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아스피린 투여 시 간암 발생 위험 낮아 한계는 연관성 연구

 

순환기 약물로 대표되는 아스피린과 스타틴이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면서 이 약물의 향후 활용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과연 실제로 간암 예방 효과가 있는 것인지, 있다면 어떤 기전이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인지, 또 세부적으로 어떤 환자에서 간암 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지, 그리고 임상 적용은 가능한지 본지가 여러 간암 전문의를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스타틴 복용 시 간암 발생 위험 감소

최근 연세의대 강은석(내분비내과)·남정모(예방의학과) 교수팀은 스타틴이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강 교수팀은 2002~2013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40세 이상의 51만 4866명을 분석했다.

 

이 중 간암이 발생한 1642명을 스타틴 복용 유무에 따라 나눴다. 그 결과 스타틴 복용군에서 비복용군 대비 간암 발생 위험이 56% 낮았다. 또 당뇨병 환자 중 스타틴 복용한 경우 간암 발생 위험은 72%로 전체 환자군에서 나타난 수치보다 더 낮았다.

당뇨병 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Journal of Hepatology 최신호에 실렸다(J Hepatol. 2017 Oct 26. pii: S0168-8278(17)32397-8).

이보다 앞서 강 교수팀은 같은 모집단을 활용해 스타틴 용량이 높을수록 간암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용량 비례 연관성 사실도 보고했다(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 2017 Feb 15;140(4):798-806).

유사한 연구는 해외에도 있다. 지난 2013년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는 26만명의 만성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스타틴 사용 여부에 따른 간암 발생률을 관찰한 연구가 실렸다(J Clin Oncol. 2013;31:1514-1521, 1499-1501).

연구 결과 스타틴군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65% 더 낮았다. 이 연구도 강 교수팀의 연구와 같이 용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예방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워낙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자 당시 국립 타이완의대 Yu-Tse Tsan 박사는 "스타틴은 간암을 막을 수 있는 간편한 전략"이라며 임상적 적용 가능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올해 7월 중국 양트제의대 Yi C 박사도 메타분석을 통해 스타틴을 복용한 군에서 간암 발생 위험을 54% 낮췄다는 연구를 발표했고, 이 결과가 Medicine에 실리면서 주목받았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스타틴의 간암 예방 효과가 아시아인과 코카시안 모두 고르게 나타났다(Medicine (Baltimore). 2017 Jul;96(27):e7435).

이탈리아 Milano-Bicocca의대 Pradelli D. 박사팀도 2574건의 간암 환자를 재분석한 결과, 스타틴 복용군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42% 더 낮았다는 연구를 발표했고, 2013년 European Journal of Cancer Prevention에 그 결과가 실렸다. 이 연구는 서양인의 간암 예방 효과를 대규모 코호트로 검증한 연구라는 평가를 받았다(European Journal of Cancer Prevention(2013 May;22(3):229-34).

혈소판 억제제도 간암 예방 효과 나타나

 

스타틴과 더불어 대표적 심장약인 아스피린도 간암 예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연구 중에서는 서울의대 이정훈, 강원의대 이민종 교수팀이 2002∼2015년 서울대병원을 찾은 18∼85세 만성B형 간염환자 1674명을 분석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에서 아스피린 복용군은 간암 발생 위험이 66% 더 낮았다(Hepatology. 2017 Nov;66(5):1556-1569).

특히 이 연구는 항바이러스제 투여로 바이러스가 완벽히 조절되는 환자에게 추가적으로 아스피린이나 클로피도그렐 등 항혈소판제를 투여했을 때 암 발생 위험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C형간염, 알코올성 간경화와 같은 다른 종류의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도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와 함께 대만 국립 양밍의대(National Yang-Ming University) Lee PC 교수팀도 9461명의 자국 건강보험자료를 토대로 한 분석을 통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간암 재발 위험을 27% 낮추고 사망 위험은 43% 줄인다는 연구를 지난해 발표했다(Ann Surg Oncol. 2016 Dec;23(Suppl 5):874-883).

