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고혈압학회 정진원 회장(원광대병원 순환기내과)

대한고혈압학회 정진원 교수(순환기내과)는 복약순응도 향상이 고혈압 관리의 시작이자 정복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가 고혈압 경계치와 목표혈압을 기준보다 낮춘 새로운 고혈압 진단 기준과 목표혈압이 담긴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자 국내 의료계도 술렁이고 있다.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국내 의료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그대로 국내에 적용할 수 있을지부터 시작해, 해당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면 증가가 불가피한 신규 고혈압 환자에 대한 관리까지 우려에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고혈압 가이드라인 변화에 따른 또 하나의 이슈는 고혈압 환자에 대한 관리 전략 변화다. 

고혈압 진단 기준과 목표혈압 조절 등을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복약순응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한고혈압학회 정진원 회장(원광대병원 순환기내과)을 만나 AHA·ACC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국내 임상 전략에 미칠 영향과 환자 관리 전략을 들어봤다. 

- 2017년판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새롭게 발표됐다. 국내의 관리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AHA·ACC에서는 목표혈압을 나이에 상관없이 전 그룹에서 130/80mmHg 이내로 낮추는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는 추세다. SPRINT 연구의 75세 이상 Sub-Study에서도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때 혈압을 낮게 조절할수록 합병증이나 사망률이 줄어드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다만 AHA·ACC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체 유병률이 높아진다. 즉 국내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고혈압 전단계로 진단했던 환자들이 모두 고혈압 환자가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가이드라인도 업데이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에 ESC 등 가이드라인이 업데이트되고, 국내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면 여러 의견과 데이터를 참고해 국내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아울러 학회에서도 환자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홍보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 학회의 계획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 

현재 학회는 2014년판 한국 고혈압지침을 참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2017년 AHA·ACC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진료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올해 학회에서 고혈압 FACT SHEET를 발표한 만큼, 이를 토대로 고혈압 관리 개선점을 검토해 국내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25%까지 줄여보자고 목표를 세운 만큼 우리나라의 고혈압 인지율, 치료율, 관리율 등을 매년 업데이트하고 관찰하며 국내 실태에 맞게 진료지침을 관리할 방침이다. 

- 심혈관질환 예방이라는 고혈압 환자 관리 목적에 따라 복약순응도도 중요할 것 같다. 

복약순응도 향상은 합병증 감소를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복약순응도가 감소하면 고혈압 합병증인 뇌졸중, 허혈성심질환, 뇌출혈, 뇌경색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입원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층에서 복약순응도가 떨어진다는 게 문제로 지목된다. 고혈압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초기에 조절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실제로 20대의 복약순응도는 평균 20~30%에 불과하다. 

- 복약순응도가 낮은 환자만을 위한 관리 전략도 있나. 

진료실에 있다 보면 복약순응도가 낮은 환자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을 때만 관리가 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학회에서는 환자의 복약순응도 향상을 위해 활동혈압이나 가정혈압에 대한 홍보를 더 강조하고 있다. 의료기관을 찾아 3개월에 한 번 혈압을 재보는 것과 매일 본인이 직접 혈압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 복약순응도 만큼 치료제도 중요하다. 치료제의 변화도 필요하지 않나. 

부작용이 적고 혈압 강하 효과가 강력한 ARB 계열과 CCB 계열의 병용은 다양한 장점이 있다. CCB 계열 약제는 마른기침이라는 부작용 때문에 복약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ARB 계열 약제의 병용을 통해 부작용은 줄이고 보다 강력한 혈압 강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이뇨제를 추가하거나 항고혈압제에 스타틴과 아스피린을 추가한 복합제도 해외에서 출시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같은 변화된 복합제들이 출시되면 복약순응도도 높아질 수 있고 혈압 강하 효과도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는 처방받아 놓은 항고혈압제가 녹아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변질 우려와 함께 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상온에 두었을 때 제제가 습기를 흡수, 녹아내리는 현상을 인습성이라 하는데, 항고혈압제제 중 텔미사르탄 제제는 인습성이 강해 PTP 포장이 많다. 하지만 PTP 포장은 환자가 약을 따로 챙겨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최근 종근당에서 출시한 ARB/CCB 복합제 텔미누보와 텔미트렌은 이 같은 인습성이 개선돼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더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20년 동안 심근경색이나 허혈성 심장질환은 아직 줄지 않고 있지만, 뇌졸중, 뇌출혈, 뇌경색은 30% 감소하는 등 고혈압 관련 지표는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고혈압이라는 질병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에 따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혈압이 2mmHg 줄어도 심근경색이나 허혈성심질환 위험은 10% 감소한다. 

이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환자의 혈압 관리는 복약순응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의료인과 환자가 함께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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