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 서울아산병원 진료전담교수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등에서도 관심 커져
미국처럼 독립 영역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한 사람이 다니고, 두 사람이 다니고 이후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것이 길이 된다. 누군가는 처음으로 첫걸음을 떼어줘야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2015년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새로운 제도가 국내에 선보였을 때 다들 주저하고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한번도 본적 없는 생소한 제도였고, 게다가 병원에 정착할지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당당히 용기를 내어 길 위에 올라선 의사 몇 명이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김준환 진료전담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입원전담전문의)도 그 중 한명이다. 

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 홍보이사인 김 교수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제도가 잘 정착하길 위해 포털에 글을 써 알리고, 퇴근 후 후배들에게 개별적으로 상담을 하는 등 불타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김준환 서울아산병원 진료전담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김준환 서울아산병원 진료전담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그동안 성과가 있었다면? 

입원전담전문의가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2016년 9월에 병원 15곳에서 56명의 입원전담전문의(내과+외과)로 시작했는데, 올해 1월 기준으로 병원 25곳, 인원 98명이나 됐다. 초창기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만이 참여했는데, 지금은 동탄성심병원이나 칠곡경북대병원 등 지방에 있는 병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처음보다 병원, 학회, 의사의 이해도가 좋아졌고, 특히 환자들이 입원전담전문의 존재에 대해 만족한다는 점이 가장 기분이 좋다. 

- 최근 내과와 외과 이외의 다른 학회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등에서 많은 문의를 해오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질환이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어서라고 본다. 특히 소아 혈액종양 관련 분야가 그렇다.

응급의학과는 응급 병상이 있는 병원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흉부외과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정부가 내과와 외과 수련을 3년으로 줄였다. 입원전담전문의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초창기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다, 그만둔 이들도 있다. 그 까닭은? 

전공의 대체 인력으로 생각하는 병원에서 그만두는 의사가 많았다. 또 입원전담전문의가 해야 일에 전공의가 하는 일까지 업무량이 너무 많아 번아웃(burnout) 되는 동료들도 종종 있었다. 병원이 채용한 후 방향성을 제시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병원이라면 조건이 조금 미흡해도 입원전담전문의들은 기꺼이 그곳에 갈 것이다. 

- 현장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교수나 환자들이 전공의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 보는 시선이 힘들고, 입원전담전문의의 전문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들이 여전하다는 것이 아픈 부분이다. 하지만 1세대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후배들의 상황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더 열심히 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역할이나 직업 안정성 등 초창기부터 지적해 온 문제점은 해결됐는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가 있다. 역할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이 문제는 우리가 풀 수 없다. 정부와 병원이 해결해야 하는데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정부가 봉직의,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 등을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 또 적정한 수가가 책정돼야 한다.

지금 병원장들은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하고 싶어도 적자라서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은 환자당 수가가 인정되는데, 중증도 혹은 병상 수 등 현실을 고려해 논의해야 한다. 

- 입원전담전문의는 새로운 직업군이다. 적합한 의사가 따로 있을까?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 환자를 전반적으로 돌보는 의사다. 따라서 질환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질환에 관해 공부하는 사람이 좋을 것 같다. 또 지금은 초창기라 진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면 유리할 것 같다.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실망하지 않고, 지치지 않아야 한다. 

- 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의 앞으로 계획은? 
관련 근거자료를 많이 쌓고, 논문도 준비하고 있다. 협의회에서 수가나 정책, 제도 등에 대해 조직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미국처럼 독립된 영역의 하나의 진료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