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환자 재택관리 수가 1차년도 시범사업 평가 공개
복막투석 가장 많은 환자 참여, 1형 당뇨병은 등록률 낮아
시범사업 참여기관 요건 강화 및 시범사업별 수가 책정 제안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복막투석 재택의료 시범사업 기간을 단축해 본사업으로 조기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가정용 인공호흡기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나타났으며, 1형 당뇨병은 전반적인 임상지표의 개선이 있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향후 본사업으로 전환하려면 현재 일률적인 수가 체계를 보완하고, 방문진료와 비대면방식을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는 2019년 12월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6개의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연구에서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시작한 복막투석, 1형 당뇨병, 가정용 인공호흡기, 분만취약지 임신부 지택의료 시범사업에 대해 평가를 시행했다.
먼저 복막투석은 다른 시범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환자들이 시범사업에 등록했고, 환자 만족도도 높았다.
복막투석 재택관리 사업 참여신청을 한 기관은 54개 기관으로, 이 중 시범사업 대상자(환자)를 등록한 기관은 44개 기관이었다.
재택관리 수가는 2만 4487회 청구됐으며 상급종합병원에서 77.8%, 종합병원에서 22.2%가 청구됐다. 총 8억원의 재택관리 급여비용 중 상급종합병원이 5억 6000만원을 점유했다.
복막투석 시범사업 기간을 단축해 본사업으로 조기 전환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연구진은 "다른 시범사업에 비해 환자관리료 청구가 월등히 높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복막투석은 집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므로 의료진과 접점이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시범사업으로 촘촘한 관리가 가능해졌고, 임상 개선도 의미있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복막투석 재택관리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도 인력 부족 문제 등은 본사업으로 전환돼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1형 당뇨병 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은 총 40개 기관에서 환자를 등록했다.
재택의료 수가는 9739회 청구됐으며 상급종합병원에서 82.8%, 종합병원에서 17.2% 청구됐다. 총 급여비용은 4억 6000만원이었다.
특히 1형 당뇨병 환자 중 12.2%의 환자만 시범사업에 등록해 복막투석과 가정용 인공호흡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등록률이 저조했다.
연구진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한 시범사업 유인, 세분화된 교육 등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지속 참여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환자들은 '기존과 서비스 질에 차이가 없음'을 주요 이유로 꼽았기 때문이다.
가정용 인공호흡기 재택의료 시범사업 대상자를 등록한 기관은 16개였다. 특히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총 등록환자 751명 중 523명을 등록하고 있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는 "생명과 바로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전문병원에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강남세브란스는 호흡재활시스템을 국내에 정착시킨 기관으로 중증 호흡부전 환자에게 최고의 치료기관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중소규모 병원 행정적 부담, 재택의료 이용했으나 미청구
재택의료 통합모형에 응급상담 수가, 비대면 방식 도입 제안
연구 결과 시범사업 기관에 등록한 환자 수와 실제 청구가 이뤄진 환자 수의 차이가 컸다.
특히 등록한 환자가 재택의료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보다는, 재택의료를 이용했으나 청구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청구 과정에서 행정적 부담이 주요 원인일 것으로 판단되며, 중소규모 병원에서 이러한 경향이 심했다"며 "재택의료 사업 활성화를 위해 의료기관의 행정적 부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범사업 대상기관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복막투석은 평소 복막투석을 많이 하는 기관 위주로 등록했고, 가정용 인공호흡기도 관련 진료를 활발하게 실시하는 소수 상급종합병원이 등록했다.
즉 환자가 일정 규모가 되지 않는 경우 인력 구성과 환자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합병증 등 건강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연구진은 "대상기관을 일정 수 이상 환자를 진료하는 기관으로 제한하는 것을 고려하고, 소아 1형 당뇨와 가정용 인공호흡기는 상종 의료기관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향후 본사업 수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시범사업별로 현실에 부합하는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재는 모든 시범사업에 대해 일률적인 수가를 부여하고 있다.
의사들은 1형 당뇨병에서 상대적으로 현행 수가보다 높은 수가가 적정하다고 응답했고, 가정용 인공호흡기는 현행 수가와 적정 수가 차이가 크지 않았다.
중장기적으로는 재택의료 통합 모형에 응급상담 수가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연구진은 "모든 시범사업 환자는 응급상황 및 문의사항 발생 시 수시로 연락가능한 것을 가장 원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기존의 교육상담, 모니터링 중심 모형에서 방문 진료를 포함하는 통합모형으로 진화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유행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교육상담 등에서 비대면 방식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