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희귀질환 시장 ‘블루칩’으로...국내제약·바이오기업도 신약 개발 분주

최근 유한양행은 중국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판권을 회수했다. 이어 한미약품도 사노피에 라이선스아웃한 당뇨병신약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일부 수정하면서 또다시 신약개발 장벽을 실감케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은 성장산업이 분명하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 양적으로 적을 뿐이지 질적으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국산신약 허가 건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술수출 사례도 많아지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져 2017년 역시 R&D분야가 주목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치열해지는 내수시장보다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파머징 시장 진출은 물론 신약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 대한 전망과 함께 국내사들의 현주소와 가능성을 진단해 봤다.2015~2016년 2년새 35건 기술수출 '눈길'이른바 '한미약품 효과'로 조명받던 의약품 기술수출이 2016년 큰 폭으로 축소됐다. 그럼에도 2년새 체결한 35건의 기술수출은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제약기업 기술수출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국내 제약사들은 총 35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2015년 1월 파멥신의 DIG-KT 중국 수출을 시작으로 2월 씨티씨바이오의 경구용 약물전달체계, 3월 한미약품의 포지오티닙 등이 각각 스위스와 미국으로 기술수출 됐다. 삼진제약과 우신메딕스,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등도 대열에 가세했다.국산신약의 글로벌 진출도 눈에 띄었다. 동아ST의 슈가논이 브라질과 러시아로 라이선스 아웃됐고, 보령제약 카나브는 동남아 시장을 누볐다. 일양약품 놀텍은 멕시코, 슈펙트는 콜롬비아 땅을 밟게 됐다. 1년간 총 25건의 기술수출이 체결됐고 계약 규모는 비공개 8건을 제외하고 총 8조 1004억원에 달했다.2016년에도 제약사들의 기술수출 행렬은 이어졌다.종근당의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CKD-11101’을 필두로 안트로젠, 제넥신, 동아ST, 보령제약, 크리스탈지노믹스, 일양약품 등의 기술수출이 더해졌다. 전체 기술수출 규모는 약 1조 9554억원(비공개 종근당 제외)으로 집계됐다.작년 9월 한미약품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 해지로 신약개발에 대한 일시적인 동요가 있지만, 앞으로도 기술 및 판권 수출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글로벌 제약, 전체매출 19% 연구개발에 투자국내사들도 R&D 투자 규모 꾸준히 늘어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들은 전체 매출액의 18~19%를 신약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의 전체 R&D규모는 896억달러(한화 약 108조원)로 이는 국내 상장 제약사들 전체 R&D규모의 약 7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이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지만, 신약개발을 위한 국내사들의 의지만큼은 확고하다. R&D 투자 현황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국내 상장 제약사 84곳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11년 8.5%에서 2015년 9.1%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신약개발 R&D 역량과 해외진출 역량이 우수하다고 인증된 혁신형제약기업 25곳(상장사 대상)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금액은 매출액의 12.1%를 차지하고 있다.제약사 각각의 연구개발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신약개발 의지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제약협회에서 발간한 보건산업 데이터북에 따르면, 램시마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셀트리온은 매출액 726억원의 36.5%인 273억원을 R&D에 투자하고 있다.지난해 신약 임상시험을 30건이나 승인받은 종근당은 매출의 15.4%인 913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으며, 다수의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 성사로 신약개발 아이콘으로 떠오른 한미약품은 1871억원을 R&D에 쏟아부었다. 백신과 희귀질환에 강점을 보이는 녹십자도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R&D에 투자하고 있다.제약사들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서도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다.다각도의 신약개발 의지를 보인 유한양행은 연세암병원과 폐암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협력을 체결한 이후 소렌토와 120억원을 투자해 합작회사 '이뮨온시아'를 설립했다. 바이오 벤처회사들과도 면역항암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대웅제약은 서울대병원과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체결했고 이 과정에서 서울대병원은 자체 개발한 줄기세포치료제 원천 기술을 대웅제약에 이전했다. 계열사인 한올바이오파마와는 면역항암제 개발 과제에 60억원 공동투자를 결정했다.이들 외에 보령제약, 녹십자,CJ헬스케어, 일양약품 등도 신약개발을 위해 학계, 연구소 등과 손을 잡았다. 전문지식과 다양성을 쌓고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리스크는 감소시키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글로벌 시장 '블루칩'은 항암제·희귀질환치료제

