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분당차병원 전홍재 교수(혈액종양내과)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간세포암 1차 치료는 소라페닙 도입 이후 표적치료제 시대를 거쳐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이 표준치료법으로 자리 잡으며 근본적인 변화를 맞았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오노약품공업과 한국BMS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여보이(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이 약 2년이라는 가장 긴 생존기간을 보이며 고무적인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1차 치료 환경에서 면역항암제 병용 조합은 한국로슈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된다. 임상적 대안이 있음에도 한정된 급여 옵션으로 인해 환자 선택권과 접근성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분당차병원 전홍재 교수(혈액종양내과)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항암치료는 장기 투여가 기본인 만큼 건강보험 급여 여부가 환자 치료 지속성을 결정하며, 이는 곧 장기생존으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이 더 적합한 환자군은 명확히 존재한다"며 "환자 접근성 확대를 위해 조속한 급여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간세포암 1차 치료옵션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전체생존(OS) 중앙값 19개월을 보이며 면역항암제 시대를 열었다. 최근에는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더발루맙)+이뮤도(트레멜리무맙)과 함께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이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등장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약 2년에 달하는, 23.7개월의 OS 중앙값을 보이며 간세포암 치료 역사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앞으로는 3년 생존을 목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기전적 장점은 무엇인가.
옵디보는 이미 활성화된 T세포 반응을 증폭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도록 돕는다. 반면 여보이는 T세포의 초기 활성화 단계에서 면역반응을 강화하고 활성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즉 두 약물을 병용하면 초기 면역 반응 확장과 지속적인 면역반응 증폭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단독요법 대비 치료 깊이와 반응 지속성을 강화하며, 롱테일 효과를 통해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을 평가한 임상3상 CheckMate-9DW 연구가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이 연구는 대조군으로 소라페닙 뿐만 아니라 렌바티닙까지 포함해 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렌바티닙은 일부 연구에서 OS 중앙값이 20개월 이상에 도달하며 소라페닙 대비 우수한 성과를 보였고, 기존 렌바티닙 단독요법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약물은 없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대조군 중 85%가 렌바티닙을 선택했기에 사실상 렌바티닙 단독요법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최초의 임상연구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 OS 23.7개월과 높은 반응률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약 2년에 달하는 OS 중앙값은 간세포암 치료 역사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일반적으로 임상연구에서 2개월 이상의 OS 개선은 성공적인 결과로 평가되는데, 간세포암처럼 생존기간이 짧은 암종에서는 1개월 개선도 통계적,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든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대조군 대비 약 3배 높은 객관적 반응률(ORR)을 보였고, 완전관해(CR) 비율도 7%로 대조군 2%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특히 반응지속기간(DoR) 중앙값 역시 30.4개월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입증했다.
이 같은 높은 반응률은 완치에 가까운 장기 생존 사례를 기대하게 만든다.
- 아시아인 하위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하위분석 결과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CheckMate-9DW 연구에서 아시아인 환자의 비중은 한국인을 포함해 42%로 높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위분석을 진행한 결과,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OS 중앙값은 34개월로 대조군 22.5개월을 상회했다.
이는 글로벌 임상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치료 혜택을 보여주는 근거이자, 인구학적으로도 B형 간염 환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 환자군을 상당부분 반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 그간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옵디보+여보이 병용이 더 적합한 환자군이 있나.
크게 두 가지 환자군에서 임상적 이점이 확실하다.
먼저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신생혈관억제제가 포함되지 않아 출혈 위험 환자에서 안전성 이점이 있다. 두 번째로 개인적 경험으로는 종양 부담이 큰 환자군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의 효과가 지속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따라서 후속치료 기회가 제한적이거나 1차 치료에서 최대 효과가 필요한 환자에게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을 우선 고려해 치료 성과를 거둔 사례도 있었다.
-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환자 중 완치에 가까운 예후를 보이거나 5년 넘게 생존 중인 사례도 다수 경험했다.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옵션에 불량한 예후가 예상되는 환자에서도 극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 우수한 치료옵션이다.
임상적 근거가 풍부하고 실제 완치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치료에 끝까지 임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