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조병철 교수 세리티닙으로 맞춤형 치료 열어

연세의대 조병철 교수(세브란스병원 폐암센터 종양내과)가 국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유전자 표적 치료제 연구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가 발간하는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이하 JCO) 실려면서 국내 폐암 연구의 우수성이 주목받고 있다.

JCO는 논문 인용지수(IF) 20.982점를 자랑하는 암분야 최고의 논문이다. 암전문가들은 거의 모두 이 저널을 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번에 실린 연구는 아시아 연구자가 ROS1 유전자가 있는 환자에서 세리티닙의 치료 가능성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데 있다.

연구의 파급력을 반영한 듯 암분야 저명 석학인 메사추세스 종합병원의 Ibiayi Dagogo-Jack과 Alice 교수가 관련 사설까지 덧붙였고, 그 덕에 논문 인용 등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조 교수를 만나 연구의 배경과 의미를 들어봤다.

▲ 조병철 교수

"JCO에 실리는 것 쉽지 않는 일 개인적으로 영광"

해당 논문은 ALK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된 세리티닙의 2상임상이다. 통상 제약사 후원으로 이뤄지는 연구와 달리 이 연구는 연구자 주도 임상이다.

연구자 주도 임상은 임상 프로토콜을 모두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어 만들고 진행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임상 설정, 진행, 분석, 결론 등에 제약사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는다. 오직 약만 댈 뿐이다.

그렇다보니 자유로운 연구가 가능하다. 또 외면받는 환자군에 대해서도 시험적인 임상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도 전 세계적으로 얼마 없는 ROS1 유전자 보유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위한 순수 연구자 임상이다. 

조 교수는 "글로벌 파마가 개발한 약을 연구자 주도로 개발한다는 일이 흔지 않고, 무엇보다도 다국가 임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설이 붙는 것은 더더욱 흔지 않다"면서 "아마도 JCO가 연구자 임상에서 ROS1의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 주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 ROS1 유전자 있으면 반응률 62% 최초

연구는 2013년 7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국내 10개 의료기관에서 모집된 ROS1 유전자를 가진 비소세포폐암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세리티닙의 반응률(객관적 반응률 ORR)을 평가했다.

평균 14개월 관찰한 결과, 최종 분석가능한 28명의 환자에서 확인된 ORR은 62%였다. 반응지속기간(DOR)은 21.0개월이었고, 질병조절률(DCR)은 각각 81%로 집계됐다.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9.3개월이었다. 전체 생존기간(OS)은 24개월을 기록했다.

게다가 크리조티닙 치료경험이 있었던 환자 2명을 제외한 경우 ORR은 67%로 높아졌다. 또 DCR은 87%였으며, PFS는 19.3개월이었다. 또한 이 연구에는 뇌전이가 있었던 환자 8명이 포함됐는데, 대뇌질병조절율(intracranial disease control)이 63%였다.

특히 반응률이 흥미롭다. 28명 중 1명(3%)이 완전반응을 보였고, 19명(59%)이 부분반응을 경험했다. 또한 질병안정과 질병진행은 각각 6명(19%)과 2명(6%)이었다. 이러한 모든 정보가 이번에 최초로 나온 것이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폐암에서 ROS1 돌연변이 유전가가 발현되는 환자의 비율은 5% 미만이지만 이들을 위한 대안은 화학요법밖에 없었다"며 "화학요법시 반응률 20%, 평균 생존기간 5개월과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결국 사설에서 강조한 것은 ROS1 유전자가 한국인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닌 미국이든 유럽이든 아프리카든 ROS1 유전자가 있으면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조병철 교수

크리조티닙 등 다양한 약제간 차별성 비교도 필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도 많다. 또다른 ROS1 타깃 치료제인 크리조티닙이 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놓고 어떤 약제를 투여해야 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환자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는 또다른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조 교수는 현재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약제 반응률이나 무진행 생존율은 크리조티닙과 비슷하다는 점과 뇌전이 환자의 경우 세리티닙이 뇌투과율이 크리조티닙보다 더 높아서 잇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ROS1 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많은 후보물질이 개발되고 있다. 결국 약물간 차이나 맞춤형 치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많은 연구자 주도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로 교수는 이번 연구외에도 세리티닙 연구를 추가로 진행한다. 그는 "ALK, ROS1, NTRK 유전자 환자들을 대상으로 새로 개발되는 후보물질의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며, 당장 세리티닙의 경우 1차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 4기 폐암환자에서도 반응률을 평가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ROS1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한 검사법의 발전도 숙제로 제시했다. 아직은 위음성률, 위양성률 등에서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폐암치료 더욱 세밀해질 것"

어쨌든 새로운 유전자 발견은 폐염 치료를 점점 정밀의학시대로 이끌고 있다. 과연 폐암 유전자 얼마나 더 정밀하고 세밀해질까? 이에 대해 교수는 폐암이 전 세계 사망률 1위를 지속하는한 이를 정복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교수는 "폐암의 발병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최근 평균 연령은 50대 초반이다. 결국 환자들이 오래사는 것이 국가 경제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을 구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폐암 유전자 확인외에도 어떤 특징의 환자들이 특정 유전자를 발현시키는지에 대한 연구와 또 이러한 유전자를 검사해내는 진단기술도 동반발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기술과 치료법이 완전하게 구현되면 머지않아 폐암환자의 사망률 1위는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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