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서울대 방사선종양학과 우홍균 교수 “두 번의 입원…환자 마음 이해하게 됐죠”

 

성과보다는 환자 위해…‘외로운 독수리 3형제’
“의료계는 우리가 지킨다!”

서울의대 우홍균 교수(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한림의대 이재갑 교수(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고려의대 신홍주 교수(고대안산병원 흉부외과). 취재를 하면서 신기하게도 따로 따로 만난 이들 교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환자를 만나고 진료하는 것 그 자체를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방사선종양학과, 감염내과, 소아흉부외과는 개원했을 때 많은 수익을 꿈꿀 수 있는 인기 진료과도 아니고, 화려한 조명을 받는 진료과도 아니다. 또 병원 내에서 성과나 업적을 내는 것은커녕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눈총 받는 일이 다반사다.

이들 세 명의 교수를 만나면서 70년대 우리나라에서 방영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독수리 5형제가 떠올랐다. 지구 정복을 노리는 비밀 결사 '개랙터'에 맞서는 5명의 소년 특공대의 활약을 그린 애니메이션이었는데, 마치 이들 세 명의 교수가 의료계를 든든하게 지키는 독수리 3형제 같았다. 
자신의 위치에서 꿋꿋하게 오늘을 가꾸며, 또 내일을 준비하는 의료계 독수리 3형제의 얘기를 들어봤다.  

1. 서울의대 방사선종양학과 우홍균 교수2. 한림의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3. 고대안산병원 흉부외과 신홍주 교수서울의대 우홍균 교수(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게 진료받은 사람들은 그를 ‘친절한 선생님’이라고 평가한다. 환자가 의사를 가족같이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정하고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실제 우 교수는 친절한 의사가 되기 위해 많이 웃고, 자신의 마음이 뾰족해지지 않도록 하려고 늘 노력한다고. 이런 그의 노력 뒤에는 아픈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그는 병원에 두 차례 입원한 경험이 있다. 군대에서 병이 나 한 번,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받으면서 몸이 아파 입원했다. 자신이 수련받는 서울대병원이라 좀 낫겠지 생각했지만 기대는 곧 실망이 됐다. 의료진의 행동과 태도가 못내 아쉬웠다고 당시를 기억한다.
▲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우홍균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환자가 되니까 의사나 간호사의 행동 하나하나가 환자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됐다. 당시 대부분 의사가 불친절했다. 서울대병원 의사들은 실력은 좋은데 환자에게 썩 좋은 의사는 아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는 환자들이 따뜻하게 느끼는 의사, 좋은 의사가 돼야겠다고."

그는 좋은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제 현실의 장벽은 높았다며 미소 짓는다.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가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 수는 50여 명. 한 명당 5분 정도 진료하는 셈인데, 오후가 되면 아무리 '따뜻한 의사'·'좋은 의사'를 마음에 되뇌어도 환자에게 친절하기 어렵다는 토로였다. 

"친구 따라 선택한 방사선종양학과”

그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좋고, 방사선종양학과 의사가 된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선택의 기준이 친구의 추천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믿는 친구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는 "내과를 지원하려 했는데 현재 원자력병원에 근무하는 친구가 방사선종양학과를 함께 하자고 했다. 나는 친구를 너무 신뢰했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덜컥 지원했다"며 "지금도 선택에 후회는 없고, 재미있게 진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종양학과도 비인기과인데 그는 방사선종양학과 중 가장 어렵다는 두경부암과 폐암 등을 세부전공으로 삼았다.  서울대병원 박찬일 교수의 속삭임이 있었다. 

그는 "과거에는 방사선종양학과가 다른 치료의 보조적 치료법으로 인식됐다. 물론 지금도 많은 영역에서 그렇다. 그런데 두경부암이나 폐암 등은 방사선종양학과가 주도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두경부암은 사람들의 관심 분야가 아니다. 최근 배우 김우빈이 비인두암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몇 번 뉴스화됐지만 여전히 두경부암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들 연구 절실" 

방사선종양학과에 애정이 많은 그는 이것저것 걱정이 많다며 웃는다. 자신이 풀 수 없는 일이지만,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웃음이라고. 그의 걱정 중 하나는 지방에도 방사선종양학과 의사가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우려다.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이 방사선종양 치료를 위해 지방으로 전원해야 할 때 믿고 보낼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또 방사선종양학과가 발전하려면 의사들의 생각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픈 얘기지만 지금까지 선배들이나 나나 방사선종양 치료 근거에 대해 소홀하게 생각했다.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가 없으면 학문이 더 발전할 수 없다"며 "지금부터 연구에 지향점을 둬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최은경 교수 등 몇 명이 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사들이 장비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첨단이란 말이 수식어처럼 붙은 트루빔이나 뷰레이 등 새로운 장비들이 계속 등장하지만 장비는 장비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방사선종양학과 의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함께 진료에 참여하는 의학물리학자나 방사선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드시 트루빔이 아니어도 다른 장비로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두경부암 알리고 싶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 홍보이사를 맡은 그는 두경부암 환자들도 유방암 환자들처럼 환자모임이나 캠페인 등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담배, 술 등이 두경부암의 유발인자라 환자들이 숨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을 밖으로 나와 활동하도록 하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유방암 환자들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편인 것에 비해 두경부암 환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또 지방에 흩어져 있어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다"며 "두경부종양학회 홍보이사로서 두경부암을 알리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가 나지막한 산에 올라갔다 내려왔을 때 제 발로 걸어온 길을 바라보는 마음은 뿌듯하다. 몇 시간 등산도 그렇거늘 오랫동안 열악한 조건 속에서 방사선종양학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그의 길이 인정받고 빛나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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