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기관당 연 매출 7.5억원 '부동의 1위'...산부인과·안과 ↑-소아청소년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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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동네의원의 표준을 A의원으로 가정해보자. A의원은 2013년 하루 평균 62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월 평균 3142만원의 건강보험 급여비 매출을 올렸다.

급여비 매출은 말 그대로 진료를 제공하고 받은 총액으로, 여기서 간호조무사 등 의원 종사자들의 월급과 전기세, 임대료 등 각종 관리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이 A의원의 순수익이 된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6년 현재, A의원을 방문한 환자 수는 하루 평균 59명으로 줄었다. 월 평균 급여비 매출은 3500만원으로 3년 전에 비해 10% 정도 증가했지만, 그 사이 직원 인건비와 관리 운영비도 크게 늘었다.

동네의원들의 고군분투가 계속되고 있다.

경쟁 의원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내원 환자의 숫자는 오히려 3년 전보다 줄었다. 급여비 매출 규모가 다소 커지기는 했지만, 같은 기간 다른 종별의 성장세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같은 의원급 의료기관이라도 진료과목별로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산부인과와 안과는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은 소아청소년과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급여비 총액 3년 새 14조원 증가…동네의원 몫은 2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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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 통계지표에 따르면, 전체 요양기관에 지급된 건강보험 급여비 총액은 2013년 50조 7426억원에서 지난해 말 64조 6623억원으로 3년 새 13조 9197억원(27.4%)가 늘었다. 

그러나 이 중 전국 3만 곳에 이르는 동네의원에 돌아간 몫은 전체 파이의 7분의 1(14.2%) 수준인 1조 9735억원에 그쳤다.

늘어난 급여비 총액 가운데 2조 8689억원(20.6%)은 전국 43곳 상급종합병원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중 각각 2조 3913억원과 2조 3909억원(17.2%)은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몫이 됐다.

환자 대형병원 쏠림현상에 더해, 최근 수년간 정부가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 등 이른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와 상급병실료 등 3대 비급여 해소에 건강보험 재정을 대거 투입한 결과로 풀이된다. 

의료기관 종별 매출액 증가율을 보면, 이 같은 현상이 보다 확연하게 드러난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급여비 매출은 3년간 30% 넘게 뛰었지만, 의원 급여비 증가율은 이에 크게 못 미쳤다.

실제 상급종합병원 급여비 매출은 2016년 10조 9331억원으로 3년새 35.6%, 종합병원은 10조 1084억원으로 31%, 병원은 10조 5931억원으로 29.1%가 늘었다.

반면 의원급 총 급여비는 2013년 10조 6742억원에서 2016년 12조 6477억원으로 18.5%가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서 전체 건강보험 급여비 가운데 의원급이 차지하는 몫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01년 32%에 달했던 의원 건강보험 급여비 점유율은 2016년 20% 밑으로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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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줄고 기관 수 늘고…의원당 매출액 증가율 10.8% 그쳐

기관 수 증감을 반영한 의원 1곳당 급여비 매출액, 이른바 '기관당 급여비' 증가율은 이보다 더 낮다.

경쟁의원의 숫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는 그에 못 미치는 까닭이다.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 기관당 연간 급여비 매출액은 2013년 평균 3억 7700만원에서 2016년 4억 2000만원으로 10.8%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3년 동네의원 한 곳의 월 평균 급여매출은 3124만원. 전체 의원급 급여비 증가율을 그대로 대비하자면 2016년 의원 1곳당 매출액은 3700만원은 돼야 하지만, 실제 이들에게 돌아간 금액은 3500만원에 그친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숫자가 2013년 2만 8328곳에서 2016년 3만 292곳으로 늘어난 탓이다.

그 사이 환자들의 의료기관 방문 횟수, 이른바 의료이용량도 다소 늘어났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체감할 수 없었다. 환자들의 의원 방문 횟수(내원일수)는 2013년 5억 2361만일에서 2016년 5억 3514만일로 10.8% 증가했지만, 의원 1곳당 환자 방문 횟수는 1만 8484일에서 1만 7666일로 되레 4.4%가 줄었다.

2013년 의원당 하루 평균 환자 수가 62명이었다면, 2016년에는 59명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2017년 상반기 기준 의원 내원 환자 수는 일 평균 60명으로 다소 회복되는 추세다. 

진료과목별 매출액 들쭉날쭉…몸집 커진 안과-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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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표시과목별로도 희비가 엇갈렸다. 개원시장의 절대 강자로 꼽혀온 정형외과는 정체기에 접어든 모양새고, 산부인과와 안과의 몸집은 꽤 커졌다.

실제 2013년 기준 급여매출액 상위 5개 과목은 정형외과-안과-내과-외과-이비인후과 순이었으나, 2016년에는 정형외과·안과-내과-산부인과·이비인후과 순으로 재편됐다. 안과와 산부인과의 급여비 매출 규모가 그 사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다. 

기관당 급여비 매출액이 가장 많은 곳은 정형외과다. 

정형외과의 연간 급여비 매출액은 2013년 7억 3000만원에서, 2014년과 2015년 각각 7억 4000만원, 2016년 7억 5000만원을 기록했다. 2013년 대비 2016년 기관당 급여 매출 증가율은 3.4%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 수준이다.

반면 안과 의원의 급여비 매출액은 2013년 기관당 연 평균 6억 1000만원에서, 2014년 6억 6000만원, 2015년 7억 1000만원, 2016년 7억 5000만원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3년 대비 2016년 기관당 급여매출 증가율은 23.2%로 10개 주요 전문과목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산부인과의 몸집도 커졌다. 산부인과 의원 한 곳당 연간 급여비 매출액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3억 7000만원, 2015년 4억 3000만원, 2016년 4억 7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3년 전과 비교해 기관당 급여매출이 25.8% 늘어, 주요 10개 과목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안과와 산부인과 의원은 지난 3년간 기관당 내원 환자 숫자가 줄어들지 않은 유일한 전문과목이기도 하다. 

안과의 경우에는 실제 의원을 방문하는 환자의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고, 산부인과는 폐업 등으로 기관 수가 줄어들며 환자가 분산된 결과다. 산부인과는 산전 초음파 급여화 등 급여확대 정책이 이어지면서 급여비 매출규모가 커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외과-소청과 의원 급여비 증가율 평균 못 미쳐

2013년 기관당 4억 4000만원의 연간 급여비 매출을 기록, 당초 TOP5에 이름을 올렸던 외과는 3년 새 4억 6000만원의 기관당 매출액을 기록하며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외과를 찾는 환자 숫자가 줄어든 탓이다. 

실제 외과의원 기관당 환자 수는 2013년 하루 평균 46명에서 2014년 44명, 2015년 43명, 2016년 42명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기관당 환자 증감률은 -7.7%로 주요 10개 전문과목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크다.

소아청소년과 의원도 위기에 직면했다.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환자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청과는 산부인과와 더불어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미 대다수 행위가 급여권 안에 있어 보장성 강화 등 추가 정책의 수혜를 입지 못했다. 

소청과는 올해 상반기 주요 10개 전문과목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동기와 비교해 기관당 급여비가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2016년 상반기 소청과 의원의 기관당 급여 매출액이 1억 9000만원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1억 8000만원으로 순감했다.

소청과 관계자는 "환자가 줄어드는  데는 장사가 없다"며 "저출산에 따른 현상으로, 소청과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원가의 몰락을 막기 위해 수년 전부터 정부에 소아환자 진료 가산제 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소청과에 대한 투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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