빅파마의 눈길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지난해 한국제약협회 산하 의약품기술연구사업단이 개최한 ‘약 및 개량신약 개발을 위한 빅 데이터 활용전략 워키움’에서 오는 2020년까지 225개 신약이 개발 및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들 신약은 항암제와 희귀질환치료제가 주를 이룰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분야는 바로 항암제다. 제약산업 분석회사인 이벨류에이트파마는 전 세계 항암제 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832억달러(약 100조원)에서 2020년 1531억달러(약 184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노화성 질환에 가까운 암 환자가 증가하고, 기술의 발달로 과거보다 발전된 형태의 진단부터 각종 치료제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FDA 임상 현황을 봐도 항암제가 전체 임상 수의 32%를 차지한다.

희귀질환의약품 시장도 블루오션이다.

과거에는 환자수가 적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관심한 분야였지만 미국 FDA와 유럽 EMA 등 각 국가에서 의약품 개발과 판매에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임상비용과 세금을 줄여주거나 또는 Fast track 제도를 적용해 임상기간을 단축시켜 준다. 또 2상을 마치면 3상과 함께 조건부 판매허가를 내줘 조기 시장 진출을 가능하게 해준다. 제품 허가 이후 6~10년간 독점권도 부여한다.

무엇보다 치료제가 없는 희귀질환의 신약후보라는 점은 신약으로 승인될 확률이 높다. 최근 FDA 전체 신약 승인 건수의 약 40%가 희귀의약품이다. 때문에 오는 2020년에는 1820억달러(약 219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어 당뇨치료제 시장이 605억달러(약 73조원), 류머티즘약이 532억달러(약 65조원), 항바이러스제 496억달러(약 60조원) 백신 347억달러(약 42조원) 순으로 시장을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며 고혈압치료제 시장은 역성장 할 것으로 분석이다.

IMS헬스 김준철 전무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대체 치료제가 없고 시장 독점력이 높으며 고가 판매가 가능한 스페셜티 시장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면서 "항암제, C형간염치료제, 희귀질환치료제 개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고, 지금도 스페셜티 품목 투자가 활성화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2017년 주목할 만한 주요 R&D 현황

올해 주목할 만한 주요 R&D 모멘텀을 살펴보면, 국내사들도 트렌드에 맞춰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 등의 신약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더디지만 진전이 있을 것이란 희망찬 예상도 있다.

녹십자는 혈액제제가 FDA 제품 허가과정에 있으며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FDA 2상을 진행 중이다. A형 혈우병 치료제는 중국에서 3상에 들어갔다. 한미약품은 호중구감소증약이 FDA 3상에, 자가면역질환치료제와 인성장호르몬제가 FDA 2상, 흑생종치료제가 FDA 1상에 있다. 동아ST는 폐렴 수퍼항생제가 FDA 3상 단계이며, 파킨슨치료제는 FDA 1상을 마쳤다. JW중외제약은 급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의 FDA 1상을 완료했으며 재발성다발골수종치료제는 FDA 1상이 진행 중이다.

바이오기업들의 신약개발 현황도 눈여겨볼 만하다. SK바이오팜은 급성반복발작 약에 대해 FDA 허가과정을 밟고 있으며 기면증, 파킨슨 약물은 각각 FDA 3상과 1상 단계에 있다. 지트리비앤티는 신경영양성각막염치료제가 FDA 3상 1차, 수포성 표피박리증약이 FDA 3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국내사들이 유망한 신약개발에 나서더라도 글로벌 진출 임상단계까지 가는 데 필요한 경험이 부재하고 자본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단독 개발보다는 개발 초기단계에서 빅파마나 해외 벤처회사에 라이선스 아웃해 안전성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염두할 점은 신약개발에 임상 실패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미국바이오협회가 발행한 임상단계별 성공률에 따르면 모든 의약품 후보물질의 임상 1상부터 품목승인까지의 성공률은 9.6%에 그친다. 임상 1상 성공률과 2상 성공률은 각각 63.2%, 30.7%다. 임상 3상 성공률은 58.1%로 나타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어렵기 때문에 성공했을 때 값어치가 있는 것"이라며 "국내사들의 연구개발 역량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신약개발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로 한 만큼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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