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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7] 위험 무릅쓰고 소아에 미승인 약물 쓰는 이유소아 대상 임상시험 ‘하늘에 별따기’…“시장 규모 작아 제약사 관심 밖”
박선재 기자  |  sunjae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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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8.08.07  06: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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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래 내용 중 미승인 약물 사용에 해당하는 것은?
①심근경색, 외상, 내독성패혈증, 무뇨증, 심박출량 감소로 인한 저혈압 치료를 위해 소아에게 도파민을 사용했을 때
② 소아 환자 내시경 검사 시 프로포폴을 사용했을 때 
③ 수술 후 구역 구토 증상 완화를 위해 소아에게 라모세트론을 처방했을 때내용을 입력하세요.
   
 

①, ②, ③번 모두 미승인 약물에 해당한다. 도파민은 약물 용법용량에 ‘소아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이 확립돼 있지 않아 소아에는 투여하지 않는다’로 돼 있고, 프로포폴도 ‘마취를 목적으로 3세 미만 소아에게 투여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 있다.

라모세트론 역시 ‘미숙아, 신생아 등 소아에 대한 안전성이 확립돼 있지 않다’고 알려졌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에 관련된 스모프리피드도 미승인 약물이다. 

임상현장서 환아에 미승인약물 처방 ‘일상적’

미승인 약물이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유효성 평가에 따라 허가된 범위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위 사례에서 보듯 임상에서 일상적으로 많은 미승인 약물(오프라벨, 허가초과 약물, 미승인 약물 등 여러 용어가 사용되는데 기사에서는 미승인 약물로 통일한다)이 사용되고 있다. 

   
 

수치를 보면 더 충격적이다. 서울의대 김희수 교수(서울대어린이병원 마취과)팀이 2010년부터 2015년 9월까지 소아(19세 미만)를 대상으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 외래 및 입원 청구자를 토대로 연구 약물별 허가 초과 사용현황에 대해 분석했다.

또 서울대어린이병원을 대상으로 소아분과별 전문의에게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미승인 약물도 조사했다. 그 결과 선별된 17개 약물에 대한 허가초과 사용약물 청구 건수는 총 2572만 3278건이었다. 비율로 계산하면 약 72%다.

김 교수는 "현장에서 70%가 넘는 미승인 약물이 처방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청구자료는 보험청구 목적으로 수집된 자료로 청구되지 않은 비급여 부분에 있어 아마도 더 많은 미승인 약물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약사 소극적…정부가 연구자 임상에 투자해야”

소아에게 사용하는 약물 중 미승인된 것이 많은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소아에게 어떻게 임상시험을…’이란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소아에게 임상시험을 하는 게 비윤리적이라는 사회 통념이 미승인 약물 사용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그 근원은 현재 임상시험의 뼈대를 잡았다고 평가되는 1974년 벨몬트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소아에게 임상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가면서 소아는 임상시험에서 제외됐다. 이후 2003년 미국에서 소아임상에 대한 조약이 생겼지만 제약사는 여전히 소아 임상에 소극적이다.

또 다른 이유는 경제적 이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제약사의 태도다.

서울의대 김한석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소아임상시험센터장)는 제약사가 주도하는 신약개발은 경제적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유병률이 높은 질환에 집중한다는 것. 

김한석 교수는 "제약사는 비용 대비 효과를 위해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신약개발에 집중한다. 소아는 마켓이 적어 제약사가 관심을 두지 않고, 결국 임상시험도 적은 것"이라며 "제약사가 투자하지 않으면 정부라도 연구자 임상에 투자해야 하는데, 이 또한 관심이 적다"고 토로했다. 

   
▲ 서울대병원 소아임상시험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우리나라만 유독 소아에게 사용하는 미승인 약물이 많은 것은 아니다. 유럽 등 외국도 우리와 비슷하다. 핀란드는 입원한 소아 환자의 36~100%, 호주는 아동병원 9곳을 조사한 결과 모든 처방전의 60%와 외래환자 처방전의 26%에서 미승인 약물 사용이 확인됐다. 프랑스도 소아에서 미승인 약물 사용이 더 빈번하다. 

부작용 부담감에 환자도 의사도 ‘울상’

소아에게 미승인 약물이 70% 이상 처방되고 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몇 년 전부터 전문가들이 지적했지만,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 결과 미승인 약물에 대한 부담감은 오롯이 환자와 의사의 몫으로 남게 됐다.

우선 환아는 의약품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처방받고 있다. 그런데도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환자 알 권리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지점이다. 

몇몇 후향적 연구를 보면 미승인 약물의 부작용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2016년 JAMA에 실린 연구에서도 미승인 약물의 부작용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JAMA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은 캐나다 퀘벡 주의 4만 6000여 명의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15만여 개의 처방전을 적응증에 따라 승인 약물과 미승인 약물로 구분했다. 그 결과 부작용 발생률이 1만명당 13.2명이었는데, 승인 약물에서는 12.5명, 미승인 약물에서는 19.7명이었다.

미승인 약물을 처방하는 의사는 비급여로 모든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케 하고 임상연구 실적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고 한다. 미승인 약물이고 부작용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처방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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