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계, 주요현안 국정과제 채택 '환영'..."세부 이행방안 불확실, 추진동력 있나" 우려도

향후 5년간 문재인정부가 추진해 갈 국정운영 청사진이 공개됐다.

총 100대 과제 가운데 6개가 보건의료 또는 보건산업과 직접 관련되는 내용으로, 일단 보건의료·산업에 대한 새 정부의 관심과 정책 추진 의지는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정권 초반 주목받던 국정과제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추진력을 상실한 채 잊혀지거나,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표류했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이를 함께 실행해 나갈 전문가그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제약산업 육성 등 국정과제로...의약계 환영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문재인 정부 향후 5년간의 청사진을 담은 100대 국정과제와 이의 이행을 위한 487개 실천과제를 공개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일차의료활성, 제약산업 육성 등 핵심 현안들이 국정과제 실천과제로 채택된데 대해, 보건의료계·산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의료전달체계의 개편과 일차의료 활성화 등 의료계가 선거과정에서 제안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채택했던 핵심적인 내용이 이번 국정과제에도 다수 포함됐다"며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새 정부의 관심과 정책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고 평했다.

제약계도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며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부창출과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육성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제 이행방안 불확실-'복지'에 방점찍은 인선..."실행력 있나" 우려도 

문제는 디테일이다.

실제 지난 대선과정에서 굵직한 보건의료공약이 쏟아지면서, 의료계는 여느때보다 큰 기대감을 갖고 새 정부의 출범을 지켜봤다. 

그러나 이를 진두 지휘할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은 17개 부처 가운데 가장 꼴찌로 이뤄졌고, 당초 예상과 달리 초대 장관으로 보건의료 분야가 아닌 '복지 전문가'가 내정되면서, 일각에서는 "보건의료분야가 또 다시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같은 맥락에서 이들 국정과제의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크다. 국정과제 채택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 내용은 사실상 기존 정책과 대선공약을 그대로 열거하는 수준에 그친 것아니냐는 비판이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새 정부 보건의료정책 방향의 핵심은 의료전달체계와 의료공공성 확보, 보장성 강화 등 3가지"라며 "중요하고 올바른 방향에서 나온 선택이라고 보여지나, 이를 얼마나 잘 구현해 나갈지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사안을 놓고도 직능별로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의료정책은 특히 정교한 이행계획이 중요하다"면서 "대선공약으로 보건의료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면, 세부 실천과제를 통해 이를 더 구체화시켰어야 할텐데, 이번 발표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전문가와의 철학 공유·파트너쉽 구축으로 추진동력 확보해야" 

이번 국정과제 발표가 단순히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의지를 밝히는 선언적 규정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이를 함께 실행해 나갈 전문가그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당초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데 비해 힘이 빠진 느낌이 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인선 등 여러모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국가의 큰 방향을 그리는 곳이다보니 세심한 부분까지 건드리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이를 끌고 나가는 것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그 수장인 장관의 힘이다. 앞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 더욱 많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관계자는 "발표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자문위 회의를 통해 각 과제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들도 이미 마련돼 있다"며 "향후 꾸준한 추진을 통해 유의미한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이해당사자와의 교감, 적극적인 협의 절차를 통해 과제들을 실현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제약계가 바라는 국정운영 1순위 과제는...

■의료계가 최우선으로 꼽는 정책과제는 의료전달체계와 일차의료 활성화다.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아 지금처럼 외래환자를 두고 동네의원과 병원, 대형병원이 무한경쟁하는 비효율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구체적인 이행방안 마련을 위해, 의료계와 복지부가 함께 하는 '일차의료 TF'를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일차의료활성화와 전달체계 개선은 의료시스템 정상화를 위한 두 개의 핵심 축"이라며 "인구 고령화 및 만성질환 증가 등 변화하는 보건의료환경에 대비하고, 국민 건강증진 제고를 위해 지역 일차의료기관이 중심이 되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의원급 의료기관이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과 외래진료를 두고 경쟁하고, 의료기관 간 분업 및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전달체계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변인은 "제도개선의 큰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가 마련된 상황이지만, 세세한 방향정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TF를 구성, 정부와 의료계가 정책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제도개선의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약계는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산업발전을 위한 컨트롤 타워가 마련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곧 발족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약품 연구개발을 위한 재정적 지원도 확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우수인력과 1000여개의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인프라, 세계적 수준의 생산시설까지 여건은 성숙돼 있다"며 "관건은 신약개발을 위한 충분한 재정으로 의약품 연구개발에 대한 재정적 지원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제약산업계에 투자되는 총 연구개발비 가운데 정부투자 비중이 10%안팍이나 벨기에는 40%, 미국은 37%에 달한다"며 "이들 의약선진국들의 공통점은 국가가 나서서 제약산업을 육성했다는 점이다. 민관의 전방위적인 협력과 동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의약품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해 R&D 세제혜택 범위를 종전 신약의 임상연구에서 개량신약 및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연구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부창출과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육성과 지원을 기대한다"며 "국민건강과 산업육성이라는 양 측면의 조화로운 균형에 초점을 두고 합리적 행정을 전개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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