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출혈 위험이 커지기에 치료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출혈 발생 위험이 낮고 혈관재개통술을 받으면 도움이 될 수 있는 환자를 선별하는 기술이 발전했으며, 새로운 치료제 및 치료기구가 개발되면서 혈관재개통술 가능 시간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EXTEND 연구에서 CT 관류영상 검사로 뇌조직 치료가 가능한 환자를 선별하는 등 CT, MRI 영상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점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메타분석 연구를 진행한 호주 모내시대학 Henry Ma 교수는 "CT 관류영상 검사를 통해 9시간까지 혈전용해술을 적용할 수 있는 환자군을 효율적으로 선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고대 구로병원 김치경 교수(신경과)는 "MRI, CT 등 영상기술이 발달하면서 치료 가능한 뇌졸중 환자를 잘 선별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뇌졸중 치료기구도 발전했다"며 "이로 인해 혈관재개통술 가능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료 가능 시간 확대…국내 의료진에게는 부담으로?

그러나 이러한 치료 패러다임 변화는 국내 임상에서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혈관재개통술 가능 시간이 확대되면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보다 면밀하게 선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영상검사 결과를 판독할 수 있는 인력과 함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즉 혈관재개통술 가능 시간이 연장되더라도 이에 따른 위험보다 혜택이 큰 환자를 선별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녹록지 않다.

김 교수는 "혈전용해술 가능 시간이 확대돼 CT 관류영상 검사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한다면 영상검사 결과를 판독할 수 있는 의료진이 더 필요하다. 또 의료진 판단에 따라 치료가 결정되는데, 이 때 치료가 도움이 되는 환자를 선별하기가 쉽지 않다"며 "혈전용해술과 혈전제거술은 성공하지 못할 경우 위험이 매우 크기에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혈관재개통술이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치료가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때문에 많은 의료진들이 사명감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파악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CT 관류영상 검사가 주로 큰 병원에서 시행된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혈전용해술은 규모가 크지 않은 병원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치료이기에, 만약 혈전용해술 가능 시간이 확대돼 이에 따라 CT 관류영상 검사가 필요하다면 많은 병원에서 혈전용해술을 시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CT 관류영상 검사를 할 수 있는 병원이 거의 없다면 혈전용해술 가능 시간을 확대할 이유가 없다. 국가 또는 사회가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간을 늘려야 한다"면서 "이 같은 환자 선별 과정이 국내에서도 가능한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여야 한다. 관련 연구도 더 발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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