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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 피할 수 없는 정신과 의사외과의사 수술 전 위생상태 점검하듯, 정신과 의사도 “마음건강 수시로 살펴야”
박미라 기자  |  mr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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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7.06.27  07: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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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만에서 정신과 전문의가 우울증으로 자살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본인도 우울증 환자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치료 과정에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는 독특한 치료법으로 대만 내 수많은 저명인사의 우울증을 치료하며 유명세를 치렀지만 각종 언론에 의사 본인의 사생활까지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 정신의학계도 "정신과 의사가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자살률 역시 타과 의사와 비교했을 때 높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면서 "이번 일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우울증 치료 중요성은 수없이 강조하면서, 정작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의 정신건강에는 무관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우울 증상 또는 우울증을 경험한 국내 정신과 의사는 과연 어느 정도며 실제 이들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 정신과 전문의에게 물었더니

경증 우울증·무기력감에 시달린다     65.7%
다른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받았다  6%

■ 정신과 의사가 우울한 이유는
일반인과 같은 이유와 더불어
치료과정 중 역전이로 우울감 전해져
개원의일수록 사회적 고립감 심해

2009년 성균관의대 오강섭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아임상 및 경증우울증 자기관리법의 효용성 연구'를 발표했다.

오 교수는 정신과에서 치료 중인 우울증환자 152명, 일반인 1000명, 정신과 전문의 201명을 대상으로 아임상 및 경증우울증상 여부와 자기관리법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하루 이상 2주 이내에 가벼운 우울감 혹은 무기력감 등을 경험하는 수치가 정신과 환자 145명(95.4%), 일반인 723명(72.3%), 정신과전문의 132명(65.7%)으로 일반인과 정신과전문의가 비슷했다.

   
 

그렇다면 정신과 의사들이 경증 우울증이나 무력감을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물음에 미국 Pamela L. Wible 정신과 전문의는 최근 미국 의료전문지 medscape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정신과 의사들 역시 일반 성인과 비슷한 이유로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답했다(Doctors and Depression: Suffering in Silence).

배우자 문제, 재정난의 위기, 유년시절 트라우마, 가족병력, 은퇴 고민, 자기건강에 소홀함 등 다양한 원인으로 정신적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를 넘어,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찾아오는 우울 증상이 가장 심했다.

특히 병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들에서 사회적 고립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의원 구조상 의사 1인과 소수의 의료인으로 구성된 경영 집단이 대부분인 만큼, 의사들로 구성된 전문직 사회화 집단에서 벗어나게 돼 의사 간의 지식 교류나 주체성 확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서울의대 이대근 교수팀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회적 고립을 느끼는 개원의들은 주변과 교류가 없어 외롭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업무부담이 심하고 체력적으로 힘들며 여가시간이 별로 없다 보니 개원가에 있다면 누구나 공통으로 사회적 고립감을 더욱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Korean J Fam Med. 2010; 31:275-283).

본래 가진 우울증 소인도 영향을 미친다.

천주의성요한병원 이요한 원장(정신건강의학과)은 "정신과 의사가 우울감 또는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 중 하나는 우울증 소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이들은 심리학이나 정신과에 관심이 많은데, 이 경우 수련과정이나 전문의가 된 후 우울증으로 고생하기도 한다"면서 "또 우울증 소인이 심하지는 않지만, 환자를 보면서 역전이 등을 경험해 우울해지는 의사도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자의 마음은
환자를 이해하는 평가와 진단의 공간이자
환자가 고통을 던지고 분노를 표출하는 장
괴로움과 우울함 피할 수 없어


외과의사가 수술 전 위생상태 점검하듯
정신과 의사도
본인의 마음이 건강한지 항상 들여다봐야

 

우울한 의사가 우울증 환자 치료할 수 있을까?

