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환자 진료 프로세스 이대로 좋은가?"
"노인환자 진료 프로세스 이대로 좋은가?"
  • 박선재 기자
  • 승인 2017.03.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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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시대 시니어 친화병원 준비 시작해야 ... 건국대병원, 노인 패스트트랙 등 첫걸음
▲ 건국대병원이 노인환자를 위해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감속 조정한 모습

노인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한 후 치료 계획을 세우고, 노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서비스를 배려하는 병원이 우리나라에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 당당하게 "YES"라고 할 수 있는 병원은 거의 없다.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지만, 급성기병원들이 거의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시니어 친화병원'이란 노인환자의 의사결정이 존중되고, 진료 시스템도 노인환자의 삶의 질이나 건강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진행되는 것을 뜻한다. 물론 병원 시설이나 환경도 노인환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변경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고령화 속도가 비슷한 일본, 대만 등은 오래전부터 '시니어 친화병원'을 실행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건국대병원에서 열린 시니어 친화병원 심포지엄에 참석한 대만 Changhua Christian병원 Maw-Soan Soon 부원장은 "우리 병원에서는 노인환자가 희망하는 참여, 건강, 안전, 존엄 등의 가치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노인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배지를 달아 낙상 예방운동도 하고 있다. 이 배지를 단 노인이 병원에 오면 병원 입구에서부터 직원들이 부축하는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엘리베이터 경사도도 완만하게 만들었고, 병원 내 사인물도 노인들이 금방 알아볼 수 있도록 했고, 글씨도 크고 명확하게 설치했다"며 "급성기질환 치료 후 퇴원 후 환자가 요구하면 집으로 찾아가 시설이나 집안 시설을 고쳐주는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시니어 친화병원인가?

병원들이 시니어 친화병원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의 치료방식으로는 더 나은 노인의 삶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급성기병원이 지금처럼 노인환자를 진료하면 퇴원 후 환자 상태가 더 나빠지고, 결국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지적한다. 

한림의대 윤종률 교수(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는 노인환자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여러 가지 질병을 한꺼번에 앓는 경우가 많고, 비전형적 증상을 보여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윤 교수가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2015년 노인성질환 보험진료 수진자 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은 고혈압, 허혈성심질환, 뇌혈관, 골다공증 등 7~8개 질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교수는 "노인환자는 대부분 보행장애나 낙상, 어지러움, 요실금 등의 노인병증후군을 나타내고, 신체상태가 변화무쌍해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 slow medicine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치료부작동도 흔하게 발생한다. 또 치료 후 보행장애나 배뇨장애 등 기능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노인질환의 특징을 요약했다.

또 "노인환자는 퇴원 후 낙상이나 활동이 어려워지는 사례가 많다. 적절한 건강상태평가나 종합적 노안상태진단, 복합적 협력치료, 장기요양계획 등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대학병원에 있는 의사들은 노인환자의 케어플랜 등을 상상할 수 없다. 노인환자나 가족이 퇴원 후 생활을 논의하려 하면 대부분 '퇴원하세요'라고 밖에 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노인전문병동 운영 제시

현재 노인진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시니어 친화병원이다. 진료시스템과 시설 등 시니어친화병원의 몇 가지 측면 중 우선 진료 시스템을 변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 시니어 친화병원 진료 프로세스

서울의대 김선욱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과)는 "우리 병원에서 노인병내과 병동을 15-20병상 정도 운영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약사, 영양상 등 6명이 핵심 멤버로 활동하고 이외에도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노인환자를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시니어친화병원이 첫걸음도 떼지 못하는 이유는 분당서울대병원처럼 노인병내과를 운영해도 병원 수익에 별 도움이 안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노인환자가 입원하면 우울증을 점검하는 GDS, 영양상태를 파악하는 MNA 등 활용해 노인종합평가를 한다. 그럼에도 10만 원대 초반 정도를 받고 있다. 

시니어친화병원이 활성화되려면 정부가 노인진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정부가 노인진료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하고, 단기적인 것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가 내놓은 대안은 급성기병원에서 요양병원 이후 요양시설로 돼 있는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급성기병원이 하던 역할을 의료-요양 연계 통합서비스를 강화하고, 요양병원의 몫을 아급성기병원(병동)과 전문요양시설(의료 서비스 일부 제공), 요양시설은 전문요양시설(의료 서비스 일부 제공)과 일반 요양시설로 건강관리 협력체계의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적 내용은 노인전문병동 운영, 노인전문 간호인력 강화, 노인병전문의가 주치의 또는 모더레이터 담당이나 공동주치의제, 다학제 간 협진체계 확보 등이다.

건국대병원, 시니어친화병원 깃발

국내에서 시니어친화병원의 깃발을 가장 먼저 든 곳은 건국대병원이다. 노인도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 시스템과 환경 구축을 위해 시니어친화병원 TF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연구 사업으로 착수한 생활밀착형 노인건강간리 서비스인 '한국형 48/6 모델'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캐나다 Elder-Friendly Hospital in British Columbia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 노인환자의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난달 열린 시니어친화병원 심포지엄에서 건국대병원 최재경 교수는 그동안 추진해온 '한국형 48/6 모델' 사업을 소개했다. 최 교수는 한국형 48/6 모델의 컨셉은 노인환자 개인의 의사결정이 존중되고, 자기 주도적 건강관리를 위해 참여를 최적화하는 안전한 진료 시스템과 환경을 제공해 삶의 질, 건강, 안전을 향상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노인의료관리시스템이라고 발표했다. 

최 교수는 "한국형 48/6 모델은 배뇨와 배변, 인지기능, 기능적 기동력, 약물관리, 영양과 수분, 통증관리 6개 영역에 대해 스크리닝하고 평가해 48시간 이내 환자 맞춤형으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적용하는 통합 관리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 80세 이상 노인환자에게 부탁하는 배지

이 모델을 적용한 후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시선을 끈다.
건국의대 예방의학교실 이건세 교수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노인환자는 퇴원 후 전반적으로 기능이 저하돼 퇴원 후 환자 관리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조사 결과 노인환자는 퇴원 전부터 건강관리가 필요해 퇴원 계획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전문인력, 분야별 협력, 수가, 환자연계 등 자원과 의료체계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건국대병원은 지역사회와 퇴원 환자 관리를 위해 앞으로 보건소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건대병원과 보건소가 Polyphamacy나 병원 후 케어 등 공동 협력할 분야를 설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건국대병원은 지역 자원 연계프로그램인 K-LHINs(The Local Health Integration Networks)를 적용해 지역별 노인건강관리센터를 통해 노인의 건강상태에 따른 치료를 비롯해 건강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80세 이상 노인 위한 '패스트 트랙' 운영 

건국대병원은 진료뿐 아니라 노인환자를 배려한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8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접수와 수납을 최우선 순서로 진행하는 '패스트 트랙'이 대표적이다.

▲ 건국대병원이 운영하는 어르신도움센터

국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종민 교수는 "80세 이상 노인이 진료 접수나 수납을 위해 등록번호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번호표를 뽑으면 시스템상 최우선 순위로 분류돼 기다리지 않고 바로 창구를 이용할 수 있다"며 "전담 자원봉사자도 배치된다. 80세 이상 환자에게 별도의 명찰을 제공하면 자원봉사자가 명찰을 확인하고 진료와 검사 시 동행해 환자를 돕는다"고 소개했다. 

건국대병원은 서류 작성 공간과 안내 데스크, 외래와 병동에 확대경을 설치해 글자를 확대해 볼 수 있게 했다. 또 검사실에는 낙상 예방을 위해 안전띠도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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