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대 박종훈 신임 안암병원장 "국민에게 신뢰받는 병원으로 나아가겠다"

▲ 지난 1일 제28대 고대 안암병원장으로 박종훈 병원장(정형외과)이 취임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공선사후(公先私後). 안암병원장으로서 사적인 일보다 공적인 일을 우선시하고자 합니다"

지난 1일 제28대 고대 안암병원장으로 취임한 박종훈 원장(정형외과)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공선사후'라는 사자성어가 적힌 액자 앞에서 박 병원장은 임기 2년 동안 공과 사를 냉철하게 구분하면서 환자 중심의 의료를 구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안암병원에서 10여 년 간 적정진료관리위원장, 안암병원 진료부원장, 의무기획처장 등의 보직을 두루 거쳐 병원 내 문제점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임기 동안 안암병원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에 대한 로드맵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안암병원에서 주요 보직을 거친 후 병원을 움직이는 병원장이 됐다는 점에 감격스럽다"며 "한편으로는 병원이 당면한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막중한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낀다"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안암병원을 '국민에게 신뢰받는 병원'으로 만들고 최첨단 융복합의학센터를 통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JCI 인증으로 의료사고 없는 의료 문화 정착시킬 것"

▲ 제28대 박종훈 안암병원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그가 안암병원을 이끌면서 무엇보다 가장 주력하는 것이 '환자 안전'이다. 국민은 의료사고가 있는 병원을 신뢰하지 않으며, 인증을 받았음에도 의료사고가 발생한다면 결국 인증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그는 올해 예정된 JCI 인증 재평가를 통해 환자 안전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JCI는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협력을 맺은 미국 국제의료기관평가기구로, 그는 안암병원이 JCI 첫 번째 인증을 받을 때 인증 평가를 담당한 교수이기도 하다. 

그는 JCI 인증 재평가로 안암병원이 안전한 의료를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병원 내 의료사고가 없는 의료 문화를 완전히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가 1990년대 들어 의료 질 경쟁이 아닌 병원 규모 경쟁의 늪에 빠졌다. 환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규모 경쟁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최첨단 장비로 최상의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목적이 돼선 안 된다. 기본적으로 의료사고가 없는 의료 문화가 완전히 정착돼야 하며, 이를 위한 수단으로써 JCI 인증을 제시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다만 인증을 위한 인증을 받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인증제 무용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에 대해 그는 병원이 인증을 받았음에도 정작 병원 내에서는 변화가 없는 현실에서 찾았다. 인증을 받았다면 그 평가 내용에 따라 병원이 매일 움직여야 하지만, 실상은 인증평가 때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

그는 "병원 내 의료사고 3건 중 2건은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사고다.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를 인증평가를 통해 배우는 것"이라며 "JCI에서 추구하는 의료안전이 병원 내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집행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한 번에 되지 않기에 여러 번 인증을 받아 의료안전이 병원 내 문화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환자 안전 위해서는 '최소수혈수술' 지향해야"

이와 함께 그는 최소수혈수술을 강조하면서 안암병원을 '최소수혈외과병원'으로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소수혈수술의 중요성을 주창하는 이유로 그는 △국내 의료현장에서 수혈을 과도하게 하고 있으며 △수혈이 환자의 치료 성적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그는 "수혈은 현대 의학 중 가장 과용되는 대표적인 치료다. 2000년대부터 여러 논문을 통해 수혈받은 환자가 수혈받지 않은 환자보다 수술 후 감염률 및 사망률이 월등히 높다는 게 증명됐다"며 "미국, 유럽 등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수혈을 완전히 조절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 같은 노력이 없다. 때문에 국내 대다수 병원에서 수혈이 부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즉 환자 안전을 위해서는 최소수혈수술을 지향해야 하며, 안암병원이 최소수혈수술을 정책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병원 내에서 최소수혈수술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최소수혈수술이 보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안암병원이 병원 차원에서 최소수혈수술을 진행하고 최소수혈외과병원을 만들게 될 경우 아시아 최초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병원 내부적으로 최소수혈수술에 대한 의료진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며 "모든 외과 의료진이 최소수혈수술에 동의하고 동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뜻이 있는 의료진과 함께 6개월 동안 최소수혈외과병원을 만들기 위해 준비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연구중심병원 재지정은 '시대적 사명'…"미래 의료 이끄는 연구 하겠다"

이어 그는 안암병원이 2013년에 이어 2016년에 연구중심병원으로 재지정된 것은 시대적 사명이라며, 병원은 진료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나은 의료를 창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당장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닌 미래 의료를 이끌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안암병원은 이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연구를 위한 연구에서 끝내지 않고 연구 성과를 의료 사업화로 연결해야 한다"며 "안암병원은 연구중심병원 재지정 평가에서 의료 사업화 부분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등 국내 연구 분야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도 연구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미래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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