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조현병 환자 조기 발견으로 만성화 예방 가능하지만…국내 여건상 서비스 제공 부실

▲ 4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청년기 조현병 회복을 위한 조기중재 정책 개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조현병 환자 만성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부실한 초발 조현병 환자 조기중재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남대 김성완 교수(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4일 열린 토론회에서 "중증 조현병 환자는 조기에 발견해 중재하면 발병과 만성화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 국내 의료 및 정신보건 시스템상 중증 조현병을 앓고 있는 청년에게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조기 중재프로그램(서울대병원 서울청년클리닉, 세브란스병원 '청년 클리닉 FOR YOU, 전남대병원 조기중재클리닉 GETTY 등)이 시작됐지만, 이마저도 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보다 연구목적의 프로그램 성격이 강했다.

이에 우리나라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특화된 정신보건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성완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중증 조현병 환자 조기발견과 치료 후 사회복귀를 위해 집중사례 관리를 제공하는 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면서 "거점 의료기관에 센터를 설립해 적극적인 지역사회 정신보건 서비스를 연계해 만성화를 예방하고 회복을 촉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해외는 이미 조기중재서비스 운영 중, 국가도 적극 지원…

현재 호주를 비롯한 미국, 캐나다 등은 정신보건기관을 설립해 조기 중재 서비스를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전 세계 국가 중 최초로 조현병 조기 중재센터(Early Intervention Center)를 설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호주 멜버른에서 시행 중인 초기 조현병 예방  및 개입 센터 Early Psychosis Prevention & Intervention Centre(EPPIC)가 대표적인 예.

PPIC는 초발 정신증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정신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던 중 정신의학 치료가 지역사회로 확장되면서 2017년 현재 103개로 확대됐고, 지속해서 지역마다 신규 설립되고 있다.

특히 EPPIC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청년접근팀(Youth Access Team, YAT)은 초발 조현병 15~29세 젊은 환자를 평가하고 치료를 촉진시켜 지역사회 교육활동을 도와주고 있다.

YAT 운영 결과, 조현병 발병 7년째 장기 기능 회복을 잘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발병 후 첫 1년 전후 시기의 기능 회복이었고 이는 증상 개선보다 더 큰 관련성을 보였다. 따라서 발병 직후 정신·사회적 기능 회복을 위한 적극적 노력과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EPPIC 센터 연구진들의 설명이다(Psychological Medicine. 2012;42:595-606).

미국은 뉴욕 콜롬비아 대학의 조기 중재 서비스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초기 조현병 청년 50명에게 정신과 전문의 3인을 포함한 7인의 전문인력 집중치료가 제공되고 있다. 약물치료, 직업 재활, 가족 중재, 인지행동치료가 여기에 포함된다.

전문 인력을 통한 집중치료 결과는 생각보다 컸다. 정신건강질환 관련 증상이 줄고, 입원율이 감소하면서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2009년 시작된 콜롬비아 대학 조기 중재 서비스는 연 2500~5000만 달러(280~560억 원) 신규 투자가 이뤄지면서, 현재 미국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2018년까지 중재 서비스센터는 187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은 외국의 조기중재서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낙인으로 인한 접근성 저하와 지역사회 연계를 두고 각 기관이 소극적인 경향을 보여서다.

대한조현병학회 이명수 홍보이사(용인정신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각국의 제도적 변화와 집중적 재정 투자는 조현병 환자의 조기중재서비스가 의료적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효율적임을 정부가 인지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나라도 환자의 인권을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보장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 차원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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