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FR·ALK 이어 ROS1, TRK, MET, RET 등 확인
정밀 치료 시대 열려

 

폐암에 발현된 돌연변이 유전자를 찾아내는 데 잇달아 성공하면서 그야말로 초정밀 맞춤치료 시대가 열리고 있다.

종양에 발현된 돌연변이를 찾아내 그에 맞는 치료제만 투여하면 반응률 최대 80%라는 유례없는 치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에 따라 ‘폐암은 5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이라는 오명을 털어낼 날도 머지 않았다. 폐암 치료의 맞춤 유전자 발견과 치료 성과 등을 짚어봤다.

EGFR·ALK 타깃 치료제 효과, 화학요법 2~3배

흔히 폐암이라면 다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세분화된다.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국가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국내 폐암환자의 80%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다.

비소세포폐암은 다시 세포조직에 따라 선암, 편평세포암, 대세포암, 기타 미분류암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선암이 약 65%로 가장 많고 편평세포암은 30% 정도다. 대세포암, 기타 암이 각각 5%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비소세포폐암에서 편평세포암이 아닌 나머지 환자군을 모두 비편평세포암으로 분류하는데 이 경우 특정 돌연변이 유전자 검사로 맞춤형 치료를 결정한다. 지금까지 밝혀진 확실한 폐암 연관 유전자는 EGFR과 ALK다. 일반적으로 비편평세포암 환자의 30%가 EGFR 유전자를 갖고 있다. ALK의 경우는 3~5% 수준으로 보고된다.

EGFR 유전자를 갖고 있는 환자라면 이른바 EGFR TKI 제제로 불리는 게피티닙(제품명 이레사), 엘로티닙(타쎄바), 아파티닙(지오트립)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이 경우 화학요법으로 치료받는 것보다 2배 이상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이 약제에 내성이 있는 환자에도 사용할 수 있는 오시머티닙(타그리소)과 올무티닙(올리타)도 출시돼 치료 실패 시 대안이 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비급여로 8000~9000여 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만약 유전자 검사에서 ALK 유전자가 나왔다면 크리조티닙을 선택할 수 있다. 치료시 반응률(ORR)은 60% 이상으로, 평균 20%의 화학요법 반응률에 비하면 3배 이상이다. 치료반응기간 또한 2배 이상 길다.

가톨릭의대 김연실 교수(서울성모병원 방사선종양학과)는 “과거에는 폐암에 걸렸다면 6개월 이내 사망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유전자 발현에 따라 치료하면 최대 2년까지 생존할 수 있는 시대"라면서 "희망을 잃지 말고 유전자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주목받는 ROS1…미국암종합네트워크 필수검사 권고

이처럼 유전자를 찾아내면 매우 높은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어 암 유전자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최근 가장 주목받는 폐암 연관 유전자는 ROS1이다. 이 유전자는 폐암환자 3~5%가량에 분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어떤 환자에서 ROS1 유전자가 발견되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비흡연자거나 흡연을 적게 하는 중년 남녀에서 대체적으로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EGFR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이고 ALK 유전자 검사 또한 음성으로 나왔다면 5%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미국 암종합네트워크(NCCN)가 제정하는 폐암치료 및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EGFR, ALK 유전자 검사와 함께 ROS1도 필수 검사에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검사를 권고하다는 의미는 표적 치료제가 있다는 의미다. 크리조티닙은 ALK 양성 폐암치료제로 쓰이다 지난해 ROS1 유전자 양성인 폐암환자에 대해서도 허가를 획득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평균 반응률은 72%다.

한국을 포함한 4개국 동아시아에서 진행된 2상임상에서는 반응률이 69.3%로 나왔고 무진행생존기간은 13.4개월을 기록했다. 유럽에서 진행된 후향적 분석에서는 80%의 반응률을 나타냈다.

▲ ROS1 유전자 관련 연구

세리티닙은 연세의대 조병철, 김혜련 교수(종양내과)가 연구자 주도임상을 통해 ROS1 유전자 양성 폐암환자에서 62%의 반응률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고, 나아가 치료반응기간도 21개월까지 지속됐다.

