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AR 2018 레나바숨 임상 공개, 전신경화증 환자 CRI 56% 개선
난치성 피부근염에도 효과, 기존 항염증제 부작용 해결 가능성

 

어느 날 피부가 두껍게 굳으며 전신이 딱딱해져 온 한 중년 여성 A씨. 이어 위장관, 근골격계는 물론 폐, 심장, 신장이 차례로 굳어져 온다. 돌로 변하는 마법이라도 걸린 것일까?

상상 속 마법 이야기가 아닌 바로 전신경화증(systemic sclerosis) 이야기다.

전신경화증은 대표적 희귀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이다. 환자의 피부는 콜라겐이 과다 생성돼 섬유화를 일으켜 두꺼워지고, 내부 장기는 장애를 일으킨다.

이어 관절 통증, 위식도 역류 질환, 과민성 장질환(IBS)이 나타난다. 또한 레이노 증후군, 쇼그렌 증후군, 폐섬유증 등 폐, 심장, 신장 관련 질환도 유발한다.

전신경화증의 환자의 상당수인 80%는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 전신경화증 산정특례질환으로 등록된 환자는 약 3000명에 이른다. 그러나 표준 치료는 아직 없다. 병의 진행을 늦추는 몇몇 약제만 있을 뿐이다.

최근 새로운 전신경화증 치료제가 소개됐다.

그 주인공인 ‘레나바숨(Lenabasum)'은 면역세포와 섬유아세포에서 발현되는 칸나비노이드 수용체2(cannabinoid receptor type2, CB2)에 결합해 염증을 치료하고 섬유화를 중단시키는 전신경화증 치료제다.

지난달 13일부터 4일간 진행된 EULAR(유럽류마티스학회) 2018에서는 레나바숨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임상 연구가 다수 소개됐다.

전신경화증 환자 CRI 56% 개선

 

먼저 광범위 전신경화증 환자에게 레나바숨의 장기간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미국 웨일코넬 의대 Robert Spiera 교수의 연구가 소개됐다(OP0006).

자가면역질환은 치료제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는데, 오픈라벨로 진행된 이번 임상에서 보여준 데이터는 해당 치료옵션으로서의 잠재성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광범위 전신경화증 환자 38명을 대상으로 레나바숨의 안전성과 내약성(tolerability), 임상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이중 맹검 위약 대조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은 5~56주간 하루에 두 번씩 레나바숨 20mg 또는 위약을 투여받았다.

그 결과 레나바숨을 투여받은 환자 25명의 광범위 전신경화증의 통합 반응 지수(CRI)가 56%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의 전반적 평가(Physician Global Assessment, PGA) 점수는 0.9점 감소한 0.5점이었다.

PGA가 0점이면 완벽한 피부개선도를 의미하며, 0~1점이면 거의 완벽한 피부 개선도를 뜻한다. 또한 가려움 정도를 평가하는 5-D itch scale 점수는 2.3점 감소한 0.8점이었다.

Spiera 박사는 “총 환자의 50%가 CRI 95%를 달성했다”면서 “예후 평가 점수가 상당 부분 개선됐다”고 밝혔다.

반면 환자 7명에서 부작용이 발견되기도 했다. 가장 많이 발견된 부작용은 상부 호흡기 감염(22%), 비뇨기관 감염(14%), 설사(11%), 피부 궤양(11%), 어지러움증(8%)이 있었다.

난치성 피부근염 환자 SI 점수, 5점 이상 감소

난치성 피부근염(refractory skin-predominant dermatomyositis) 치료에 레나바숨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Victoria P. Werth 박사의 연구도 소개됐다(FRI0470).

연구는 임상 2상 시험으로 16주간 이중 맹검 무작위 위약 대조군 시험으로 진행했고, 대상으로는 성인 중증도 지수(Severity Index, SI)의 활동 점수가 14 이상인 피부근염 환자 22명이 모집됐다. 이들은 면역억제제나 하이드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등 피부근염 치료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연구진은 처음 4주간은 하루에 한 번 레나바숨 20mg씩, 그 다음 8주간은 하루에 두 번 레나바숨 20mg을 투여하는 등 용량을 늘렸다. 위약 또한 같은 방식으로 투여했다. 이후 환자 상태를 4주간 관찰했다.

안전성과 효과 검증은 연구기간을 포함해 총 16주간 진행했으며, SI의 활동 점수로 평가했다.
연구 결과 레나바숨 투여군은 4주 후 SI 활동 점수는 평균 5점 이상 감소해 임상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그 밖에도 레나바숨은 위약 대비 SI 손상 지수, 피부 질환 및 전반적인 질병 평가 및 감광성, 가려움증, 피로, 활동 장애, 통증, 신체 기능 등을 포함한 피부 증상에서 위약보다 큰 개선 효과를 보였다.
그 밖에 모든 코호트에서 3명 이상의 피검자를 대상으로 설사, 현기증, 피로감, 구강건조증 등 부작용이 관찰됐으나 레나바숨과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이어진 오픈라벨 시험에서도 레나바숨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SAT0512).

연구진은 앞선 시험에서 하이드로클로로퀸 치료에 불내성을 가졌거나 중증의 난치성 피부근염을 가진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오픈라벨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증도 지수(SI)의 활동점수와 질환의 전반적인 활성도를 평가하는 연구자 리커트 평가(Physician Likert assessment), 피부 질환 활성도 등이 개선됐다.

마찬가지로 통증의 정도를 나타내는 통증척도(VAS:Visual Analog Scale: 0~100mm), 환자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스킨덱스(Skindex)-29 또는 PROMIS-29에서도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부작용으로는 환자 2명에게서 피부근염 악화(falre)가 발생했으나, 나머지는 가벼운 증상이었다.

Werth 박사는 “레나바숨은 이번 임상 2상 시험에서 난치성 피부질환은 피부근염에 효과와 안전성, 내약성을 입증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치료 효과를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항염증제 부작용 문제에서 자유로워

현재까지 알려진 레나바숨의 부작용은 미미한 편이나, 레나바숨이 칸나비노이드 수용체에 작용하기 때문에 마리화나인 칸나비스(cannabis)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아닌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충남의대 심승철 교수(류마티스 내과)는 “마리화나는 뇌에 있는 칸나비노이드 수용체-1에 결합해 환각 증상을 일으킨다. 반면 레나바숨은 면역세포의 칸나비노이드 수용체-2에 결합 후 면역세포의 기능을 억제해 염증을 치료하기에 애초에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신경화증 치료를 목적으로 나온 약물은 아직 없다. 증상을 줄이기 위한 몇몇 약제만 존재한다. 가령 관절통이나 근육통에는 비스테로이드소염제(NSAID)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자칫하면 위험한 상황으로 환자를 내몰 수 있다. 바로 NSAID의 주요 부작용인 위장관 궤양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전신경화증으로 내부 장기가 딱딱해지는 등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NSAID로 인한 위장관 궤양까지 겹치게 되면 환자는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전신경화증 치료에 여러 난관이 존재하기에 레나바숨의 등장이 더더욱 기다려질 수 밖에 없다. 레나바숨은 기존 항염증제의 부작용에서 자유롭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임상에서 보여줬듯 류마티스 학계에서는 피부근염과 전신경화증, 이 두가지 질환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다. 현재 레나바숨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3상 시험은 2020년 3월에 완료될 예정이다.

또한 지난 3월 말 식약처는 'JBT-101(Lenabasum)'의 3상 임상 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국내 임상시험은 ‘광범위 전신경화증에서 레나바숨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무작위 위약 대조 이중 맹검 시험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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