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 비대면 진료 반대 제한범위 시범사업 가능
입원전담전문의 내과학회 주도로 다양한 역할과 역량 개발 주력

좌측 강석민 총무이사(연세의대), 우측 박중원 이사장(연세의대).
좌측 강석민 총무이사(연세의대), 우측 박중원 이사장(연세의대).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올해부터 향후 3년간 내과학회를 이끌게된 박중원 이사장(세브란스병원 내과)이 내과 전공의 수련 역량을 상향표준화시키고, 전공의 배정 수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은 26일 기자들과 가진 신년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이사장은 비대면 진료는 반대하지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시범사업은 가능하며, 내과학회 주도로 입원전담전문의의 다양한 역할과 역량 개발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내과학회는 지난 2013년 정부의 전공의 정원 감축 정책 시행에 따라 전공의 정원이 10% 이상을 줄였다.

2017년부터는 전공의 주간 수련시간이 80시간으로 제한되고, 전공의 수련기간도 3년으로 단축됐다.

박 이사장은 "교육 수련의 효율화와 체계화가 절실하게 필요하게 됐다"며 "내과학회는 이런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내과 전공의 수련과정의 선진화를 위한 개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강좌 중심의 도제식 교육과 공통된 수련교육 프로그램 부재로 인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직업전문성, 인성교육, 윤리교육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내과 전공의가 전국 어느 수련기관에서 교육을 받아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표준화된 교육체계를 만들어 핵심적 수련 내용은 꼭 수행할 수 있도록 학회가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과학회는 수련과정을 역량 중심-성과 바탕 교육으로 전환해 2017년에 과거 사용하던 내과전공의 학습목표를 대신할 내과전공의 수련핵심역량집을 만들어 보급한 바 있다.

또 수련역량을 지도전문의의 평가가 필요한 역량과 스스로 학습 대상 역량으로 나눴으며, 증상 및 징후에 대한 역량과 질환에 대한 역량, 그리고 술기 역량 중 지도전문의의 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역량을 정했다.

내과학회는 지난 2020년 진행한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사업을 통해 역량 중심 수련교과과정을 더 정교하게 개발했으며, 내과전문역량 평가를 신설했다. 15가지 항목을 통해 연차별 수련을 마치는 시점에서 종합적 역량평가를 받도록 했다.

내과학회는 내과전공의 핵심역량 평가지침서와 책임지도전문의와 지도전문의를 위한 내과전공의 수련지침서를 개발했다.

전공의 개인별 역량중심 교육 수행 여부 및 평가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전공의와 지도전문의가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웹기반 e-포트폴리오를 개발해 교육과 평가가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박 이사장은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사업은 지난해 16개 수련기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다"며 "올해 3월에는 전체 수련기관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며 "1, 2년차는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3년차는 수련기관이 선택적으로 참여를 정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e-포트폴리오와 전공의 기록이 통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내과 전공의 700명까지 늘려야

내과 전공의 배정 수를 현재 보다 50~70명 늘려 70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과학회에 따르면, 현재 내과 전공의 배정 수는 기초정원이 603명, 보건복지부 정책 정원까지 포함할 경우 630~650명 수준이다. 현행 603명의 내과 전공의 기초정원은 수도권 361명, 비수도권 242명으로 6:4 비율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비수도권 정원을 늘려 기조정원 비율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을 5:5로 개정할 계획이다.

이에, 박 이사장은 정부가 전공의 정원 배정 시 학회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율을 5:5로 개정하는 것은 수도권 전공의 60명을 비수도권에 넘기는 것"이라며 "비수도권 전공의 육성 정책에는 찬성하지만, 수도권 전공의를 줄이는 것은 문제가 많다. 수도권 전공의 배정 수는 그대로 두고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과 전공의 배정 수를 현행 603명에서 700명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의 내과환자 진료의 중증도가 올라가고 있으며, 필수의료 중심의 전문의 진료에 내과가 중심에 있다"며 "내과는 정원을 과거 700명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늘려야 하며, 늘어나는 정원은 수련환경이 잘 마련된 지방거점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배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은 반대지만,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질환 발생도 변화되고 있어 전공의 정원 배정도 달라져야 한다"며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전문과별 적정 전문의 수요를 기반으로 전공의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대면 진료, 오진 위험 낮추고 책임소재 분명히해야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 오진의 위험을 낮추고,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규정할 방안 마련될 경우 시범사업은 가능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박 이사장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으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 난립과 약제의 무분별한 처방으로 인해 약물 오남용 기회가 많아졌다"며 "내과학회는 비대면 진료를 기본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비대면 진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의 해결 방안이 있으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시범사업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제한된 범위는 도서벽지의 인프라 부족 지역, 해외에 체류하는 국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고령의 환자,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질환, 재진 환자 등이다.

박 이사장은 "내과적 질환은 처음 진단이 중요하고, 한 환자에서 여러 복합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 진료가 대면진료에 비해 오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가 대면진료에 비해 의사 업무량의 증가가 예상돼 합리적인 건강보험 수가 적용이 필요하다"며 "내과학회는 합리적인 원격의료 수가 개발을 위한 연구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현실화와 정체성 확립 중요

대한내과학회는 내과 전공의 수 감소와 수련시간 및 수련기간 단축에 따른 입원의학 전담의사 필요성을 느껴 5년 전 입원의학연구회를 설립한 바 있다.

입원전담전문의제도는 2021년부터 수가가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인력은 실제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새로운 인력 유인책과 함께 기존 입원전담전문의의 지속 근무가 가능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내과학회는 입원의학연구회를 설립해 입원전단전문의가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역량 개발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내과학회지에 입원의학 세션을 만들어 입원의학 리뷰논문을 게재하고 있으며, POCUS(point of care ultrasonography) 프로그램을 개발, 입원의학 교과서 편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체계는 대체인력 및 휴일·휴가에 대한 고려가 없는 구조"라며 "휴가를 가지 못하거나 주말까지 근무를 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사직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리한 근무 일정 없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입원전담전문의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며 "입원전담전문의가 반드시 해야 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진료 외의 근무기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입원전담전문의 운영 규정 중 주 40시간 근무시간 삭제, 주말·휴일 8시간 규정 완화, 지정병동 완화, 야간전문전담의 근무제도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당직 부담을 완화하고, 1형 쏠림 현상이 개선될 경우 진료 외의 다양한 입원 관련 업무가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했다.

박 이사장은 "복지부, 심평원, 유관 학회 및 연구회가 참여하는 입원전담전문의 운영협의체 구성이 절실하다"며 "입원전담전문의가 자부심과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각 병원의 협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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