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폐경학회서 성기능장애 환자 20%가 PTSD 증상 동반 주장나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중년 여성의 성 기능 장애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 꼽혀 이목이 쏠린다.지난달 11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북미폐경학회(NAMS) 학회에서 중년 여성의 성 기능 장애가 PTSD에 의해 악화 될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결과가 발표됐다.연구 주 저자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 Carolyn Gibson 박사가 NAMS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성 기능 장애를 동반한 환자의 20% 이상에서 PTSD 증상을 동반하고 있었다.문제는 PTSD 증상을 동반한 이들 대부분이 과거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해 성기능장애를 호소하는 중년여성의 철저한 진단 및 치료가 강조되고 있다.

연구팀은 북부 캘리포니아 의료 시스템에 등록된 여성 중 40~80세 2016명을 추려내 PTSD 증상 동반 여부를 비롯한 과거 파트너에게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평가 도구에는 PTSD 대조표-민간인용(PTSD checklist-Civilian Version, PCL-C를 사용해 근거의 신뢰성을 좀 더 높였다는 게 연구팀 부연이다. 대상군의 2016명 중 평균 연령은 61세, 23%는 라틴계 22%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20%는 아시아계 36%는 비라틴계 백인이었다.

성기능 장애 겪는 여성 20% PTSD 증상 동반

결론부터 말하면 성 기능 장애를 겪고 있는 중년 여성의 20% 이상은 PTSD를 동반하고 있었다. 대상군의 2016명 중 450명(22%)은 설문지를 종합평가한 결과 임상적으로 PTSD 증상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는 과거 본인에게 가해진 정신적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해 밀접한 관련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316명(16%)이 과거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고, 423명(21%)은 파트너에게 정서적 학대를 382(19%)는 성폭력 경험을 털어놨다.

PTSD가 발병하게 된 원인은 신체적·정신적으로 가해진 폭력이 주된 원이었다. 이들 중 21%는 파트너에게 심한 폭언을 듣는 등의 정신적 학대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16%는 신체적 폭력을 19%는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연구팀은 성폭력 관련 PTSD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 기능 장애를 동반한 환자의 32% 이상은 성 기능 장애 중에서도 성교통 증상을 호소했는데, 성폭력 관련 PTSD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팀의 부연설명이다.

Gibson 박사는 "성폭력으로 꾸준한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성 기능 장애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연구결과 성폭력 관련 PTSD 외에도 과거 파트너에게 심한 폭언을 지속해서 들은 중년 여성 PTSD 증상이 중등도 단계에 이르러 성기능장애가 발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PTSD의 중요한 세 가지 임상 양상은 세 가지로 나뉜다.

여기에는 △외상적 사건에 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하면서 주기적으로 회상을 반복하는 것 △ 트라우마와 연관된 사고, 감정, 대화를 회피하는 행동 △과장되게 깜짝 놀라는 반응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함께 우울, 불안, 무관심, 수면장애, 해리 증상, 공황발작, 환각 등도 자주 동반된다. 특히 해리 증상은 성폭력 관련 PTSD 환자에서 매우 흔한 증상이다.

실제 피해자들이 표현하는 해리 증상들에는 △사건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순간 멍해지거나 무엇인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 △본인 의지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강간 당시 내 몸이 아닌 것 같고, 사건 현장에 있어 가해자가 들어 올 것 같다 등이 있다.

"중년여성 성기능장애 항우울제 부작용 문제 아냐"

일각에서는 질환 기전 자체 원인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PTSD 약물치료에 쓰이는 항정신병 약물 자체가 성 기능 장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현재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는 약물에는 세로토닌 제제(SSRI), 삼환계 항우울제(TCA), 항아드레날린 제제, 벤조디아제핀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작용이 낮다고 보고된 약물에는 파록세틴(paroxetine), 플록세틴(fluoxetine), 설트랄린(sertraline), 페넬진(phenelzine), 항경련제(anticonvulsants) 등이 있다.

지난해 5월 하버드의대 Michael Craig Miller 교수팀이 펴낸 보고서에서도 항우울제를 복용한 환자의 35~50%가 성기능장애를 동반하고 있음을 명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PTSD, 우울증, 조울증 환자 질병 때문에 성 기능 장애를 앓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충북대병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 우성일 연구원도 2015년 보고서를 통해 성기능장애를 일으키는 약물 중 하나로 항정신병 약물을 꼽았다. 그중에서도 PTSD 환자에서도 흔하게 처방되는 벤조디아제핀을 장기 복용했을 때 성 기능 발병 위험이 가장 높았다.

TCA와 SSRI도 예외는 아니다. 성욕을 감퇴시키는 것은 물론, 발기부전 사정 지연 성감이상증 발병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였기 때문이다. 우 연구원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항정신병 약물의 자율신경과 호르몬에 영향을 끼쳐 성 기능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성균관의대 전홍진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중년여성의 성기능장애에서 약물치료는 부수적인 원인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40대 이상 여성에서 성 기능이 저하 등의 성 기능 장애 문제 동반됐다면, PTSD를 일으킨 대상이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쉽게 말해 본인에게 폭력 또는 폭언을 가한 대상(남편 등)이라는 것이다"면서 "그 대상을 반복적으로 마주했을 때 성 기능 자체가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약물치료의 부작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Gibson 박사도 "중년여성의 성 기능 장애를 단순히 폐경 증상에 의한 성 기능 장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실제 중년여성의 성 기능 장애 환자에서 PTSD 유병률이 우리가 생각하는 숫자보다 더 많았다"면서 "PTSD 증상이 보인다면 즉시 정신과와 연계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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