가장 최근 개발된 엔트렉티닙은 ROS1 유전자 양성 환자에서 75%의 반응률을 보이면서 또 하나의 강력한 폐암 타깃 치료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반응률은 70%를 넘어선다. 그 외 롤라티닙도 66%의 반응률을 기록 중이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치료제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후보물질인 AP26113, LDK378, RXDX 101이 ROS1 양성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다<표 1>.

김혜련 교수는 최근 한국임상암학회에서 "폐암 환자에서 ROS1 돌연변이 양성이 발견된 확률은 높지 않지만 일단 확인되면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특히 새로운 약제들은 뇌전이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이라 생존율 개선효과가 월등하다"고 말했다.

TRK 발견만 되면 치료반응률 높게 나타나

ROS1과 함께 TRK 유전자도 폐암 환자에서 발현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강력한 표적 표지자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이 유전자가 폐암 환자에서 발견되는 확률은 1% 미만으로 매우 낮지만 일단 발견만 되면 높은 반응률을 보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0~2000명의 새로운 TRK 돌연변이 환자가 발견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엔트렉티닙을 지난 5월 12일자로 NTRK 유전자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승인한 바 있다.

제한적인 초기 임상이지만 미국임상암연구학회(AACR)에서는 TRK 유전자가 있는 환자에서 엔트랙티닙이 100%의 반응률을 보인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모든 암환자 중 TRK 양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반응률을 살펴보는 연구가 한창이다.

DCC-2701, LOXO-101, MGCD516, PLX7486 등의 후보물질은 TRK, MET, RET 등의 유전자 양성환자를 대상으로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RXDX-101, XL-164는 TRK, ROS1, ALK 양성인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2상을 진행 중이다<표 2>.

▲ TRK 유전자 관련 연구

김 교수는 “TRK 유전자는 폐암보다는 다른 두경부암이나 신경계암 등 고형암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로써는 TRK 발현 폐암 환자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 알아보는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 MET와 RET 유전자도 폐암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맞춤치료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아직 기존 치료제가 이런 유전자 양성인 환자들에게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한편 EGFR 유전자 발현 환자치료도 세분화되고 있다. EGFR 유전자라고 해도 다른 패밀리(군) 보유 여부에 따라 EGFR 치료에 얼마나 반응하는지 또 어느 정도 내성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어, 폐암 표적 치료를 위한 유전자 연구는 블루오션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위음성률 줄이는 검사가 관건”

이처럼 특정 유전자 발현은 치료 가능성을 높이는 표지자임에도 아직 모든 병원에서 새로운 유전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모든 병원이 해당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도록 검사범위를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병원에서는 ROS1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지만, EGFR과 ALK 정도만 가능한 곳도 있다. 때문에 새롭게 발견된 유전자일수록 검사할 수 있는 능력은 병원마다 다르다.

검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확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위음성률이 있어서다. EGFR은 표준 방법이 있어 위음성률이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ALK나 ROS1은 위음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면역화학검사, FISH(형광동소교잡반응검사),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기반 유전자 패널검사)를 모두 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며, 50여 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조병철 교수는 "ROS1의 경우만 보더라도 어떤 검사도 완벽하지 않다. FISH에서 양성인 경우 NGS에서 음성으로 나오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이를 통해 위음성을 가려내는 게 중요하다”며 “결국은 면역화학검사, FISH, NGS를 모두 해야 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암 걸리면 바로 죽는다? 검사·치료 적극 나서도록 환자인식 개선해야

현재 개발되고 있는 유전자 표적 폐암 치료제는 10여 종이 넘는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다국가 연구도 한창이다. 연구자 임상도 많고, 제약사 후원 연구도 많다. 그만큼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따라서 환자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과거 폐암은 걸리면 곧 죽는 병이라는 인식 때문에 검사도 치료도 받지 않으려 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치료제가 있어 섣불리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일 특정 유전자가 발견돼 그에 맞는 표적 치료제로 치료받으면 2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조 교수는 “EGFR 유전자 환자들만 해도 현재 2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들도 있고 건강하게 잘 치료받는 환자도 있다"면서 "폐암은 더이상 죽는 병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검사와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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