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부검결과…정신질환+알코올중독 동반, 예방치료 받는 경우도 거의 없어

▲ 8월 31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제11회 자살예방 종합학술대회가 열렸다.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상당수가 정신질환과 알코올 중독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균관의대 전홍진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31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자살 예방 종합학술대회서 발표 연자로 나와 '핀란드 심리 부검 사례를 통해 자살 사망의 원인'을 분석했다.

심리 부검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자살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주변인들 진술을 통해 고인의 사망 전 일정 기간 심리적 행동 양상 및 변화상태를 재구성해 자살 원인을 추정하는 것을 말한다.

심리 부검 과정에서 스트레스, 의학 병력, 평소 성격 특성과 행동적 특성, 사망 전 상황 및 정신의학적 진단과 자살 전 경고 신호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먼저 핀란드 심리 부검 형식은 자살로 분류된 1397건을 수집해 자살 사망자 한 명 당 평균 3명의 주변인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자살유가족 조사(인터뷰, 설문지 작성 등) 자살 사망자와 접촉한 보건의료 전문가 심층 면접조사 자살사망자가 보건복지기관 전문가와 접촉한 것에 대한 평가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정신질환 알코올 중독을 복합적으로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 2가지 이상의 만성질환(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을 동반하고 있었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정신질환은 여성이 많았고 알코올 중독은 대부분 남성 환자에서 비율이 높았다"고 부연했다.

또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마지막 순간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그에 앞서 증상이 악화되기전 적절한 예방치료를 받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국내 자살자의 심리 부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자살자 121명 유가족 총 151명을 대상으로 심리 부검을 진행했다.

분석결과 자살자의 93% 이상이 자살 전 경고신호를 보냈지만, 유가족의 80%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또 자살자의 88% 이상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지만 적절한 예방치료를 받은 경우는 10%에도 못 미쳤다는 게 연구팀 부연이다.

전 교수는 "핀란드가 청소년 여성, 군인 등 취약 집단별 특유의 자살 원인을 규명한 것처럼 국내 심리 부검 자살자의 생애 전반에서의 사건 등을 수집해 다양한 영역에서의 자살 요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면서 "철저한 심리 부검한 자살 예방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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