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욱 고려의대 교수, 항생제 어드바이저 AI '에이브릴' 개발 중
대학병원뿐 아니라 1차의료기관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 목표

▲ 항생제 어드바이저 AI ‘에이브릴’ 개발하는 손장욱 고려의대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의학계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항생제 내성 문제를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대의료원(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김효명)과 SK(주) C&C(사업대표 안정옥)는 지난해 왓슨 기반 AI인 '에이브릴(Aibril) 항생제 어드바이저'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에이브릴'은 입력된 환자의 증상과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적합한 항생제 종류, 처방 방법, 추천 근거 등을 의료진에 제공한다. 최신 의학논문과 빅데이터를 모두 분석해 적절한 항생제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주목표다.책임연구자인 안암병원 손장욱 교수(감염내과)는 "항생제 내성은 항생제를 복용하면서 생기는 문제다. 결국 내성이 생기지 않도록 현재 쓸 수 있는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에이브릴은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처방 가능한 항생제를 얼마나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 항생제 내성 발현을 억제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다"라고 설명했다.[창간 17주년 특집①]21세기 대재앙 '항생제 내성' 인류를 구하라[창간 17주년 특집②]"최적 항생제 추천하는 'AI 비서' 곧 나옵니다"[창간 17주년 특집③]슈퍼박테리아 위세...한국 '방어선'이 위태롭다- 세계 최초로 AI 플랫폼인 에이브릴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국내에서는 항생제 처방 시 미국 등 외국 가이드라인을 주로 활용한다. 그런데 외국 가이드라인이 우리나라 그리고 각 병원 실정과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항생제를 처방하면서 '처방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었다.이에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적합한 항생제를 추천해줄 수 있는 에이브릴 개발을 시작하게됐다. 에이브릴은 항생제 처방 관련 자료가 축적되면 이를 분석해 병원 실정에 맞는 피드백을 준다.모아진 자료를 바탕으로 병원 내 어떤 세균이 많은지 확인하고 병원 실정에 맞는 항생제를 추천할 수 있다.- 에이브릴은 어떤 형식으로 개발 중인가?큰 틀에서 두 가지로 개발 중이다. 먼저 메인이 되는 항생제 처방 프로그램이다. 항생제 추천은 물론 이에 대한 근거를 찾아볼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두 번째는 챗봇(ChatBot)이다. 챗봇으로 항생제 용법, 부작용, 다른 약제와의 상호작용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스마트폰과 PC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여기에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포함해 항생제 사용량, 내성균 발현 빈도 등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환자들을 타깃으로 한 챗봇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 에이브릴이 의사를 대신해 처방할 항생제를 결정하나?에이브릴은 처방할 수 있는 항생제를 조언하는 정도다. 처방을 결정하는 책임자는 의사다.개발 초기 에이브릴이 모든 결정을 내릴 것이란 오해가 있었다. 에이브릴은 많은 정보를 분석해 처방 가능한 항생제를 추려준다.최종 판단은 의사의 몫이다. 즉 에이브릴은 항생제 처방 시 조언을 주는 '똑똑한 비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손장욱 고려의대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1차 의료기관에서도 에이브릴을 활용할 수 있나?

대학병원부터 1차 의료기관까지 에이브릴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대학병원과 지역병원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

각 병원에서 더 나아가 지역사회 데이터가 모이게 돼 병원들이 항생제 처방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또 각 지역병원의 항생제 처방 데이터가 쌓이면 지역사회 특성이 나타난다.

이 개념이 커지면 국내뿐만 아니라 각 국가에 맞는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 에이브릴 개발에 걸림돌은?

가장 큰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법이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지만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항생제 내성은 공공의 문제다. 이런 부분까지 개인정보 보호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이를 지켰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 에이브릴로 항생제 내성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면 비용 대비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개발적 측면에서는 의료진이 에이브릴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좋더라도 사용자가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에이브릴은 쓰면 쓸수록 데이터가 쌓여 병원에 유용하다. 의료진이 입력하는 부분을 최대한 단순화시켜 사용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 에이브릴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나?

예방적 측면에서 항생제 내성 발현이 늦춰질 것이다. 항생제 내성은 결국 항생제를 복용하면서 생기는 문제다. 현재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항생제 신약 개발이다.

하지만 세균은 진화하기에 또다시 신약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결국 항생제 내성을 막기 위해선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항생제를 얼마나 잘 쓰는지가 관건이다.

에이브릴은 의사가 항생제 처방을 결정하는 데 있어 근거를 바탕으로 가장 최적의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 항생제 내성 발현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올해 진료현장 도입을 목표로 했다. 하반기 계획은?

7월에 챗봇의 베타버전이 나올 예정이다. 체험단을 통해 피드백을 받고 9월에 완성본이 나오는 것으로 구상 중이다.

에이브릴 메인 프로그램은 베타테스트를 거쳐 빠르면 11월에 개발을 완료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현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발표 시기는 조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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