‘우울한 의사가 우울증 환자를 치료해도 괜찮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수년 전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을 경험한 미국 인디애나의대 아동호스피스인 Adam Hill 전문의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당연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Hill 전문의는 수년 전 우울증, 알코올중독은 물론 자살의 문턱까지 갔던 경험을 고백해 미국 매스컴에서도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과거 한 대학병원 강연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나눈 뒤, 현직 의사들로부터 격려와 고마움이 담긴 수백 통의 메일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월 NEJM 기고문을 통해 "우울증을 방치하고 회피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의사가 약물, 비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면 가능하다.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안전하다"고 피력했다(N Engl J Med 2017; 376:1103-1105).

인제의대 박영민 교수(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도 "우울 증상이 있거나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해서 환자를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은 편견"이라면서 "고혈압이 있는 순환기내과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고혈압 환자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자가치료, 다른 정신과 전문의 찾는 경우는 드물어

환자 진료에 영향을 줄 만큼 고위험 수준의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는 의견도 있다.

박영민 교수는 "물론 우울 증상이 심하면 환자 치료에 영향을 주겠지만, 정신과 의사라면 특수한 경우 외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라면서 "관련 연구가 거의 없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반인보다 심한 경우는 매우 드물 것"이라고 추정했다.

성균관의대 임세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도 "정신과 의사 5명 중 1명은 가벼운 우울증 또는 우울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다만 환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기 진단과 자기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라면서 "비약물 요법이 필요한지 약물요법이 필요한지 스스로 판단을 내린 후 자가치료를 하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정신과 의사들이 본인의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 상담을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주요 연구결과만 보면 경증 또는 중등도 우울증을 동반한 정신과 의사들 대부분이 자가치료(self-treatment)를 선택했다. 가벼운 우울감을 느낀다면 운동 등 비약물적인 방법을 택하고, 만약 2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본인 스스로가 항우울제를 복용한다는 것이다.

경증 우울증을 경험한 정신과 의사와 우울증 환자 등을 비교한 논문에 따르면, 정신과 의사들의 82.6%가 정신과 방문에 앞서 스스로 치료하겠다고 답했다. 67%가 정신과를 방문하겠다고 답한 우울증 환자와는 상반된다(Int J Methods Psychiatry Res. 2014 Mar; 23(1):99-108).

미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건 지역 내 정신과 의사 가운데 우울증을 경험한 8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증 또는 중등도 우울증은 경험한 의사의 43%가 자가치료, 즉 비약물 요법 또는 약물치료를 시행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다른 정신과 의사에게 치료를 받겠다고 답한 사람은 약 3%에 불과했다(Psychother Psychosom. 2007; 76(5):306-10).

"자신의 마음 살펴보는 시간 필요"

현재 자가치료는 비약물적 요법이 대표적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주로 어떤 치료를 선호할까?

주요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정신과 의사들은 주로 독서, 운동, 명상, 휴식, 산림욕, 운동, 요가, 기공 등과 같은 이완법, 음악감상 등의 각종 취미활동 등을 선호했다.

이 외에도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된 독서 치료, 아로마 치료, 광 치료,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중재요법도 주된 치료로 꼽혔다.

박영민 교수는 "개인적으로 우울한 기분이 들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생각을 바꾸는 방법을 쓴다. 이게 바로 인지치료기법이다. 운동이나 자기만의 긍정적인 주문을 외우는 등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면서 “다만 이는 가벼운 우울감이 나타날 때 적용되는 방법들이고 중등도 이상의 우울감이 나타날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요한 원장도 "치료자의 마음은 환자를 이해하는 평가와 진단의 공간이지만, 환자들이 고통을 던지고 분노를 표출하는 장도 될 수 있어 당연히 괴롭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때문에 의사 본인의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을 늘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치 외과 의사들이 수술방에 들어가기 전 위생상태를 늘 점검하는 것처럼 정신과 의사도 본인의 마음이 건강한지 항상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동료, 선배 의사들과 만남, 명상, 독서, 때로는 여행, 운동, 무엇보다 자신의 사례를 끊임없이 동료 의사들과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분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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