미국 국립암연구소 Petrick JL 박사도 아스피린 복용군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32% 낮았고, 더불어 매일 복용, 장기복용, 저용량 환자에서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2015년 발표했었다(Cancer Prev Res(Phila) 2015 Dec;8(12):1156-62).

이처럼 순환기 약물이 간암 발생 억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것으로 연구되면서 간암 예방과 치료에서 새로운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효과를 내는 배경으로 스타틴의 경우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있다. 첫 번째는 스타틴의 대사과정에 있어서 암세포 억제 효과다.

강은석 교수는 "스타틴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대사 기전과 많은 유전자 변화가 일어난다. 이 중 어떤 변화가 종양 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스타틴 약물이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을 예방한다는 일부 연구가 이를 증명하지만 아직까지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하나는 스타틴이 가진 염증 개선 효과가 간세포를 호전시키고, 이로 인해 간암 진행을 늦췄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스피린은 혈소판 기능을 억제하면 면역세포의 공격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의대 이정훈 교수는 "면역세포가 B형간염 바이러스를 한번에 제거하지 못하고 반복해 공격하면 간세포에 상처가 생기고 나아가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화와 간암으로 발전한다. 이런 효과적이지 않은 공격에는 혈소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에서 확인됐기 때문에 인체에서도 혈소판의 기능을 떨어뜨리면 간섬유화, 간암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관성 강력하지만 기전 규명은 아직 

이쯤 되면 간암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아스피린이나 스타틴을 처방해도 될 듯 하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연관성 연구일 뿐 실제로 밝혀진 것이 없어서다.

수치 또한 전부가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간암 발생 위험 감소 50%는 상대적 위험을 의미하는 만큼, 모집단이 크면 클수록 더 잘 나타난다. 그래서 실제로 임상적 혜택은 없을 수 있다.

강 교수는 "상대적 위험 감소에서 보여주는 큰 수치는 의미가 없다. 절대적 위험 감소가 더 중요하다"며 "아직 가설만 있을 뿐 기전 또한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또 안전성이나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

즉 임상적 적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박중원 교수는 "어디까지나 연관성 연구이다. 임상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가설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차근차근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해 확대 해석을 우려했다.

연세의대 한광협 교수도 "연관성 연구만으로 어떤 환자에게 어떤 용량을 얼마나 투여해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없다. 또한 부작용 등의 문제도 관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작용 문제도 있다.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스타틴은 당뇨병 발생 문제와 근육 관련 부작용 우려가 있으며, 아스피린은 출혈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연구에서 아스피린이 통계적으로 출혈 위험을 늘리지는 않았지만, 수천 수만 명이 복용할 경우 분명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간암치료약물 제한적…추가 연구에 기대감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스타틴과 아스피린의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양의대 전대원 교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환자군에게 스타틴을 투여했을 때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지를 연구하고 있고, 서울의대 이정훈 교수는 아스피린과 간암의 효과를 풀어줄 전향적 연구를 준비 중이다.

전 교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환자에서 간암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를 찾아내고, 제시되는 다양한 가설을 맞춰나가는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 "임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확인되면 간암 예방약물로서 사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곧 국내 여러 기관에서 아스피린의 간암 억제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전향적 연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우선 결과를 빨리 도출할 수 있는 만성 B형간염에 의한 간암으로 완치적인 치료(수술, 고주파열치료)를 받은 환자들에서 항바이러스제와 혈소판제 병용요법이 항바이러스제 단독 치료에 비해서 간암의 발생을 유의하게 줄이는지 살펴보는 연구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심장약들의 간암 치료제의 변신에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에서 간암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들며 순환기 약물의 변신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한광협 교수는 "국내에서 간암의 원인은 B형 간염인데 이는 본인의 잘못이 아닌 대부분 수직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라 어떤 암보다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스타틴과 아스피린과 같은 약물이 간암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임상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출시되는 새로운 항암제와 면역항암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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